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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빚는 사람들
#157 2026 개화 블렌드 이야기
봄을 빚는 사람들#157 2026 개화 블렌드 이야기

요새 봄 기운이 완연하네요.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계절을 잘 즐기고 계세요?


저희는 시즈널 블렌드 ‘개화’가 얼마 전에 출시되어 제법 떠들썩해요. 특히 올해는 포푸리 홍세인 작가님의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게 되어서, 예전과는 또다른 경쾌함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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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 2026 일러스트 (by 포푸리 @seinandpopurri)


이번 개화 블렌드를 출시하며, 어떤 이야기를 레터로 전해드리면 좋을지 고민해보았는데요. 올해 개화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번 담아보기로 했어요. 여러분 곁에 개화 블렌드가 있다면 한 잔 드시면서 같이 읽어보시면 더 재미있지 않으실까 싶어요.

그럼, 오늘 레터의 등장 인물을 소개할게요.

• 케이브 Kev | 로스터리 디렉터, 개화 블렌드 개발자

• 로사 Rosa | 그린빈 바이어

• 애쉬 Ash | 로스팅 리드

• 베로 Vero | 온라인 커뮤니티 매니저

• 베니 Benny | 온라인 에디터

• 데릭 Derek | 브랜드콘텐츠 리드 


같은 날 오전에 로스터리팀 케이브, 로사, 애쉬를 먼저 만났고, 오후에 온라인팀 베로와 베니를 이어서 만났어요. 두 팀과 함께 나눈 개화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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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로스터리 커핑 날의 케이브, 로사, 애쉬


로스터리팀의 개화 이야기

Derek (로스터리 주간 커핑을 마치고) 여러분, 우리 잠깐 시간 내서 이번 개화 이야기 좀 해볼까요? 고객 분들이 커피 마시면서 읽을 만한 이야기를 레터로 전해드릴까 싶어서요. 제 주변에도 개화에 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먼저 5년 동안 매년 개화를 준비하고 출시해온 두 분의 소회가 궁금해요. 사실 빈브라더스가 선보인 많은 커피 중에서도 개화가 받은 관심에는 이례적인 면이 있었잖아요. 만든 사람으로서 성취감이 크실 것 같은데, 어떤 기분이세요? 

Kev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큰데요. 동시에 매년 그 기대를 부응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Rosa 저도 비슷해요. 올해로 다섯 번째 출시하는데도 여전히 개화 블렌드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져요.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지금처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 때 개화를 마무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할 때도 있거든요. 

Kev 에이, 아무도 안 살 때까지 해야죠(웃음). 

Derek 음,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인데요(웃음). 고객분들의 반응을 마냥 즐기실 줄로만 알았어요. 개화 블렌드 개발의 어떤 점이 어렵게 느껴지세요?

Kev 다소 현실적인 이유인데요. 개화 블렌드의 판매량이 많은 점이 로스터리 팀에게는 개발의 난이도를 높이는 측면이 있어요. 판매량이 적으면, 현재 저희가 갖고 있는 싱글로도 좋은 블렌드를 만들어 출시하는 게 물량적으로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개화가 Bb의 시즈널 커피 중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 커피다 보니,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블렌드의 재료를 모두 별도로 소싱해야 하는 면이 있어요.

그런데 이 과정을 1년 전에 시작해야 하거든요. 실제로 블렌딩 테스트를 진행한 상황이 아니다 보니 구체적인 비율을 정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데,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이 에티오피아는 몇 %, 저 게이샤는 몇 %’하는 식으로 상정해두고 구매를 진행해야 해요. 개화에 잘 어울리는 재료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물량과 비율까지 고려해야 하니 고민이 많아지죠.

그렇게 블렌드 재료들의 구매 결정을 완료한 후에도 걱정이 커요. 일단 샘플 단계에서는 품질이 좋았는데, 실제로 로스터리에 입고될 본 물량의 품질이 그렇지 않을 수가 있고요. 실제로 블렌딩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구매 단계에서 설정한 블렌딩 비율을 수정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전체 물량은 또 달라지게 되니까요.

Derek 케이브 이야기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돌려보는데 실무자 입장에서 진짜 복잡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네요. 

Rosa 생두 구매 비용도 머리 아프게 하는 요소예요. 케이브와 제가 자주 다투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블렌드의 품질이 당연히 더 좋아지니까, 케이브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것보다 더 비싼 생두에 눈독을 들이는 경우가 있거든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즐기길 바라는 시즈널 블렌드라서, 원가가 높아진 만큼 판매가를 높이는 것도 어려워요. 케이브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지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것은 반대로 제가 더 비싼 재료를 쓰자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면 케이브가 저를 설득하곤 해요. 

Derek 자주 느끼지만, 두 분의 조합이 참 좋은 것 같아요(웃음).

