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카페쇼, 어떠셨어요?<br>#084. 8인의 경험으로 보는 2022 카페쇼
글쓴이 박은실 Momo, 배정화 Para, 이재철 Ash, 백계영 Vero, 김민수 Derek
발행일 2022/11/30
지난 주는 커피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모든 분께 특별한 한 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11월 23일(수)부터 26일(토)까지 4일간, 제21회 서울카페쇼가 열렸거든요. 카페라는 주제 아래 모인 사람들이 코엑스 전관을 채웠으니, 얼마나 큰 규모였을지 상상이 가실 거예요.
누구보다 생생하게 카페쇼 풍경을 전해드릴 예정이었으나, 커피 뉴비인 제가 처음 가 본 카페쇼는 커다란 우주에 가까웠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뿐 아니라 산지부터 기자재, 차, 음료 베이스, 베이커리 등 상상하지 못한 범위의 부스가 가득했고 각종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세션도 많이 진행되었거든요. (인파가 가득한 행사장을 헤매던 저는 기적처럼 구독자 혜니님을 만나 남은 카페쇼를 즐길 수 있었으니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되지만요!)

카페쇼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동료들과 나누다보니, 각자 선 위치에서 카페쇼를 다른 관점으로 보고 즐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카페쇼라는 큰 퍼즐을 서로가 경험한 조각으로 맞춰가며 큰 그림을 보게 되니 팀으로서 경험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 짜릿하더라고요.
오늘은 서로 다른 시선으로 카페쇼를 즐긴 빈브라더스 8인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카페쇼에 가지 못하셔서 아쉬우셨다면, 다녀오긴 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다 둘러보지 못해 아쉬우셨다면, 오늘 Bb레터가 조금이나마 즐거운 간접 경험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커피인의 명절
| 이승현 Lucas, 테크니션
올해로 21회를 맞이한 카페쇼를 저는 '커피인의 명절'이라고 느낍니다. 해마다 기억하고 즐기는 것이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옷장 깊숙이 들어있는 두툼한 겨울옷들을 꺼내볼까 하는 시점엔 항상 카페쇼가 열리더라고요. 이 시기가 되면 가슴 한편에만 두고 이런저런 핑계로 찾아뵙지 못했던 커피인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생각에 설레곤 합니다. 전시장 입구부터 엄청나게 긴 줄에 서 있다 보면 '진작 찾아뵐 걸...'이라는 생각이 아주 조금 들긴 하지만요.

카페쇼는 커피라는 커다란 나무에 뻗어있는 여러 가지의 사람들을 만나게 해줍니다. 조그마한 컵에 진심을 가득 채워주시는 분들도, 다양한 종류의 머신을 새것처럼 관리하고 선보여주시는 분들도, 세계 각지에 있는 생두를 제 자식처럼 뿌듯한 얼굴로 선보이는 분들도,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무대 위에서 멋지게 뽐내주시는 분들도, 커피와 곁들일 수 있는 달달한 디저트를 만들어주시는 분들도 만날 수 있죠. 분야는 다르지만 하나같이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 이내 행복해집니다. 명절에 오랜 친척들과 마주 앉아 정다운 담소를 나누는 것처럼 말이죠.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마음을 다하는 풍경에 저 또한 에너지가 가득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물론, 내년엔 카페쇼가 다시 열리기 전에 한 번씩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겠어요.

2. ‘커피 맛 이해하기’ 프로그램
| 배정화 Para, 바리스타(인천 앨리웨이)
유독 센서리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번 카페쇼에서 센서리 능력을 더 키워보고, 팀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발전시키고 싶었어요. <WCLF 프로페셔널 세션>에서 진행된 '커피의 맛 이해하기'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진행: 라이언스로스터스 노영준 대표).

