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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톨렌과 커피
#082.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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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톨렌과 커피#082.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사람들

FACT SHEET

제목 슈톨렌과 커피<br>#082.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사람들

글쓴이 정한 Han, 김선민 Kev, 박은실 Momo

발행일 2022/11/16

안개가 자욱했던 아침, 어떤 외투를 입으셨나요? 저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롱코트를 꺼내 입었어요. 계절의 경계에 서 있는 요즘입니다. 조금 이른 듯하지만, 빈브라더스는 이미 12월에 도착해있습니다. 여기저기서 크리스마스 시즌을 준비하는 소식이 들려오네요. 오늘은 우리들의 행복한 겨울을 위해 한 달 먼저 12월을 살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첫 번째로 슈톨렌을 만드는 로아상 팀의 정한 셰프(이하 한)를 만났습니다. 두 번째로는 크리스마스 블렌드 <휘게>를 개발한 김선민 로스터(이하 케이브)를 찾아갔어요.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빵과 커피라니, 혹시 공복이시라면 미리 죄송합니다. 그럼 오늘은 저와 함께 베이커리와 로스터리를 방문하며 12월을 미리 만나보시죠.






1.

슈톨렌을 준비하는, 

로아상의 한


셰프 한을 만나러 인천 코스모40에 위치한 로아상을 찾았어요. 로아상이 생소하신 분들도 있을 텐데요. 합정점에서 시작한 빈브라더스 베이커리가 성장하며 2021년 ‘로아상’이라는 독자적인 베이커리 브랜드로 성장했답니다. 지금은 종로와 인천에서 만나실 수 있어요. 브랜드는 다르지만, 같은 직장 동료로서 유대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어 한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어요. 슈톨렌 만드는 걸 구경하고 싶다는 말에 ‘얼마든지요’라고 대답해준 한…(감동) 덕분에 여러분과 슈톨렌을 주제로 수다를 나눌 수 있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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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 쑤, 어텀. 휴무인 동료 캐럴이 없다고 아쉬워한 세 사람. ©️박은실Momo


한, 반갑습니다. 먼저 슈톨렌이 낯선 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려요.

모모, 어서 오세요. 슈톨렌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 조각씩 잘라먹는 전통을 가진 독일 빵인데요. 겉은 눈이 쌓인 것처럼 슈가파우더에 싸여 있고, 안에는 마지팬이라는 말랑한 아몬드 과자가 들어있어요. 럼에 절인 건과일과 향신료를 반죽에 섞고, 거기에 마지팬을 끼워 구워요. 그 후에는 버터를 바르고 슈가파우더를 묻혀 완성합니다. 이 공정 덕분에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1년까지 먹을 수 있는 독특한 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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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래떡 아닙니다. 낯설고 귀여운 마지팬. ©️박은실M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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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된 슈톨렌. ©️박은실Momo


1년 전에도 슈톨렌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나요. 올해도 슈톨렌을 준비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작년에 슈톨렌을 만들고 직원분들께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도 슈톨렌을 판매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 맛보는데 맛있었다’ 등 반응이 좋았어요. 선물용으로도 많이 사 가셔서 뿌듯했죠. 처음인 데다가 소량으로 판매했는데도 손님들께서 많이 구매해 주셨고요.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을 슈톨렌과 함께 즐기시는 게 사방에서 느껴지더라고요. 연말에 가까운 지인과 가족들에게 선물하거나 크리스마스에 함께하면 좋을 제품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커피를 잘하는 우리와도 꼭 어울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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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브라더스의 소개로 예약 판매를 시작한 슈톨렌. ©️황요성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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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 미니와 포토그래퍼 씬이 만들어낸 작품. ©️황요성Scene


슈톨렌이 한국에도 제법 많아지는 것 같아요. 로아상 팀만의 디테일이 있을까요?

신경 쓴 부분이 많은데요. 좋은 품질로 일관성 있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했고요. 팀에서 공유했던 원칙들이 몇 가지 있는데, 소개해 드릴게요.


1. 향의 밸런스. 특히, 씹을 때 럼에 절인 후르츠 믹스와 향신료의 향이 잘 어우러지게 신경 썼어요.

2. 특정한 맛이 튀지 않게. 건과일의 크기를 비슷하게 해서 어느 특정한 건과일이 도드라지지 않게 주의했어요.

3. 반죽의 부드러움. 약간의 촉촉함이 유지되게 했어요. 식감이 딱딱해지지 않게요.

4. 너무 달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해요.

5. 버터로 코팅할 때 신경 썼어요. 버터에 충분히 담갔다가 꺼내되, 버터가 슈톨렌에 많이 스며든 느낌이 나지 않게요.

6. 마지팬은 미세한 식감을 주기 위해 쫀쫀함을 살짝 추가했어요. 보조의 역할이기 때문에 너무 튀지 않게 했고요.

7. 견과류가 도드라지지 않게. 즐거운 식감이 추가되는 정도를 유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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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럼에 절인 각종 건과일. ©️박은실M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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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더 숙성시킨 것. ©️박은실Momo


와, 신경 쓸 부분이 많은데요?

시작점인 반죽부터 한 단계씩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해요. 단계마다 명확한 포인트를 가지고 만들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어렵거든요. 이 모든 과정이 잘 맞아떨어질 때 디테일이 살아나요. 준비 단계부터 손님이 드시는 순간까지 전 과정을 고려하려고 애썼어요. 반죽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포장 그리고 적절한 시점에 드실 수 있게 제조 일자를 조절하는 부분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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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김 식힌 빵을 녹인 버터에 담가 코팅. 보기보다 뜨거워서 조심하는 작업. ©️박은실M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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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가 파우더는 1, 2차에 나누어서 묻혀줍니다. 집중하는 쑤와 어텀. ©️박은실Momo


시행착오가 많았을 것 같아요.

