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커피 인생을 이끌어 준 당신께, Dear<br>#099. 바리스타 7인이 보내는 편지
글쓴이 배정화 Para, 김혜연 Bell, 손정원 Benny, 박은실 Momo
발행일 2023/05/03
Bb에게 5월은 ‘디어(Dear)’의 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년에 이어 마음을 전하는 블렌드 ‘디어’를 출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디어 덕분에 더 많은 동료와 고객분들께 감사를 전할 수 있기도 하거든요.
독자님은 커피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존재에게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면, 누가 떠오르시나요? 딱히 누가 없는 것 같다가도, 이런 저런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줄줄이 고마운 얼굴들이 생각납니다.
“바리스타가 되기까지, 가장 고마운 존재는 누구인가요?”
같은 질문을 동료들에게도 건네보았습니다. 오늘 Bb레터는 일곱 명의 바리스타가 품고 있는 일곱 가지 고마움을 소개합니다. 빈브라더스 바리스타 7인은 어떤 마음으로 바에 서 있을지, 직접 써내려간 편지를 함께 읽어보세요.
Dear 내 친구이자 영원한 나의 리더, 이준명 로스터
배정화 Para, 바리스타(앨리웨이 인천)

빈브라더스 입사 후 오랜 방황. 집에서 7분 거리의 인천 가좌점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당시 가좌점 리드였던 패트릭에게 징징대기 일쑤였죠. 그렇게 1년 8개월째 되는 날, 인천 가좌점으로 발령. 징징거림을 다 받아주던 패트릭은 옆 팀 리더가 아닌 나의 리더가 되었습니다.
남의 아이는 잘못해도 쉽게 혼낼 수 없지만 내 새끼는 모질어도 바르게 키울 수 있는 것처럼, 패트릭은 애정 가득한 채찍과 라페같이 가느다란 당근을 주셨어요. 그 덕에, 저는 지금도 여전히 '파라'라는 이름으로 바리스타 포지션에서 커피를 하고 있네요.
패트릭, 나의 커피 구원자!
덕분에 커피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었고, 실력도 재미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팀원을 존중하며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본보기가 되어주셨어요. 커피 주문이 네 잔만 연속으로 들어와도 벌벌 떨던 제가, 이제는 리더의 자리에서 그때의 패트릭을 떠올리며 팀원들에게 제 경험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습니다.
요즘도 커피에 대한 고민이 쌓여 잘 풀리지 않는 날은 패트릭을 찾아가죠. 언제나 그렇듯 저의 징징거림을 받아 주시며 다양한 방법론을 펼쳐 주시기에 저는 여전히 지루해하지 않고 커피를 탐구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귀를 열어주고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형님.
Dear 어머니
원홍식 Won, 바리스타(신도림)

어머니는 어떻게 성장해 왔나요? 무수한 경험과 그 속의 감정들을 하나씩 터득하며 살아오셨겠죠? 아들을 키워보는 경험은 생에 처음이었을 텐데 어땠을지. 많이 힘들었을지 아니면 의외로 곧잘 하게 된 일이었을지.
아들은요, 그간 살아오며 비췄던 모습보다 훌륭한 하루하루를 살진 못했어요.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한 것들도 두어 번쯤 실수하고 나서야 배웠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잃고 좌절하기도 했어요. 선택에 늘 후회가 남아, 난 좋은 선택지를 고르는 능력이 없나 보다, 자책도 많이 했어요.
매장을 서성이는 작은 꼬마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와요. 나는 저 어린 나이에 그늘진 어머니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있을까, 지금 내 나이가 원홍식이란 꼬마를 돌보았던 당시의 어머니의 나이와 비슷할 텐데, 하면서요. 당시에는 어떤 표정을 하고 계셨어요? 제가 지켜보는 어머니들의 표정과 비슷했을까요? 어머니의 스물아홉은 어떠셨나요. 저는 아직 한없이 어리기만 한데, 어머니는 이 나이에 한 아이의 엄마였네요.
돌이켜 보면 노력이라고 했던 철없는 행동들이 오히려 부모님을 속상하게 만든 일이 너무 많아 후회가 남아요. 서울로 올라오던 날도 부쩍 사이가 안 좋아진 채로 헤어졌잖아요. 그러지 말 걸 그랬어요. 가족이 모두 모여앉아 치킨 한 마리에 사극을 챙겨보던 주말이 그리워요. 우리 꼭 모두 한자리에 앉아 지난 시간을 곱씹으며 서로 어땠냐고 대화해요. 예전처럼.
Dear 아도이
박주리 Pepper, 바리스타(신도림)

바리스타가 되기까지 고마운 존재는 누구일까. 질문을 받자마자 여러 얼굴이 떠올랐는데요. 저의 선택은... 바로 당신, 신도림팀의 리드 ‘아도이’입니다!
사실 고마운 사람은 정말 많아요. 우리 신도림 팀원들,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과 친구들까지. 하지만 아도이를 꼽은 이유는 ‘바리스타라는 말이 조금은 나의 일부가 될 수 있게 채찍질 해주셔서’라고나 할까요, 당근과 채찍의 적절한 밸런스라고 할까요.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어요. 에스프레소 과제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는 브루잉 과제를 하고 있네요. 과제를 진행하며 아도이와 미팅을 가질 때마다 항상 머리를 한 대 띵-하고 맞은 느낌을 받고는 합니다. 왜 항상 무언가 다 알고 계시죠? 언제나 천천히 기다려주고, 헤매고 있을 때면 필요한 방향을 제시해 주시고요. 덕분에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감사해요.
얼마 전, 브루잉 과제로 속상해하는 저에게, 수백 잔을 내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 아도이의 말이 떠오릅니다. 5월에는 무사히 과제를 끝마치고 브루잉 포지션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할게요!
Dear 여자친구
신상협 Willy, 바리스타(파미에스테이션)

