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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의 아침
#079. 하남 스타필드팀의 오픈 루틴 따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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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의 아침#079. 하남 스타필드팀의 오픈 루틴 따라가기

FACT SHEET

제목 바리스타의 아침<br>#079. 하남 스타필드팀의 오픈 루틴 따라가기

글쓴이 김혜연 Bell, 박은실 Momo

발행일 2022/10/26

오늘은 ‘바리스타의 아침’을 취재하기로 한 날입니다.



"바리스타의 일과를 레터에 담아보면 어떨까요?"



반짝이는 눈으로 제안해준 김혜연 바리스타(이하 벨)를 만나러 하남 스타필드에 왔습니다. 쌀쌀해진 가을 아침, 오전 8시 50분이 조금 넘은 시간입니다. 굳게 닫힌 쇼핑몰 정문을 지나 건물 뒤편 직원 출입구로 입장합니다. 불 꺼진 쇼핑몰에 울리는 제 발소리가 낯설게 다가오네요.


오늘의 오픈 담당은 벨과 강태현 바리스타(이하 칸)입니다. 벨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두 사람의 동선을 따라 바리스타의 아침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해 보려고 합니다. 카페는 왠지 늘 그대로인 것 같은데, 그 모습을 준비하는 바리스타의 아침은 어떤 모습일까요? 독자님도 즐겁게 따라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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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오픈 담당 바리스타 칸과 벨.©박은실Momo





🕘 9:00 AM 오픈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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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매장의 조명을 밝히며 바리스타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잠긴 목소리로 벨과 가벼운 안부를 나누는 동안 칸이 도착합니다.


🗣️ 모모: 칸, 저랑 벨은 어제 인천 로스터리 커핑에서도 만났어요. 그 얘기 중이었답니다. 

🗣️ 칸: 와, 재밌었겠다. 저는 근무여서 열심히 일했어요. 전 하남에 살아서 인천엔 자주 못가지만 종로 결이나 합정점은 휴무에 자주 놀러 가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벨과 칸의 움직임을 보니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오픈 준비는 한 시간, 담당은 두 사람. 바리스타의 공간인 바(bar)와 고객 공간인 홀(hall)로 역할을 나눠 오픈 준비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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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기기의 물 흘리기 중인 벨. ©박은실Momo


바 오픈 준비 (벨 담당)

바리스타팀이 하루 동안 바에서 원활하게 일할 수 있게 모든 환경을 돌봐요.

• 베이커리 진열

• 기기 세팅


에스프레소 머신, 그라인더 등 기기의 전원을 켭니다. 베이커리 팀에서 보내준 신선한 디저트류는 장식을 추가해 진열해요. 에스프레소 머신에 물을 흘리며 예열을 시작하고, 밤새 그라인더 챔버 안에 갈려 있던 원두들을 모두 갈아내 본격적으로 커피 추출을 준비합니다. 오픈할 때 다른 팀원들이 참고할 만한 사항이 있으면 슬랙(메신저)으로 공유해 두고요.


78805a221a988e79ef3f42d7c5bfd418_110655.jpg칸, 의자 먼지 제거 중. ©박은실Momo


🪑 홀 오픈 준비 (칸 담당)

고객이 쾌적한 환경에서 커피를 즐기실 수 있도록 청소해요.


• 구석구석 먼지 제거하기

• 백스테이지 자재 정리


그 사이 바리스타 칸은 홀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선반, 진열 상품, 테이블, 바, 의자를 꼼꼼히 닦아요. 막 도착한 우유 재고 정리도 칸의 몫입니다.


🗣️ 모모: 평소엔 어떤 대화를 나누며 준비하세요? 

🗣️ 칸: 먼저 온 팀원이 틀어 놓은 음악 얘기를 자주 해요. 매장 분위기와 상관없이 일상적으로 듣는 음악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오늘 벨이 선택한 음악은 가수 태연의 앨범이네요.





🕤 9:30 AM 커피 세팅


매장이 더 쾌적해진 느낌이 들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커피를 준비합니다. 스타필드에 입점한 근처의 매장들도 제법 불이 켜졌습니다. 다른 직원분들도 하나둘 출근을 하셨네요. ‘오픈 30분 전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 벨: 커피는 전날 세팅 값을 기준으로 추출해보고 테이스팅한 뒤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요. 같은 원두라도 그날의 원두 컨디션과 온도, 습도 등 환경에 따라 세팅이 조금씩 달라지거든요. 지금 막 에스프레소를 추출했는데 추출 시간이 길어져서 분쇄도를 조금 굵게 바꿔보려고요.


☕ 에스프레소 세팅 (벨 담당)

추출한 에스프레소는 아메리카노로 제조해 적절한 세팅 값을 정한 뒤, 화이트(우유) 타입으로도 테이스팅합니다. 에스프레소가 우유의 향미에 밀리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지도 체크해요.


