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브라더스 커피하면 떠오르는 노트가 있으세요? 최근에 Bb의 오랜 고객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어요. 오랫동안 빈브라더스 커피를 구독하셨는데 유독 포도 노트의 커피를 많이 보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줄곧 Bb팀의 취향이 포도 쪽이라고 생각하셨다고요.

3월의 포도 커피 '에티오피아 라레사'
‘포도 노트를 그렇게 많이 썼었나?’ 하는 궁금증과 함께, 그동안 우리가 어떤 노트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한 번도 살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3년간 Bb가 출시한 169개 시즈널 커피의 테이스팅 노트 599개를 모아서 분석을 해보았는데요. 결과가 꽤 재미있어서 들고왔어요.
먼저 산지별로 어떤 노트를 많이 사용했는지 알아보고, 모든 산지를 통틀어 가장 많이 사용된 노트가 무엇이었는지, 과연 포도 노트를 얼마나 썼는지도 함께 들여다 볼게요.

에티오피아
먼저 싱글오리진 커피의 대장격인 에티오피아의 테이스팅 노트 먼저 볼까요?
가장 많이 사용된 노트 세 가지는 복숭아(12회)와 라벤더(9회), 재스민(7회)이었어요. 26개의 에티오피아 커피를 출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많이 사용한 편이네요. 자두(5회)와 살구(4회)도 제법 많이 사용되었고요.
제 예상보다 적었던 것은 오렌지(4회)와 감귤(3회) 같은 시트러스 노트였어요. 커피에서 시트러스는 흔한 노트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돼요. 에티오피아 워시드가 인기 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케냐
이어서 옆나라 케냐로 가볼게요. 보통 케냐 커피하면 어떤 노트가 떠오르세요? 저는 열대과일이나 흑설탕 같은 노트가 먼저 떠오르는데, 여러분은 어떤 노트를 떠올리시는지 궁금하네요.
케냐 테이스팅 노트의 공동 1위는 망고(5회)와 파인애플(5회)이었어요. 오렌지(4회)와 포도(3회)가 바짝 따라붙었고요. 자몽도 빈도가 높진 않지만 2개의 커피에 사용되었네요.
개인적으로 자몽 노트를 매력적으로 느끼는데, 어떤 분들에게는 오히려 피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한 적이 있어요.
콜롬비아
이번에는 싱글오리진의 세계에서 에티오피아와 쌍벽을 이루는 콜롬비아로 갑니다.
3년간 43개의 콜롬비아 커피를 출시했으니 빈브라더스에게 상당히 중요한 산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많은 커피를 출시한만큼 사용한 테이스팅 노트 역시 다채로워요.
사용 빈도로 보면 포도(13회)와 체리(9회)가 단연 선두에 있어요. 복숭아(6회)와 라즈베리(5회)도 제법 사용되었고요. 다만 에티오피아나 케냐와 다르게 과일이 아닌 노트가 꽤 많이 사용된 것이 특징이에요. 초콜릿(8회)과 캐러멜(5회), 스카치 캔디(5회)의 사용빈도가 꽤 높네요.
과일 노트를 많이 사용한 에티오피아 대비 상대적으로 포도와 체리 노트가 많이 사용되었던 것, 그리고 고소하고 달콤한 노트들이 많이 등장했던 것 또한 눈에 띄었어요.
과테말라
고소달콤 이야기가 나왔으니, 중미의 과테말라로 넘어가볼게요.
3년간 17개의 과테말라를 출시했는데요. 초콜릿(12회) 노트가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다음으로 캐슈넛(4회)과 바닐라(3회), 피칸(3회)의 사용빈도가 높은 편이고요. 빈도는 높지 않지만 말린 무화과나 말린 자두 같은 건과일 노트가 초콜릿이나 견과 노트와 함께 사용된 것도 눈에 띄네요.
좋은 과테말라하면 떠오르는 노트들이기도 하지만, Bb팀의 취향이 반영된 느낌 역시 있습니다.
페루
지난 몇 년간 Bb가 좋은 커피를 발굴하려고 깊은 관심을 가졌던 페루로 넘어가 가볼게요.
총 14개의 커피를 출시했고요. 각 커피의 노트를 살펴보니 공통적으로 사용한 노트가 상대적으로 적은 느낌이에요. 메이플 시럽(3회)과 자두(3회), 초콜릿(3회)이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되었지만, 이 노트들이 페루 커피를 대표할 수 있는가하면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싱글오리진으로서 페루는 아직 발굴할 게 더 많이 남아있는 느낌입니다.
브라질
주로 블렌드 재료로 사용되지만, 브라질은 페루만큼이나 Bb가 매력있는 싱글을 발굴하고 싶었던 산지예요. 브라질치고 좋은 커피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좋은 커피를 고르려했기 때문에 다른 산지에 비해서 출시 빈도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요.
3년간 총 9개의 브라질 커피를 출시했는데요. 가장 많이 사용한 노트는 사과(3회)였지만, 사실 페루만큼이나 Bb의 브라질 커피들도 공통의 노트가 잘 없었어요. 하지만 상위의 카테고리로 따져본다면, 아몬드나 헤이즐넛 같은 '견과' 계열이 많은 편이긴 했네요.
인도네시아
마지막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커피 산지 인도네시아의 노트를 볼까요. 자바와 수마트라가 인도네시아의 가장 대표적인 커피 산지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3년간 출시 이력을 보니 Bb는 자바의 커피를 주로 소개했더군요.
총 7개의 인도네시아 커피를 출시했는데요. 가장 많이 사용한 노트는 레몬그라스(3회)였어요. 흥미롭죠. 장미(2회)와 라즈베리(2회)가 그 뒤를 따랐고요. 역시나 재미있는 노트들입니다.
아직 출시 빈도가 높은 편은 아니라서 앞으로 몇 년 더 봐야겠지만, Bb의 인도네시아 커피에는 팀의 취향이 상당히 많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메인 산지에 비해 시장의 관심이 적은 편임에도, 저희가 정말 좋다고 생각해서 출시한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지금까지 주요 산지별로 저희가 사용한 테이스팅 노트의 사용 빈도를 살펴보았는데요. 그렇다면 모든 산지를 종합했을 때, 저희가 가장 많이 사용한 테이스팅 노트는 무엇이었을까요?
그 답은 바로 ‘초콜릿’이었어요. 169개 Bb 시즈널 커피의 599개 테이스팅 노트를 분석한 결과였죠. 주요 산지별로 분석했을 때 과일 노트가 늘 상위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3년간 저희가 다룬 모든 산지의 커피를 종합하면 결국 초콜릿 노트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더라고요. 어느 나라나 초콜릿 노트를 가진 커피가 하나 정도는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어요.
저는 세상에 많은 기호식품 중에도 커피와 초콜릿이 유독 닮은 면이 많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그래서 커피를 마시고 초콜릿을 떠올리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어요.
자 그럼 1위는 공개했고, 2위부터 10위까지 어떤 노트였는지 볼까요?

