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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 이후의 프리미엄 커피
#062. ‘포스트 게이샤’를 노리는 유력 품종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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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 이후의 프리미엄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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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 이후의 프리미엄 커피#062. ‘포스트 게이샤’를 노리는 유력 품종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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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게이샤 이후의 프리미엄 커피<br>#062. ‘포스트 게이샤’를 노리는 유력 품종 3가지

글쓴이 김민수 Derek

발행일 2022/06/29

빈브라더스 로스터리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커핑을 합니다. 산지에서 새롭게 수확된 샘플들을 맛보고 Bb의 커피로 출시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커핑이에요.


이번 주에 커핑 테이블에 오른 커피들은 제법 가격이 비싼, 소위 ‘프리미엄 커피'라고 부를만한 커피들이었습니다. 이번에 옥션 시리즈로 출시한 나인티플러스의 커피 정도로 비싼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커피들에 비해 생두 가격이 5배에서 10배 정도 비싼 수준이었으니 구매 결정을 내리기가 꽤 어려운 편입니다. 물론 실제로 커핑할 때는 이러한 구체적인 가격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품질만 평가해요. 아무래도 가격으로 인한 편견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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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의 로스터리 풍경. ©박은실Momo


위 커피들을 대상으로 실제로 커핑을 해보니 꽤 흥미로운 컵들이 있었습니다. 팀원들에게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커피는 콜롬비아에서 재배된 게이샤 내추럴이었어요. 이 커피에 대해 블라인드 커핑을 진행한 4명의 코멘트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콜롬비아 게이샤 내추럴

• L : 게이샤 느낌이 났음. 꽃과 복합적인 베리, 그리고 포도의 향이 났음. 단맛과 산미 모두 좋았고, 촉감도 괜찮았음. 발효 느낌이 약간 있는데 과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느껴짐.

 D : 과일 향미가 강렬하면서도 즐겁게 느껴졌음. 충분한 단맛과 과일스러운 산미. 약간의 쓴맛이 아쉬웠음.

 R : 선명하고 달콤한 꽃과 핵과, 캐러멜 향이 났음. 너무 좋았음.

 K : 독특한 향미가 느껴졌는데 정확히 특정하기는 어려웠음. 장미 같은 향이 느껴짐. 단맛 좋고, 촉감이 클린했음.


✔️ 게이샤: 게이샤(Geisha) 혹은 게샤(Gesha)로 불리는 이 커피 품종은 에티오피아에서 유래하였는데, 21세기 들어 베스트 오브 파나마를 포함 전 세계 많은 커피 대회를 휩쓸며 프리미엄 커피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이날 커핑한 15종의 커피 중에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커피가 무엇일까 하고 뚜껑을 열어봤더니 ‘게이샤'였다는 점은 그다지 놀랍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로스터리에서 블라인드 커핑을 하다 보면 자주 겪게 되는 일이거든요. 그만큼 현재의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게이샤의 존재감은 막강합니다.


왜 그럴까요. 길게 이야기하면 이런 것 같습니다. 꽃과 과일 향이 선명한데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이런 매력적인 향을 잘 받쳐주는 단맛과 산미를 가진 커피가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적절히 로스팅한다면 좋은 ‘클린 컵’을 보장할 수 있겠죠. 짧게 말하면, 게이샤는 쉽습니다. 커피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처음 게이샤를 마시고 ‘우와'하는 광경을 심심찮게 보게 돼요. 굳이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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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아와 꽃향이 인상적이었던, 지난 1월의 파나마 레리다 게이샤. ©윤서영Kyokyo


게이샤가 왜 좋은지는 잘 알겠고 저도 게이샤를 많이 좋아하고 즐겨 마십니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언제까지 ‘프리미엄 커피=게이샤’일까요. 아니, 언제까지 그래야 할까요? 게이샤도 좋지만, 다른 매력을 가진 프리미엄 커피들은 없는 걸까요?


물론 있습니다. (누가 정했는지 궁금한) 소위 ‘세계 3대 커피'가 그 영광을 차지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아 보이고, 꽤 쟁쟁한 다른 후보들이 ‘포스트 게이샤'를 노리고 있지요. 제가 생각하는 유력 후보 셋을 뽑아보았습니다.