78805a221a988e79ef3f42d7c5bfd418_110823.jpg 에스프레소 추출 중인 벨. ©박은실M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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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별 화이트 타입 테이스팅. ©박은실Momo


☕ 브루잉 세팅 (칸 담당)

브루잉 세팅은 홀 담당자의 역할입니다. 칼리타웨이브를 이용해 원두를 종류별로 추출합니다. 이후 향미를 평가하면서 분쇄도를 미세하게 한 번 더 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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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잉 중인 칸. ©박은실M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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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내릴 원두는 모두 다섯 종류. ©박은실Momo


각자 세팅을 마친 뒤에는 추출한 모든 커피를 함께 테이스팅하고 커피 농도를 측정합니다. 두 사람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지네요. 하루의 커피를 책임질 세팅 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간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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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기기로 추출한 음료 먼저 테이스팅. ©박은실Momo


🗣️ 벨: 에티오피아 이디도는 도징량*을 0.5g 올려 추출해봤는데 자두, 포도 같은 과일의 향미가 더 선명해져서 이 수치로 오늘 사용하는 게 좋겠어요. 블랙수트도 도징량을 올려봤는데 살짝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다시 기존 도징량으로 낮추고 추출 시간을 늘리니 다크 초콜릿과 카카오닙스 뉘앙스가 잘 드러나네요. 블랙수트는 이 세팅 값으로 해야겠어요.

*도징량: 에스프레소 추출을 위해 포터필터에 담는 원두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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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브루잉 커피 최종 테이스팅. ©박은실Momo


🗣️ 벨: 브루잉 커피들은 모두 클린하고 노트가 잘 느껴져서 좋은데요. 볼리비아, 과테말라는 향 강도가 조금 아쉬워요.

🗣️ 칸: 저도 특히 볼리비아가 그렇게 느껴지네요.

🗣️ 벨: 분쇄도가 몇이에요?

🗣️ 칸: 6이요. 5.75로 분쇄해서 다시 추출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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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DS 측정. ©박은실M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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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원들을 위한 세팅 값 기록. ©박은실Momo


취재를 해야 하는데 긴장감이 느껴져서 말도 못 붙였네요. 휴, 이제 거의 끝난 것 같습니다.


🗣️ 모모: 이렇게 많은 커피를 맛보는 장면은 합정점에서도 많이 봐서 이제 익숙해지려고 해요. 

🗣️ 칸: 다른 매장 오픈 모습도 비슷하죠? 모모: 저는 합정점 오픈만 봤는데, 합정점은 화장실이나 주차장을 관리해야 하는 게 다른 것 같아요.


커피 세팅을 마치고 나니 10시 5분 전. 칸은 매장 입구를 막아놓았던 가이드 라인을 걷기 시작합니다. 이제 정말 손님들을 맞이할 시간입니다.


🗣️ 모모: 칸은 오픈하는 게 좋아요, 마감하는 게 좋아요? 

🗣️ 칸: 저희 팀원들끼리도 자주 하는 대화예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아요. 오픈하는 날은 늦잠을 못 자서 아쉽지만 가장 일찍 퇴근하는 즐거움이 있죠. 전 오픈하는 게 더 좋아요.





아침의 마음


벨은 뒷정리를 하기 전 재생목록을 바꿉니다. 태연은 퇴장하고 차분하면서도 엣지있는 비트가 흐르네요. 팀원들이 만들어 놓은 플레이리스트 중, 오늘은 바리스타 베니의 ‘가을하늘’이라는 플레이리스트를 골랐다고 합니다.


정리 중인 벨에게 마지막 질문을 건넸습니다. 바리스타의 아침에는 어떤 마음이 필요한지 궁금했어요.


1️⃣ 아무래도 하루의 기준이 되는 커피를 세팅한다는 책임감이 가장 커요. 로스팅 날짜와 배치마다 세팅을 다시 잡긴 하지만, 오픈할 때만큼 오롯이 세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거든요. 그 책임감 때문에 처음에는 많이 긴장되고 떨렸는데 지금은 꽤 익숙해졌어요. 이제 하루의 커피를 가장 먼저 맛본다는 설렘도 느껴요.


2️⃣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해요. 오픈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한 가지 커피의 퀄리티가 100점이 아니라고 계속 붙들고 있으면 다른 중요한 것들까지 놓치기 쉬워요. 전체적인 퀄리티와 커피의 톤을 균일하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3️⃣ 마지막으로, 좋은 커피로 고객들을 잘 맞이해야겠다는 다짐을 해요. 빈브라더스와 함께 하루를 시작해주시는 고객들께 감사한 마음,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바라는 마음 등을 가득 담아 커피를 내어드리겠다고 다짐합니다.





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오전 10시 되기가 무섭게 바로 첫 손님이 방문해주셨어요. 블랙수트 두 잔을 주문하셨네요. 기다리시는 손님께 조심스레 말을 붙여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스타필드 안의 다른 매장에서 일하시는 분이었어요. 평소에도 자주 오신다고, 주변에도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고 해주셔서 제 어깨가 다 으쓱해졌습니다.


손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벨이 내린 커피가 나왔네요. “오늘의 첫 손님이시니 행운이 가득하실 거예요!” 주먹을 불끈 쥐고 화이팅을 외쳐 드리며 손님을 배웅했습니다. 커피 두 잔에 담긴 바리스타의 아침을 떠올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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