Rosa 아 그리고, 일반적인 싱글과 다르게 품질 좋은 게이샤 찾는 일도 난이도가 높아요. 물량과 비용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요. 매년 개화가 일찍 품절되어서 팀과 고객 모두 아쉬워하시는 걸 알고 있는데요. 개화의 물량은 우리가 얼마나 좋은 품질의 게이샤를 괜찮은 가격에 '많이' 확보하느냐와 관련이 있는데 이게 매년 쉽지가 않네요. 

음, 그런데 저희 너무 하소연만 한 건 아닌지 걱정되는데 괜찮을까요?

Derek 좀 그렇긴 했는데요(웃음). 저도 매주 두 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이렇게 어려움을 느끼시는지는 알지 못했거든요. 이번에 알게 되어 좋았어요. 

분위기를 조금 바꿔서, 커피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지난 5년간 개화의 향미가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에티오피아와 게이샤의 조합이란 점은 꾸준히 유지했잖아요. 그 조합이 지금의 개화 캐릭터를 만든 것이기도 하고요. 현재 시점에서 어떤 에티오피아와 게이샤가 개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Kev 아까 로사가 게이샤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찾기 어려운 게이샤를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꽃 향이 선명하면서도 핑크빛 복숭아 향도 갖고 있는 게이샤가 개화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게이샤가 그 향미를 다 갖고 있으면 좋은데,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고요. 올해는 세 가지 게이샤를 조합해서 비로소 플로럴과 복숭아 향미를 모두 구현할 수 있었어요. 

Derek 아마 예전에 우리가 엘 오브라헤 농장의 게이샤를 사용했을 때 하나의 게이샤로 가능했던 거죠? 전 그 해의 개화도 좋았지만, 올해 세 가지 게이샤를 쓰면서 개화가 더 복합적인 향미를 갖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종류가 많아서 소싱팀에서는 고생을 많이 하셨겠지만요(웃음).

게이샤는 그렇고, 에티오피아는요?

Kev 쨍한 시트러스 향미보다는, 화사하면서도 잘 익은 과일의 향미를 가진 에티오피아가 개화 재료로 좋은 것 같아요. 이번에 개화 재료로 사용한 에티오피아 하로 와추와 라레사 모두 그런 면모를 갖고 있어요. 이번에 블렌딩 테스트하면서 느꼈는데, 올해 개화는 라레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Derek 저도 얼마 전에 개화 재료들을 하나씩 마셔봤는데, 라레사 역할이 중요했다던 케이브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더라고요. 선명한 베리 향미가 느껴지는데 적당한 무게감도 있어서, 블렌드에 좋은 균형을 만들어준 것 같아요. 개화를 즐기기 위해 각 재료가 어떤 커피인지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소한 재미는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올해 개화를 기다리신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세요? 이걸로 여러분과의 인터뷰를 마무리할까 해요.

Kev 저의 커피 추출 가이드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여러 방식으로 마셔보니 저는 필터 커피와 플랫화이트가 좋더라고요. 

먼저 필터는 덜 농밀하게 마셔야 제가 의도한 개화의 느낌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추출수의 온도도 88도나 90도 정도로 평소보다 낮춘 게 좋았고요. 분쇄도도 조금 더 굵게 풀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내린 커피의 농도가 진하게 느껴지면 물을 약간 더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우유랑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식은 후에도 꽃 향이 은은하게 이어져요. 저는 거품이 거의 없다시피 만들어서, 정말 ‘플랫’ 화이트로 드시는 걸 추천드려요. 개인적으로 거품이 두꺼우면 커피가 무겁다고 느끼는데요. 개화는 화사한 커피라서, 거품 질감의 개입 없이 커피 자체의 향을 즐기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Derek 오, 추출 가이드까지. 이것도 의외네요. 케이브가 어떻게 마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잘 없었던 것 같은데, 개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아마 지금껏 레터를 읽으신 분들은 모르셨겠지만, 로스터 애쉬가 계속 옆에 앉아 있었는데요(웃음).

애쉬도 한 말씀해주신다면요?

Ash 올해도 맛있을 겁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Derek 끝인가요?

Ash 네(웃음).

Kev 아, 데릭. 인터의 이야기도 전해드리고 싶어요. 이번에 개화의 제품 로스팅을 인터가 맡았거든요. 얼마 전에 로스터들끼리 모여서 로스팅 첫 배치의 품질 점검을 했는데요. 정말 한 배치 한 배치를 소중하게 다루는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약간의 아쉬운 소리에도 크게 반응하는 인터의 마음이 어떤 건지 잘 알아서, 개화 고객분들께도 그런 사람이 로스팅하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Derek 인터가 마음을 담아서 볶고 있군요. 요리도 그렇지만, 만드는 사람의 정성스러운 마음은 제품에서 느껴지게 마련인 것 같아요. 아무쪼록 고객분들께도 인터의 마음이 전달되길 바라며, 세 분과의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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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 재료들을 맛보며 고민 중인 베로와 베니


온라인팀의 개화 이야기


Derek 여러분, 오전에 로스터리 팀 만나서 개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재미있었어요. 사실 개화를 구매하시는 분들의 상당수는 온라인 사업부의 고객이시잖아요. 그래서 온라인팀 두 분의 개화 이야기도 레터에 싣고 싶었어요.