커피에 포함된 화합물인 ‘유기산(organic acid)’에 대한 이론을 짧게 배우고, 커피에서 인지되는 산을 테이스팅했습니다. 관능으로 어떻게 느껴지는지, 촉감은 어떤지 천천히 경험할 수 있었어요. 오랜만에 센서리에 완전히 몰입하며 각지에서 모인 바리스타들과 토론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ASCA(아시아스페셜티커피협회) 커핑 폼을 이용해 커피 세 잔을 캘리브레이션 했습니다. 저는 꽤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지만, 두 시간 넘는 거리를 간 만큼 본전을 찾고 싶어 발표 기회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어요.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전달하다 보면 지식의 한계치가 드러납니다. 이러고도 센서리에 관심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요즘이었는데, 이번 세션을 통해 '산'에 대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재료와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함께해주신 분들과 노영준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3. 챔피언 세션
| 이재철 Ash, 바리스타・로스터
2022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앤서니 더글라스가 진행하는 <챔피언 세션>에 다녀왔습니다. 챔피언 세션은 ‘왜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나?’라는 질문으로 출발했습니다. 앤서니의 대답은 명쾌했습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이 대회에 도전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에 감명받아,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부딪혀보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대회에 출전하면서 점점 우승에 가까워지고 성장해가는 자기 모습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세션의 주된 내용은 ‘마음가짐(마인드 셋)’이었어요. 나쁜 생각을 멀리하고 좋은 생각만 할 수 있도록 아침마다 명상과 운동 루틴을 지속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을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도록 5개월이나 노력했고, 결국 우승을 이루어냈습니다. 마인드 셋과 더불어 우승을 위한 모든 변수를 마인드맵으로 적었다고 해요. 변수 통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지금의 앤서니를 챔피언으로 이끌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가장 감명 깊었던 말은 "목표에 집중하기보다는 과정에 집중하자"라는 말이었습니다.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 좌절이 클 수 있지만 과정에 집중하면 그만큼 자신의 성장을 돌아볼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네요. 월드 바리스타가 가진 마인드의 품격과 그동안의 노력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세션이라 한 명의 커피인으로서 큰 자극을 얻었습니다.

4. 시음 이벤트 진행
| 백계영 Vero, 온라인 커뮤니티 매니저・바리스타
카페쇼 마지막 날,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 엘로치오와의 협업으로 빈브라더스 커피 시음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벨벳화이트로 추출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제공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약 석 달 만에 바리스타로서 머신 앞에서 많은 사람과 가까이서 소통을 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행사였어요. 대기하는 고객이 제 바로 오른쪽에 계시는 상황이라 나란히 서서 대화할 수 있었던 동선도 인상 깊었고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로 세팅에 번거로움을 겪기도 했지만, 완벽한 곳에서는 누구나 진행이 수월하기에, 많은 변수에 노출된 곳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 오히려 큰 경험과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또 좋은 커피 추출의 전제 조건은 ‘좋은 재료’라고 생각하는데요. 가져간 벨벳화이트의 퀄리티가 정말 좋아서 에스프레소에 자몽과 얼그레이 향이 가득했습니다. 농도도 원하는 범위로 잘 구현되었고요. 덕분에 고객분들은 놀라움과 공감으로 반응해주셨고, 시음 후에 다시 오셔서 드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훌륭한 재료와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의 일원으로 고객들을 만날 수 있어 저도 더 자신감 있는 태도와 미소를 지닐 수 있었어요.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5. 해외 업체 미팅
| 로사 홍 Rosa, 생두 소싱 코디네이터
생두 소싱의 많은 부분은 모니터 앞에서 이메일로 이루어지는데요. 2022 카페쇼를 계기로 해외의 여러 농장과 수출입업체들이 한국을 방문했어요. 덕분에 2주간 많은 미팅이 잡혔고, 여러 국적을 가진 분들과 교류할 수 있었죠.

특히 카페쇼 C홀에는 각국의 부스가 설치되었는데요. 에티오피아, 파나마, 브라질, 콜롬비아, 온두라스 부스를 방문해 보았어요. 이메일로 업무 메일만 주고 받던 분들을 실제로 만나니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명함도 교환하고, 얼굴도 익히고,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니 신기하기도 했어요.
앞으로는 다시 온라인으로 소통하겠지만 이전과는 다를 것 같아요. 서로를 기억하고, 좀 더 마음을 쓰게 되겠죠. 역시 직접 만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6. 축제를 실감했던 커피앨리 홀, 새로운 발견 ‘프로토콜’
| 안현준 Jun, 바리스타(합정)
카페쇼는 매년 축제 같은 이벤트잖아요. 올해는 이 ‘축제’라는 키워드가 더욱 뾰족해졌달까요. 그 인상을 강하게 받았던 곳은 단연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가득 모여 있는 E홀의 ‘커피앨리’였습니다. 들어가는 데만 30분 넘게 기다렸지만 물론 그 이상으로 좋았답니다. 그중 새롭게 알게 된 ‘프로토콜’이라는 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근처의 다른 부스 줄을 기다리고 있다가 발견했는데, 무엇인가 다른 인상을 받아서 동행한 바리스타 벨에게 가보자고 했어요.

