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바 산투아리오 게이샤 내추럴
MIKAVA SANTUARIO GEISHA NATURAL
테이스팅 노트 재스민, 베리, 레몬제스트
가공 무산소 내추럴
품종 게이샤
출시년월 2020년 10월
카테고리 옥션시리즈
No. 3
처음 느껴보는 이국적인 향미
낯설지만 흥미로운 아트워크를 만나는 듯한 커피입니다. **감칠나는 올리브, 녹차의 싱그러움, 묵직한 카카오의 향까지,** 일반적인 커피에서 만나기 어려운 특별한 향을 탐험해보세요. 몇 명이 함께 마시며 각자가 느낀 향과 맛을 비교해 본다면 꽤 재미있는 경험이 되실 겁니다.
미카바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품종
티에라는 미카바 농장의 다섯 가지 에티오피아 품종 중 하나로, 각 품종별로 200그루 뿐인 마이크로랏에서 재배한 커피입니다. 한 해 생산량은 약 200kg. 올해는 이 중 100kg을 빈브라더스에서 소개합니다.
폴이 지은 에티오피아 품종 이름들이 흥미롭습니다. 티에라(Tierra)는 땅(Earth)이란 뜻의 스페인어로 커피가 자라는 땅에 대한 경의를 담았습니다.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두 가지 품종의 경우 유명한 미국 밴드인 Earth, Wind & Fire에 대한 오마주로, 바람과 불이란 뜻의 이름을 지어볼까 고민 중이라고 하네요.
1. 이거 정말 좋은 커피 맞나요?
2020년 1월, 빈브라더스 로스터리에선 한 커피를 두고 연초부터 설전이 오가고 있습니다. 바로 미카바 농장에서 막 도착한 ‘티에라’가 <옥션 시리즈>로 소개할 만큼 훌륭한 커피인가에 대한 것인데요. 함께 온 게이샤와는 달리, 티에라는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내는 게 쉽지 않네요. 이 토론의 결과는 여러분이 알고 계신 대로입니다. 게이샤와 티에라 모두 빈브라더스의 프리미엄 라인인 <옥션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었지요. 이 글은 두 주인공이 어떤 여정을 거쳐 한국에 도착하게 되었고, 결국 우리가 왜 그들을 선택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 미카바 | 미국인이 운영하는 콜롬비아 농장
두 커피를 탄생시킨 미카바 농장은 콜롬비아의 진보적인(progressive) 농장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진보적이라는 것은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하여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뜻이지요. 우선, 콜롬비아 농장임에도 불구하고 농장주가 미국인입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콜롬비아 농장에서 워시드 프로세스로 커피를 가공하는 반면, 미카바 농장에선 내추럴 프로세스를 사용하지요. 컵 프로파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발효 과정의 경우 와인 업계에서 유래한 탄소침용법(Carbonic Maceration)을 적용하여 이국적인 플레이버를 구현합니다. 이런 진보적인 프로세스에 힘입어 미카바 농장은 설립 6년 만에 커피 업계의 올림픽인 Cup of Excellence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농장의 이름인 미카바(Mikava)는 스페인어 Mi와 동유럽에서 사용하는 Kava의 합성어로 'My Coffee', 즉 ‘나의 커피’라는 뜻입니다. 농장주 폴 도일은 ‘자신의 커피’가 ‘여러분의 커피’가 되길 바라며 오랜 고민 끝에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농장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카바 농장에는 농장주 폴의 개성과 철학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미카바의 커피를 이해하려면, 폴이 걸어온 오랜 커피 여정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3. 게이샤 | CoE 1위 커피의 개정판
**미국 포틀랜드에서 콜롬비아로. 산업예술 전공자에서 농부로. 급격한 전환점을 거쳐온 폴의 이야기.**
2008년 어느 날, 미국 포틀랜드에 사는 폴 도일이란 로스터가 콜롬비아와 사랑에 빠져 이주를 결심합니다. 5년 후인 2013년에는 당시 미국에서 운영하던 로스터리를 정리하고 콜롬비아 리사랄다 지역에 있는 두 농장을 사는데, 이것이 미카바 커피(Mikava Coffee)의 시작입니다.
이런 급격한 전환의 시작점에는 90년대에 폴이 참가했던 포틀랜드 컵(Portland Cup)이라는 커피 대회가 있었습니다. 폴이 대회에서 사용하고 싶었던 레몬노트가 선명한 예가체프 커피. 사업 파트너조차 만류할 정도로 특이한 커피였지만, 그래서 더욱 이 커피여야 한다는 폴의 굳은 결의가 대회의 우승으로 이어집니다.