(베로/베니와 개화 재료 테이스팅을 마치고) 두 분도 그랬겠지만, 개화에 사용된 재료가 어떤 커피인지 궁금해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저희가 오늘 마셔봤으니 어떤지 말씀드리면 좋을 거 같은데, 테이스팅 소감이 어떠세요?


Vero 재미있었어요. 저는 완성된 블렌드를 먼저 마시고, 그 후에 재료의 맛을 보았는데요. 재료 하나 하나 마실 때마다 납득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이게 들어갔다고?’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커야 블렌드의 존재 의미가 있는 것일 텐데, 그런 의미가 확실히 있는 블렌드가 아닌가 싶어요.


Derek 저도 마시면서 '이게 들어갔다고?'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는 다섯 가지 재료를 1:1로 비교했지만, 실제 블렌드에는 각 재료가 서로 다른 비율로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우리의 상상과 다를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블렌딩 역량이 아닌가 싶어요. 


Benny 저는 다섯 가지 재료의 향미가 모두 강도 있고 선명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자기 목소리가 큰 재료들을 조합하여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말 고차원의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 로스터리 팀의 역량과 경험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처음 개화를 맛보고 나서 그렇게 로스터리 팀의 개발 이야기가 궁금했나봐요.


Derek 어쩐지 베니가 케이브에게 열심히 물어보더라니… 저도 다섯 재료 모두 싱글로 출시해도 나무랄 데 없는 품질인 점이 눈에 띄었어요. 이렇게 노트가 쉽게 떠오르는 선명한 커피가 드물잖아요. 그런 커피들을 모아서 블렌드를 만들었으니 품질이 좋을 수밖에요. 


아까 로스터리팀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두 분 다 개화의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다 보셨잖아요. 초기에는 온라인팀 합류 전 바리스타 시절이라, 우리 카페 고객들에게 개화를 선보이는 경험도 하셨을 거고요. 이번에 다섯 번째 개화를 맞이하고, 또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두 분의 소회를 여쭤보고 싶어요.


Vero 개화 블렌드가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사실인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더 큰 성공으로 이끌어가고 싶어요. 개화 덕분에 Bb 커피의 세계에 들어오신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지만, 아직 개화를 드셔보지 못한 분들이 훨씬 많은 것 같아서요. 앞으로 더 잘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Derek 이런, 로스터리 팀도 제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베로의 이야기도 그렇네요. 평소에 이 주제로 이야기를 잘 안 나누니까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신 줄도 몰랐어요. 아직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작고, 빈브라더스를 모르는 분들도 많으니 정말 그렇겠어요. 저도 같이 고민스러워지네요. 


베니는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Benny 얼마 전에 Bb 인스타그램에 첫 개화의 원두카드가 올라왔잖아요. 거기서 고객이 개화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는 이야기를 다시 읽고, 정말 의미 깊다는 생각을 또 한번 했어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계절이 다르겠지만, 봄 특유의 피어오르는, 그리고 희망찬 감정을 다들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재료가 무엇이고, 어떤 맛이 나는 커피인지를 떠나서 봄의 시작을 개화와 함께 즐기시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개화라는 커피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과일이 익을수록 달콤해지는 것처럼, 개화 블렌드도 디개싱할수록 좋아진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로스팅 직후에는 이제 막 피어난 벚꽃 느낌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향긋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짧은 봄을 즐기는 좋은 방법으로서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Vero 저도 공감해요. 벚꽃잎을 실제로 먹는 사람은 없겠지만, 개화를 입에 머금으면 마치 바람에 떨어진 벚꽃잎처럼 말랑말랑하고 실키(silky)한 느낌이 들어요. '꽃이 핀다'는 원래 의미의 개화는 눈으로 즐기는 것인데, 코와 입으로도 즐길 수 있는 개화 커피가 있어 개인적으로 감사하단 생각을 해요.


Derek 이야... 오늘 오전에 로스터리팀이랑 인터뷰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러분 이야기 들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올해 개화 블렌드에는 또 어떤 이야기와 추억이 쌓이게 될지 기대가 돼요. 


독자님들 중에도 자신만의 개화 이야기를 갖고 계신 분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레터 피드백으로 남겨주시면 다음 호에 꼭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개화는 그렇게 나눌수록 좋은 커피가 아닌가 싶어서요. 여러분의 개화 이야기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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