전체적인 경험 설계와 꾸밈새는 마치 바를 그대로 들고 오신 것 같았습니다. 바리스타분들 뒤에 구성원들의 이름이 적힌 사진이 보이는데, 저에게 설명해주시는 분과 커피를 내려주시는 분이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설명해주신 분 이름이 기억나요. 에티튜드와 커피까지요. 연희동에 매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카페쇼가 끝난 며칠 뒤 바로 다녀왔어요. 매장 경험도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7. 베이커리 인사이트
| 김정원 JOANNA, 파티쉐
CEO 루이, 로아상의 셰프 한과 함께 카페쇼에 방문했어요. 처음에는 '오, 이런 곳이 있구나' 정도의 생각이었는데요. 두 분과 한 부스, 한 부스를 경험하며 베이커리를 보는 관점이 점점 또렷해졌어요. 덕분에 '여기는 다른 곳과 어떤 점이 다르지?’, ‘왜 이런 제품을 소개할까?’ 등의 구체적인 질문을 품고 카페쇼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케이크를 납품하는 곳이 정말 많아졌더라고요. 그만큼 찾는 사람들이 많은 거겠죠. 베이커리는 카페 운영에 경쟁력을 주기도 하니, 카페를 위한 베이커리의 위치가 많이 올라갔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동시에 ‘왜 색다른 제품은 없을까?’라는 의문도 생기더라고요. 흔히 보이는 치즈 케이크나 티라미수 같은 케이크가 아닌 디저트도 납품할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이번 카페쇼를 통해 어떻게 빈브라더스 베이커리의 외연을 넓혀갈까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지금은 빈브라더스 매장을 통해 베이커리를 소개하고 있지만, 함께하는 파트너사 카페나 온라인 등 외부까지도 영역을 넓혀보고 싶다는 자극을 받았달까요. 물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겠지만, 늘 그렇듯 우리는 개인이 아닌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능할 거예요.

8. <바리스타의 무대, 그 현재와 미래> 강연
| 김민수 Derek, 수석연구원
월드커피리더스포럼 글로벌 세션에 다녀왔습니다. '커피 마메야'의 헤드 바리스타 미키 타카마사의 <바리스타의 무대, 그 현재와 미래> 강연을 들었는데요. 커피 마메야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다루고, 아무리 줄이 길어도 한 분의 고객에게 15-20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원두를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커피 브랜드지요. 후반부의 흥미로운 질의응답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중 하나를 소개할게요.

'숙련된 바리스타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나요'라는, 바리스타로 추측되는 분의 질문이었습니다. 단순히 바리스타 업무에 능숙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그런 루틴들이 몸에 익은 바리스타의 다음 스텝이 무엇인지 물어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려운 질문이라며 생각에 빠진 미키 타카마사가 들려준 답변은 이러했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요약해볼게요.)
"커피 마메야에 입사한 바리스타의 경우 아무리 오랜 경력이 있더라도 주니어 바리스타처럼 교육합니다. 얼마나 빠르게 커피 마메야에 적응하느냐가 '숙련도'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커피 마메야의 바리스타는 프로입니다. 프로는 결국 어느 정도의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느냐로 자신을 증명하게 되지요. 처음 온 손님의 재방문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는지와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리스타의 음료 제조역량이나 호스피탈리티와 같은 답변을 예상했던지라 인상이 깊었습니다.
독자님은 카페쇼에 다녀오셨나요? 카페쇼에 대한 독자님의 생각이 궁금해집니다. 오늘 레터는 어떻게 읽으셨는지 피드백 버튼을 통해 독자님의 생각도 남겨주세요. 모두의 생각이 모이면 이보다 더 입체적인 카페쇼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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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루카스, 파라, 애쉬, 베로, 로사, 준, 조안나, 데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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