서두에 언급했던 Bb 구독자분들의 말씀이 맞았네요. 저희가 포도 노트를 실제로 많이 사용했더라고요. 복숭아는 예상했는데, 포도의 사용 빈도가 이렇게 높았을 줄은 몰랐어요. 옆자리에 앉은 로사에게 물어보니 로사는 그럴 것 같았다고 하네요.
지난 몇 년간 매달 테이스팅 노트 결정하는 자리에 참석을 해왔는데요. 우리가 어떤 노트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저보다도 구독자분들이 훨씬 예민하게 느끼고 계셨다는 점이 놀라웠고, 감사하기도 했어요.
상위 10개의 노트 중에 초콜릿을 제외하면 모두 꽃/과일 계열이라는 것 또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한국에서 싱글오리진 커피의 포지션이 기본적으로 그렇긴 하지만, 지난 3년간 상당히 과일스러운 커피 위주로 출시했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돼요.
과일스러운 커피, 정말 매력 있고 큰 즐거움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죠. 그런데 과일스럽지 않아도 좋은 커피 역시 세상에는 존재하잖아요. 이번에 구독자님 덕분에 Bb 커피 노트를 통계적으로 살펴보고나니, 앞으로 어떤 커피들을 더 소개해드리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여러분은 커피를 사고 싶게 만드는 테이스팅 노트가 있으세요? 저는 카페 메뉴판에서 꽃이나 열대과일 노트를 보면 그 커피를 고르고 싶은 마음이 드는 편인데요. 독자님에게는 어떤 노트가 그런 역할을 하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