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요즘 커피 어떻게 드세요?<br>#016. Bb레터 독자들의 커피생활
글쓴이 김소연 Soy
발행일 2021/07/14
휴가 계획 세우셨나요? 저는 내일부터 일주일간 쉬고 오려고 해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어디 가진 못하지만 그래도 좋아요. 늦잠자기, 옷장 비우기, 뒹굴거리며 계획 없이 떠오르는대로 보낼 생각이에요.
지난 주 초까지만해도 꾸준히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다보면 올 연말엔 전처럼 마스크 없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며 점점 느긋해지던 차였어요. 이런 마음을 들켜서 12월로 돌아간 것 같아 망연자실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걱정이 되지만, 지난 겨울 힘든 시기를 지나왔듯 올 여름도 서로를 붙잡아주며 잘 지나갈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터널에는 끝이 있다고 믿으면서요.
지난 달 레터로 '다른 사람들은 커피 어떻게 마실까?' 인터뷰와 '미국사람들은 커피 어떻게 마실까?'로 미국 리포트 통계자료를 소개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그러면서 Bb레터 독자 분들의 커피생활을 여쭤봤어요. 오늘은 마흔 여덟 분이 보내주신 응답을 소개드리려고 해요.
남겨주신 답변들에 혼자 많이 웃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인천 공장들 사이에 위치한 로스터리에서 머물다보니 점점 커피를 드시고 있는 분들과 멀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던 차였는데, 미주알고주알 둘러앉은 수다판 같은 느낌이었어요. 속 깊은 이야기들에 신기하고 감사해하면서 하나하나 소중하게 읽었답니다.
<Bb레터>를 읽어주고 계신 이 커뮤니티 식구들이 어떤 분들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이번 이야기에서는 한국에서 커피에 진지한 분들이 요즘 어떻게 커피를 드시고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어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여쭤본 질문들은 이랬습니다.
Part 1. 설문 결과 — 지난 주 커피 어떻게 드셨나요?
💡 설문결과 읽기 : 마흔 여덟 분이 응답해주셨어요. 지난 주에 마신 커피들을 떠올리면서, 마셨던 시간대, 장소, 메뉴 중에 해당되는 게 있다면 모두 선택해주신 거예요. 그래서 문항마다 응답해주신 비율을 합치면 100%가 넘어요. 예를 들어 오전에도 마셨고, 오후에도 마셨다. 혹은 라떼도 마시고, 브루잉으로도 마셨다. 같이 대답해주신 분들이 있다고 이해해주시면 됩니다.
Q1. 보통 하루에 커피 몇 잔 드세요?
바리스타라면 일로 드시는 걸 제외하고 답변 주신 거라고 생각하고 읽어봅니다. 하루 1-2잔 드시는 분들이 대부분(80%)인데, 반반 정도입니다. 저는 하루 두 잔 마시는데요. 한 잔만 마신다고 생각하면 더더욱 소중해지네요. 이걸 마시면 더 못 마시니, 맛있는 커피만 허락하노라 하면서요.
그나저나 하루 다섯 잔 이상 드신다고 응답해주신 네 분. 일하면서 드신 걸까요? 아니면 카페인에 영향을 받지 않는 분들일까요?

Q2. 커피 언제 드셨나요?
한국사람의 밥은 유럽이나 미국의 그것과 같지 않아서, 식사시간을 피해서 드시는 분들이 70%이고요. 오전과 오후는 각각 반반이네요. 미국 통계에서 83%가 아침식사 먹을 때 커피를 마셨다고 한 것과 대조되는 지점입니다. 열 분 중에 한 분 정도만 저녁식사 혹은 그 후에 드셨다고 합니다. 늦은 시간 카페인은 꺼려지니까요.

Q3. 어디서 커피 드셨어요?
COVID-19가 준 큰 변화 중 하나. 집에서 커피마시는 사람들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점입니다. 전후를 비교해서 한 설문조사는 아니지만, 그 전이었다면 카페 외의 공간에서 드시는 분들이 더 적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여전히 카페에서 드시는 분들이 더 많지만 (70%) Bb레터 독자 분들은 일터나 집에서도 60% 이상의 분들이 드시고 계셨군요! 최근처럼 상황이 더 심각해져서 재택근무가 많아지고 카페에서 오래 머물기 어려워지면 이 비율은 더 높아질 수도 있겠어요.

Q4. 어떻게 만들어진 커피였나요?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 (아메리카노, 라떼 등)이 79%로 1위, 근소한 차이로 뜨거운 물로 브루잉한 커피가 73%로 2위입니다. 카페에서만큼 집이나 직장에서 마시는 횟수도 많다보니 직접 브루잉한 커피의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더 간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랑받고 있는 드립백, 콜드브루, 캡슐은 각각 지난 주 20% 의 분들이 드셨다고 해요. Bb레터 독자 분들은 분명 전체 대중을 대변하진 않으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ㅎㅎㅎ 간편 커피 시장이 훨씬 클텐데 말이에요.
특히 최근 카페 방문이 어려워지고 나서는 편의점이나 온라인몰에서 구매할 수 있는 바로 마실 수 있는 커피음료 (RTD : Ready-to-Drink) 시장이 많이 커졌다고 하더라고요.