독특하고 새로운 커피를 추구하는 방향성에 확신을 얻은 폴은 그 후 비범한 결정들을 내리기 시작합니다. 우선 구매한 농장에 심어져있던 콜롬비아 품종 대신 유니크한 향미를 가진 게이샤를 심습니다. 그리고 습한 기후의 콜롬비아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내추럴 가공법을 택합니다. 몇 년 후에는 체리 발효에 탄소침용법을 적용하여 이국적인 향미를 더하기까지 하지요. 지금은 트렌디한 게이샤 CM 내추럴 커피지만, 당시에는 흔치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2019년에는 이 게이샤로 콜롬비아 Cup of Excellence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세계 스페셜티 커피업계에 '미카바'라는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바로 이 커피가 작년 10월, 빈브라더스 <옥션 시리즈>의 주인공이었지요. 특별한 커피를 찾는 커피 애호가 뿐만 아니라 바리스타팀의 애정도 듬뿍 받은 커피였습니다. 바리스타들의 2019년 회고에서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커피'로 언급되기도 했고요. 올해 다시 돌아온 게이샤는 작년 CoE 1위 커피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탄소침용 시간을 기존의 48시간에서 120시간으로 늘려 섬세한 향미와 풍부한 바디감을 더했습니다.
4. 티에라 | 사라질 뻔한 보물
스페셜티 커피를 오래 접해온 여러분에게도 ‘티에라(Tierra)'는 낯선 품종명일 것입니다. 무명의 한 에티오피아 품종에 폴이 부여한 이 이름은 땅(Earth)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커피를 키워내는 땅에 대한 경의가 담겨 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아라비카 커피의 발상지로 알려진 곳으로, 1만여 종 이상의 품종을 보유한 보물창고입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자연서식지의 손실로 이미 멸종 위기에 놓인 품종이 많지요. 폴은 그 에티오피아 품종들의 명맥을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수소문 끝에 찾아간 콜롬비아 커피연구소 CENICAFE에서 폴은 5종의 에티오피아 품종 씨앗을 건네 받게 됩니다. 이 커피들에 대해 알려진 건 몇 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코드번호 뿐. 연구소에서는 이미 상업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상태였습니다.
티에라는 그 때 폴에게 발견되어 세상에 등장하게 된 에티오피아 품종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사라질 뻔 했던 티에라가 그 후 어떤 바리스타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세계 각지 대회 상위권의 영예를 누렸다는 겁니다. 2019 이탈리아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한 Francesco Masciullo, 2020 리투아니아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한 Goda Pangonyte, 그리고 2020 콜롬비아 내셔널 브루어스 컵에서 4위를 거둔 Angie Katherine Molina. 모두 티에라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바리스타들이었습니다.
빈브라더스팀이 티에라를 처음 만난 것은 2020년 1월입니다. 직관적으로 좋게 느껴지는 게이샤와 달리, 티에라의 향은 낯설고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었지요. 다수결이었다면 선택되지 않았을 티에라는 그 커피의 특별함을 믿었던 로스터 제임스와 케이브의 설득으로 어렵게 <옥션 시리즈>로 선정이 됩니다. 콜롬비아 커피연구소에서 잊혀지고 방치되었던 티에라가 폴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되었던 것처럼요.
티에라에 대한 팀의 토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어떤 팀원들은 티에라를 특별하게 느끼고, 자신도 대회에 참가한다면 티에라를 선택하겠다고 생각하는 반면, 아직도 이 커피를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팀원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커피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5.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 “티에라에 대한 빈브라더스 팀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한 커피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온다는 건 신나는(exciting) 일입니다. **어쩌면 티에라는 모든 사람을 위한 커피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양성이 삶의 묘미(Variety is the spice of life)라는 말이 있지요.** 여러분이 열린 마음(open mind)과 열린 미각(open palate)으로 티에라를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게이샤와 티에라를 비교하며 마셔볼 것을 추천합니다. 직관적으로 향과 맛이 좋은 게이샤, 그리고 마시고 난 후 한참 음미하며 탐구하게 만드는 티에라. 이 둘은 상당히 다른 매력을 가진 커피이기 때문입니다" — 폴 도일 Paul Do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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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폴이 콜롬비아에서 길러낸 ‘게이샤’와 ‘티에라’가 각자의 월드투어를 마치고 한국에 있는 여러분 앞에 놓여 있습니다. 게이샤는 탄자니아와 코스타리카를 거쳐 파나마에서, 티에라는 콜롬비아에서 각각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커피였지요. 열린 마음과 열린 미각으로 두 커피에 다가갔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빈브라더스팀이 폴과 인터뷰하며 가장 좋아했던 말은 바로 '다양성이 삶의 묘미'라는 말이었습니다. 열린 마음과 열린 미각으로, 여러분이 이 커피를 통해 어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될지 기대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이 커피가 여러분의 커피, 미카바(My Coffee)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커피 한 잔이 할 수 있는 꽤 멋진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