1. 케냐 SL28


게이샤를 제외하고, 블라인드 커핑으로 품종을 알아맞힐 수 있는 몇 안 되는 커피 품종이 바로 SL28입니다. 케냐에서 재배된 SL28도, 코스타리카에서 재배된 SL28도 특유의 달콤함과 열대과일 향미를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독보적인 향미 덕분에 케냐 커피를 마니아 수준으로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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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SL28. ©worldcoffeeresearch


다만 다소 취향을 탄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좋아하게 되기까지 여러 번의 시도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요. 일반적인 커피들에 비해 꽤 낯선 향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요. 게이샤가 비교적 호불호를 덜 타는 편임을 고려하면, 아직은 게이샤급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온두라스 파라이네마(Parainema)


온두라스에서 주로 재배되는 파라이네마는 게이샤나 SL28에 비하면 아직 밝혀진 것이 많이 없는 편입니다. 커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좋은 편인데, 컵 퀄리티도 훌륭한 점이 큰 장점으로 알려져 있어요. 온두라스 Cup of Excellence의 상위권을 주로 차지하는 품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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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 파라이네마. ©worldcoffeeresearch


제가 마셔본 파라이네마는 대체로 달콤한데, 좋은 과일 향미도 느낄 수 있는 커피였습니다. 그런데 그 과일 향미가 에티오피아와는 한 끗이 다른 느낌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과일인지 식별이 잘 안되었다는 공통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저의 식별력이 부족해서였을 텐데요. 그래서인지 주로 커피의 가치를 잘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 높게 평가받는 느낌입니다.


주로 온두라스에서 재배되고, 생산량이 많은 편이 아니라 일반 카페에서 쉽게 맛보기가 어렵다는 점이 다소 아쉬운 점인 것 같아요.






3. 수단 루메(Sudan Rume)


수단 루메 혹은 루메 수단으로 불리는 이 품종은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커피 품종입니다. 아마 시작은 예전 콜롬비아 미카바 농장을 운영하는 폴 도일에게 들었던 한 마디였던 것 같아요. 폴의 미카바 농장에서는 주로 게이샤를 재배하는데, 어느 날 친구가 와서 정체불명의 커피 씨앗을 주며 ‘게이샤보다 더 맛있는 커피'라 했다고 해요. 바로 수단 루메였지요.


호주 오나 커피(ONA Coffee)의 사샤 세스티치가 2015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우승할 때 사용했던 커피로도 유명한데, 이 품종과 관련된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F1 하이브리드라는 1세대 교배종을 만들 때 이 수단 루메가 사용된다는 점인데요. 수단 루메의 생산성이 낮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질병 저항력이 좋으면서도 생산성이 좋은 티모르 하이브리드와 교배를 시켰다고 해요. 그 결과물이 바로 좋은 생산성과 좋은 컵 퀄리티를 목표로 하는 1세대 교배종, F1 하이브리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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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루메. ©Café Granja La Esperanza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그래서 수단 루메는 어떤 향미를 갖고 있는데?'하고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제가 만족스러운 답변을 드릴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저도 수단 루메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위에 언급한 온두라스 파라이네마보다도 훨씬 보기가 어려운 커피 품종이기 때문인데요. 제가 과거에 맛본 몇 번의 수단 루메 경험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아내기엔 기억이 다소 희미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가장 최근에 맛본 수단 루메가 어땠는지 떠올려보니, (아마 가공방식에 영향을 받아서였겠습니다만) 아주 진한 카카오 향미로 시작해서 선명한 꽃과 과일 향미가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쉬운 커피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는데, 지금껏 마신 커피들과 한 끗이 다르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게이샤와 겨뤄볼 만하단 생각과 함께요. 물론 더 많이 마셔봐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너무 많은 커피 품종들을 이야기하면 지루하실까봐 고심해서 딱 3개만 뽑아왔는데, 사실 포스트 게이샤로 언급할 만한 다른 품종들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독자님이 생각하는 ‘포스트 게이샤'의 후보가 있으신가요?


이 레터를 쓴 저의 솔직한 심정은 아직 포스트 게이샤를 언급하기는 이른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여전히 게이샤의 시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포스트 게이샤' 후보들과 대비해서 여러 나라로 보급이 잘된 점, 생산이 비교적 용이한 점, 호불호를 덜 타는 직관적이고 쉬운 게이샤의 향미가 여전히 강력하지 않나 싶은데요.


제가 게이샤에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런 글을 쓴 것은 물론 아닙니다. 다만 더 다양한 ‘프리미엄 커피'들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쓰게 되었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 게이샤 참 좋아합니다.


독자님의 게이샤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저처럼 게이샤를 좋아하시는지, 이따금 사드시기도 하시는지요. 게이샤가 아니라도 특별히 좋아하는 다른 커피 품종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눈 크게 뜨고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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