제목 좋은 피드백을 위한 네 가지 방법<br>#117. 넷플릭스의 4A 피드백 가이드라인
글쓴이 김민수 Derek
발행일 2024/01/10
새해 첫 레터로 찾아뵙습니다. 해가 바뀌었음을 실감 못 한 채 정신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레터를 쓰려니 비로소 2024년이란 사실이 와 닿네요.
이번 레터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 드리면 좋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평소처럼 커피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새해를 맞아 요즘 제가 관심 갖고 있는 주제를 풀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 주제는 바로 ‘피드백’이에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이 어려운 영어 단어가 우리 삶 속에 제법 잘 자리 잡은 느낌입니다. 이미 국어사전에서도 살펴볼 수 있으니 정말 그러합니다. ‘진행된 행동이나 반응의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주는 일’이란 뜻인데요. 피드백은 자신에게도 줄 수 있지만, 정신이 번쩍 드는 피드백은 보통 다른 사람들에게서 오는 법이죠.
빈브라더스도 여러 사람이 같이 일하는 팀이니만큼 많은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피드백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어떤 피드백을 피해야 하는지도 경험으로 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포함한 많은 이에게 피드백은 여전히 어려운 듯합니다. 주는 것과 받는 것 모두요.

지난 주 로스터리 주간 커핑. 커피에 관한 여러 의견이 오가는 시간. ©️박은실Momo
뭔가가 어려울 때 좋은 해결 방법 중의 하나는, 이미 많이 해 본 사람의 경험을 빌리는 것입니다. 넷플릭스의 문화를 담은 책 <규칙 없음(No Rules Rules)>이 떠오르더군요. 인시아드(INSEAD) 경영대 에린 마이어 교수가 넷플릭스 사내 문서를 검토하면서 이 회사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와 정리한 것인데요. 넷플릭스의 적극적이고 투명한 피드백 문화를 잘 설명하고 있어요.
오늘 레터에서는 이 책에 나오는 넷플릭스의 피드백 방법론 4A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에서 이 방법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조직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넷플릭스마저도 다른 나라 법인에 적용할 때는 현지 문화에 맞게 조정(Adapt)하라며 하나의 A를 덧붙이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본 피드백 방법론 중에 가장 명쾌한 것 같아 여러분과 4A를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제 이야기를 살짝 보태면서요. 그렇게 길지 않을 테니 잘 따라와 주세요!

리드 헤이팅스・에린 마이어, <규칙 없음> ©️RHK
넷플릭스의 4A 피드백 가이드라인
먼저, 피드백을 줄 때 지켜야 하는 가이드라인 두 가지입니다.
1. 도움을 주고자 하라 (Aim to Assist)
피드백이 긍정적인 의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제게 가장 와닿았던 내용이에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목적이어서는 당연히 안 되고요.
얼마 전 유시민 작가가 방송에서, 말할까 말까 고민할 때 떠올리는 세 가지 질문을 소개해 주셨어요. 첫 번째는 ‘옳은가’, 두 번째는 ‘필요한가’, 마지막 세 번째는 ‘친절한가’라고요. 넷플릭스의 ‘도움을 주고자 하라’와도 잘 연결되는 좋은 기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메뉴 촬영 협업을 위해 신도림점에서 만난 콘텐츠 마케터 조이, 바리스타 노아, 비주얼 콘텐츠 매니저 씬.©️황대웅Dae
2.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피드백을 하라 (Actionable)
애매하고 막연한 피드백은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행동으로 연결되기도 어렵습니다. 듣는 사람이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어떻게 다르게 하면 좋겠는지까지 전달할 수 있다면 좋은 피드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좋은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주변에 이런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계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자이너 데니와 옥션시리즈를 준비하던 어느 날. ©️박은실Momo
3. 감사하라 (Appreciate)
말은 쉽지만, 4A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피드백이 나라는 사람의 약점을 가리키고 있을 때는 특히 더 그런 것 같아요. 피드백을 주기 망설여지고 받기도 겁나는 이유는, 피드백을 받을 때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자신을 잘 알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이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많이 보았기에 근거 없는 생각도 아닐 것 같고요.
그런데 제 삶을 돌이켜보면, 가장 듣기 고통스러웠던 피드백을 통해 가장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혹시 독자님도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피드백을 받은 시점에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덕분에 내가 많이 나아졌구나’ 하는 경험이요.
넷플릭스도 이런 효용을 잘 알고 있기에 피드백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고, 피드백을 받는 첫 단계에 ‘감사하라’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방어하고 싶은 욕구를 이겨내고, 열린 마음으로 주의 깊게 들음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라고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좋은 가이드라인인 것 같습니다.

센서리 훈련 중인 바리스타팀. ©️전인주Adoy
4. 수용하거나 폐기하라 (Accept or Discard)
피드백을 수용할지의 여부를 전적으로 듣는 사람이 결정한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넷플릭스의 문화적 특수성이 반영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조직의 구성원들이 피드백의 유효성을 잘 판단할 수 있을 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한국 회사에서 부하직원이 상사의 피드백을 폐기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고요. 수평적인 관계라고 해도 누군가의 피드백을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탁월하다고 생각한 지점은, 이 방법이 피드백 주고받는 일을 ‘가볍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듣는 사람이 잘 판단해서 수용 여부를 결정할 거라면, 피드백 주는 사람의 마음도 덜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피드백을 준 이후의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듣는 사람 또한 피드백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으니 덜 방어적으로 반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논리적으로 그렇다고 해서 감정적으로도 그런 여유가 바로 생기지는 않겠지만, 넷플릭스의 목표는 그런 문화를 만드는 것일 테니 장기적으로는 유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타필드팀에서 피드백을 주고 받는 칸과 베니. ©️정아름Joy
넷플릭스의 4A 피드백 가이드라인을 읽으며 제가 살면서 받았던 피드백을 하나둘 떠올려 보았습니다. 지금 회사에서 받은 피드백과 예전 회사에서 받은 피드백을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학창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어머니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어요.
어느 날 밥을 먹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뜬금없이 “민수야, 다른 사람들이랑 걸을 때 반걸음 뒤에서 걸어봐.”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때 어머니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진 못 했지만, 뭔가 제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이신 건 알겠더라고요(Aim to Assist). “너무 앞장 서서 걸으면 뒤에 있는 사람을 챙기기 어렵고, 그렇다고 너무 뒤처지면 사람들이 답답하게 여길 수 있어. 딱 반걸음만 천천히 걸으면(Actionable) 다른 사람들하고 문제가 생길 일이 별로 없을 거야.”
안타깝게도 제가 어머니의 말씀에 담긴 뜻을 이해하게 된 것은 한참 후, 아마도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그제서야 이해했다며 어머니께 말씀드렸던 기억이 나네요(Appreciate). 물론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기에, 저는 그후로도 자주 앞장서거나 뒤처졌지만 그래도 한번씩 어머니 말씀을 떠올리며 주변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려 했던 것 같아요(Accept).
독자님도 4A 가이드라인이 잘 들어맞는 피드백을 주고 받았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오늘 레터 읽으시면서 떠올리셨던 일을 아래의 피드백 버튼으로 나눠주세요. 저희에게도 소중한 피드백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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