Q5. 어느 나라 커피가 맛있다고 생각하세요?
미국사람들의 커피생활 통계 소개드렸던 레터 기억하시나요? 미국에서는 미국과 가까운 중남미(콜롬비아, 브라질, 코스타리카)와 미국령인 하와이 커피가 선호 원산지에서 높은 순위로 꼽혔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원산지는 사뭇 다릅니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가 1위, 케냐와 콜롬비아가 공동 2위입니다. 중미의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파나마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Bb레터 독자 분들에게는 에티오피아가 독보적으로 높은 표를 받았습니다. Bb 싱글오리진 라인업에도 에티오피아가 유독 많은데요.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많이 공수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Bb레터 독자 여러분 중에 Bb의 라인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건지 헷갈리는 대목입니다.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원산지 선호 차이는 계속됩니다. 이번 설문에서 각각 6% 미만의 분들만 선택해주신 원산지 중에 해외에서 인기 많은 곳들이 보이더라고요. 미국과 유럽에서 이국적인 향미로 인기를 끄는 인도네시아(수마트라, 자바 등),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베이스로 쓸어가는 인도, 블루보틀의 블렌드에 두루 들어가는 우간다, 커피 생산량으로 2위에 육박하는 베트남까지.
이유를 상상해보자면 하나는, 나라마다 선호하는 원산지의 차이가 있겠고요. 또 하나는, 아무래도 직접 원산지를 골라 드실 때는 싱글오리진 원두를 브루잉으로 드실 때가 많을테니, (블렌드로 섞였을 때가 아니라) 한 가지 커피만으로 다양한 항목에서 완성도가 높은 원산지들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Part 2. 독자 분들의 커피생활에 대한 긴 이야기
주관식으로 답변해주신 이야기들 혼자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함께 나누고싶은 이야기들을 간추려봤어요.
• 평소 커피 드시는 법, 원두를 사서 직접 브루잉해서 드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핸드드립이든, 콜드브루든, 에스프레소든 커피메이커든 기구는 다양하지만요. 그런 분 중에는 내 취향대로 출근길에 커피를 챙겨가시는 경우도 자주 보였어요.
집이 웬만한 카페 저리가라인 분들도 있습니다. 홈카페 장비의 엣지가 돋보입니다. 심지어 직접 로스팅을 하시는 전문가 분들도 있고요. 반면 바리스타 분들은? 남이 타준 커피가 맛있다고 하고요.
• 가볼만한 카페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많이 응답해주셨는데요. 그 중에 여러분과 특히 나누고 싶었던, 지난 달에 저도 강원도 갔다가 너무 잘 활용한 팁이었어요. 바로, 처음 가는 동네에서 카페 찾는 법.
"예전에는 'ㅇㅇ동 스페셜티'를 검색했다면 요새는 '**ㅇㅇ동 라마르조꼬'**를 검색해요. 머신과 상관없이 바리스타분의 실력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짧은 검색으로 카페를 찾기엔 이것만한 검색어가 없어서 애용하고 있어요. 혹은 심재범 작가님 인스타나 몇몇 바리스타님의 인스타에서 추천하셨던 곳을 기억했다가 찾아가요."_흐스크
제게 개인적으로 가장 울림이 컸던 대답들은 마지막 질문에서 만났어요.
'지금 커피 생활에 영향을 준, 기억나는 경험 있으세요?'
• 기존의 인식을 깨는, 좋은 커피를 맛보고
"최근에 마신 허니프로세스 게이샤 원두, 커피에서 처음 느꼈던 청포도 향, 시간이 지나면서 살구향으로 바뀌어 가는 재미와 궁금함.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디카페인에서 느꼈던 과실향, 매실차 같은 청량감, 이게 진정 디카페인인가?!"_띠기
"여행을 갔을 때 아주 작은 카페에 갔는데,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려주더라구요. 그래서 큰 기대를 안했는데 어찌나 맛있었는지 충격이었습니다. 역시 커피의 맛은 고가의 장비보다 좋은 원두가 우선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 계기였죠."_일리
• 커피를 배우면서 — 수업을 듣거나, 일해보거나
"다양한 산지의 커피와 여러가지 추출방법을 배우면서 흥미를 느끼게 되었어요."_쫀신
"원두 관리를 잘 하고 기본 원칙만 지켜도 어느 정도의 맛은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후에 가격에 상관없이 커피 가게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었어요."_도토리
• 훌륭한 호스피탈리티를 경험하고 (혹은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커피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처음 내린 커피에 클레임이 걸려 펑펑 운 적이 있었어요. 동료들의 위로를 받았지만, 더 이야기 나누고 싶어 바가 있는 카페에 갔어요. 저도 바리스타인데 오늘 힘들어서 커피로 위안받으려고 왔다고 했더니 레시피 빼러 온 거냐며 정색하더라고요. 그 후 ‘나는 절대 그런 바리스타가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게 되었어요. 누군가 지쳤을 때 위로가 되는 커피를 하겠다고요."_익명
"추운 겨울날 커피 마시고 사무실로 돌아가려는데 사장님이 "잠시만요! 1분만요!" 하시더니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가져오시면서 "손에 쥐고 가세요.” 하시던 것. 아메리카노도 따뜻했지만 마음이 더 따뜻해지던 기억이네요."_익명
읽다보니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다시 선명해집니다.
1. 훌륭한 커피를 준비할 것.
2. 그 커피를 깊이 공부하고 함께 나눌 것.
3. 커피 한 잔을 넘어서는 호스피탈리티 전문성을 갖출 것.
시작은 커피이지만 그만큼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잘 할 수 있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분량 때문에 모든 이야기를 다 담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우리가 나눌 이야기는 무궁무진할테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않으려고 해요.
어느덧 레터를 보내기 시작한지 3개월이 넘었네요. 읽어주시고 때로 의견도 전해주시는 여러분, 정말 감사드려요.
다음 주 레터는 한 주 쉬어갑니다. <Bb레터> 중간 점검을 해보면서 정비해나갈 방향을 잡아보려고 해요. 저는 다음 한 주 동안 여러분이 보내주신 의견을 꼼꼼히 읽으며 우리의 수다판을 더 재미있게 벌릴 방도(?)를 고민해보다가, 마지막주에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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