올해는 팀원들과 연습하는 과정을 조금 더 넉넉히 잡았어요. 8월부터 매주 슈톨렌을 만들었죠. 소량으로 여러 번 만들면서 모든 단계를 자세히 관찰하고, 함께 경험하는 시간을 늘려갔어요. 각 공정이 왜 필요한지, 결과물은 왜 이렇게 나오게 되었는지 서로 충분히 나눌 수 있었어요. 다행히 작년의 경험이 있어서 수월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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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척척, 연습의 결과물. ©️박은실Momo


2022년 슈톨렌을 기다리시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슈톨렌을 만들 때는 ‘깊이 체험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단순히 맛뿐 아니라, 반죽의 온도나 촉감 같은 감각도 잘 느껴야 하죠. 반죽-발효-분할-베이킹-버터 코팅과 슈가파우더를 묻히는 과정까지 틈틈이 느껴지는 향도 제품 퀄리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까다롭게 확인했어요. 이런 노력이 고객들께도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슈톨렌은 마치 익어가는 과일 같아요. 만든 날 먹는 것과 시간이 지난 뒤에 먹는 것이 다르거든요. 빵은 대부분 갓 구웠을 때가 가장 맛있는데요. 슈톨렌은 그 반대 지점에 있어요. 슈톨렌을 반으로 잘라 얇게 썰어서 한 조각씩 여러 날에 걸쳐 드셔 보세요. 변화하는 풍미를 잘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로아상의 슈톨렌은 최소 3일 후에서 2주 사이에 드시길 추천해 드려요. 소중한 분들과 함께 나누시면서 다채롭고 깊은 맛과 향을 즐기실 수 있기를, 슈톨렌이 모두에게 값진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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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소리는 안 찍혀서 다행이라던 로아상팀. 아무래도 찍힌 것 같아요. ©️박은실Momo






2.

크리스마스 블렌드를 준비하는, 

로스터리의 케이브


이어서 리드 로스터 케이브를 만나러 로스터리에 도착했습니다. Bb레터 구독자시라면 이제 조금은 익숙한 이름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케이브는 이미 몇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시즈널 블렌드를 준비해 왔습니다. 이제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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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은 케이브의 웃는 사진. 여러분, 제가 해냈습니다.©️박은실Momo


케이브,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시즈널 블렌드’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특별한 기간에 개성 넘치는 싱글 오리진들을 흥미롭게 조합하여 출시하는 블렌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3월에는 빈브라더스 생일에 맞춰 <개화> 블렌드를, 5월에는 소중한 분들께 마음을 전하는 <디어> 블렌드를 소개하기도 했죠.


로스터 입장에서 시즈널 블렌드를 구상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싱글 오리진이 산지와 생산자의 특성을 드러낸다면, 블렌드에는 로스터리의 개성을 담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특히 시즈널 블렌드는 짧은 기간 소개되기 때문에 재료 선택에 있어 자유도가 높아요. 물량이 적어도 품질과 향미만을 보고 재료를 선택할 수 있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기에 개발하는 로스터의 의도가 블렌드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고요. 로스터로서 흥미로운 작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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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카드에 들어갈 노트를 정하기 위한 커핑. ©️박은실M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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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핑 후 의견을 정리하는 케이브. ©️박은실Momo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휘게’라는 이름으로 크리스마스 블렌드를 선보이게 되었어요.

휘게는 ‘일상 속의 소소하지만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하는 단어인데요. 생두 소싱 코디네이터 로사가 편안한 연말을 기대한다는 의미로 제안해주어서 선택된 이름이에요. <디어> 블렌드가 5월을 떠올리게 하듯 <휘게>도 12월에 꼭 맞는 블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네요.


크리스마스의 아늑함을 커피 향미로 어떻게 표현하셨어요?

따뜻함과 빨강. 제가 의도한 심상이에요. 다양한 베리의 색상이 떠오르면서도 날카롭지 않게 신경썼고, 기분 좋은 단맛이 편안함을 주도록 만들었어요. 선명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커피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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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의 원두 구성을 설명 중인 케이브. ©️박은실Momo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 특별히 신경쓰신 부분이 있나요?

<휘게>는 에티오피아로만 블렌딩했는데요. 무산소 발효로 가공된 에티오피아 비율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무산소 발효 커피의 비율이 너무 높으면 마실 때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캐릭터가 명확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겨울에 베리 향미를 가진 에티오피아 커피라니 기대되네요. 어떻게 마시면 좋을까요?

커피의 플레이버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브루잉도 추천하지만, 선명한 베리 향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밀크 타입은 꼭 드셔보시길 추천해요. 보통 내추럴, 무산소 커피가 가지고 있는 베리톤의 향미는 우유에 잘 묻히지 않거든요. 물론 블랙 타입, 밀크 타입 모두 맛있으니 기회가 되신다면 다양하게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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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맛봐서 죄송합니다, 독자님. ©️박은실Momo






로아상과 로스터리에 다녀오니, 12월을 준비하는 얼굴들이 더 떠오릅니다. 원두 카드를 디자인하고 있는 디자이너 루시, 원두 카드 소개 글을 준비할 수석연구원 데릭, 우리가 행복할수록 바빠지는 물류팀과 각 매장에서 커피를 선보일 바리스타팀까지요.


독자님은 연말을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나요? 모쪼록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을 전달하는 향긋한 계획이길 바라봅니다. 슈톨렌과 휘게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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