그런 순간들이 있어. 일주일 내내 ‘윌리’로 살다가 너를 만나면 ‘신상협’이 되는 순간. 내가 이 멋진 회사에 입사해 ‘윌리’가 될 수 있었던 건, 네가 날 것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믿고 응원해 주었기 때문이야.
이 일을 포기해야 하나 싶었을 때 함께 맛봤던 빈브라더스의 커피, 기억나? 그 경험에 놀라던 내게 입사를 제안한 것도 너였지. 너는 평소에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하면서, 커피를 좋아하는 내 마음과 열정을 믿어주었어. 내가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응원해주는 네가 있기에 다시 한 번 힘낼 수 있었어.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여기가 내 한계는 아닐까 고민하던 때에도 너는 변함없이 값을 매길 수 없는 응원을 보내주었네.
커피로 인해 느낄 수 있었던 감동과 경험들을 많은 사람들한테 전해주고 싶어. 이번 달에는 마침 ‘디어’라는 멋진 커피를 소개하게 되었어. 내가 너에게 받은 그 응원처럼, 5월에 멋진 커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응원하고 위로해주고 싶어.
지난 6년 동안 늘 나에게 최고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이 자리를 빌려 나도 말하고 싶어, 너도 여전히 나에게 최고라고.
Dear 부모님
김혜연 Bell, 바리스타(스타필드 하남)

지금까지 엄마, 아빠 말을 곱게 들은 적이 있었을까? 바리스타의 출발점에 서는 그 순간에도 그랬지. 해외봉사에서 돌아와 커피를 하겠다고 자퇴를 선택했을 때. 빈브라더스 입사를 위해 서울로 가겠다고 선언했을 때.
돌아보면 내 생각과 감정만 앞세워 무작정 행동했던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만 남아. 조금 덜 걱정시킬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그래도 엄마, 아빠가 믿어줘서 내가 선택한 점들을 하나씩 잘 이어가고 있어. 서울 생활도 바리스타도 뭐 하나 쉽지 않지만, 이 길에서 얻는 새로움과 배움이 즐거워.
요즘도 호시탐탐 나에게 대구로 내려오라고 할 때마다 어이없이 웃고 마는데, 항상 그 말에서 위로를 받아. 언제든 내가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몰라. 부자나 최고는 못 되어도 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게. 엄마, 아빠가 가르쳐준 삶의 방식대로. 이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는 길이길 바랄 뿐이야.
생각해보니 ‘커피한다’는 딸인데, 내 손으로 커피를 내려준 적이 없네. 이번에 집에 내려가면 꼭 맛있는 커피 내려줄게. 우리 커피 진짜 맛있거든!
Dear 내 친구 경선
김자영 Jaine, 바리스타(파미에스테이션)

작년에는 전하지 못할 마음을 핑계삼아 전하는 ‘디어(Dear)’가 되기를 바랐는데, 올해에 또 기회가 생기니 네 생각이 가장 먼저 나더라, 경선아.
우리 사이에는 대화가 끊이질 않고 표현하는 마음도 언제나 넘쳐 흐르지. 역시 대화는, 마음은, 나누고 표현할수록 더 깊어지나봐.
글을 쓰면 글을 읽어주고, 커피를 내리면 커피를 마셔주고. 언제나 나의 1호 팬이라고 이야기 해주는 네가 있어, 민들레 홑씨 같던 나도 꽤 단단해진것 같아. 못 본지 꽤 되어서 그런가. 요즘엔 엄마를 생각하면 괜히 울컥하듯 니 생각에도 목이 메. 웬일이야…
항상 고민의 답변 끝에 ‘너는 내가 있잖아’라고 말해줘서, 니가 있어서, 정말 든든해.
조만간 보러 갈게. 앞으로도 잘 지내자. 사랑해, 내친구.
Dear 팀원들
손정원 Benny, 바리스타(스타필드 하남)

스물여덟인가 아홉부터 커피를 했습니다. 당시는 나도, 내 주변 사람들도 ‘바리스타는 카페 알바생’이라는 인식이 더 컸어요. 서서 일하는 직업은 앉아서 일하는 직업보다 못한 듯 보이고, 제가 사장이 아니다 보니 커피숍 종업원으로만 보는 사람들도 많죠. 나와 가까운 사람이 그런 시선을 비출 때면 ‘아, 내가 회사에서 이 직업에 진지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치열하게 사느라 이걸 잊고 있었구나’ 싶습니다.
같은 것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있으면서 같은 것에 반하고, 같은 것에 화내고, 같은 것에 재밌어하는 일이 행복해요. 모모의 질문을 받고 한참 고민했어요. 인생 전부로 따지면 고마운 사람은 많지만, 바리스타가 되는 것을 멋지다고 응원해주는 사람은 정말 적었고, 바리스타가 되기까지는 좀 외로운 순간도 있었거든요.
커피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고, 점점 달라지는 직업관을 알아보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상에 어느새 익숙해졌습니다. 내가 잘해놓은 것을 알아보고 내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동료들이 점점 생겼던 거 같아요.
커피를 내리는 것, 후배를 가르치는 것, 손님을 대하는 것. 내가 선택하고 나를 쏟아붓기로 결정한 직업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건 좋은 팀원들인 것 같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감사를 전합니다.
팀의 편지를 읽고 나니, 저도 고마움을 전해야 하는 꼭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바로 독자님이요! Bb레터가 어느덧 99호. 다음 레터에서 100호를 맞이합니다. 이 긴 여정에 함께해 주신 독자님께 사랑과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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