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데릭입니다. 모두 건강히 잘 지내셨어요? 즐거운 커피 생활을 이어가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얼마 전, 빈보야지 탁승희 대표님과 함께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석자 모두 커피 산업의 일원으로서, 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자리이기도 했지요. 저 역시 제 한 해를 정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빈브라더스의 2025년은 어땠는지 돌아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올 한 해 빈브라더스의 활동 가운데,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들만 골라 정리해 보았습니다. 지면상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여러분 각자에게는 또 다른 기억에 남는 Bb의 순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Bb가 선보인 커피와 매장, 팝업, 그리고 쿠알라룸푸르와 군산에서의 이야기까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새로움을 준 시즈널 커피 3종
올해 출시한 커피 목록을 다시 훑어보는데, 유독 눈에 띄는 커피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시트러스 그 자체였던 ‘엘 오브라헤: 마라카투라’, 독보적인 캐릭터의 ‘인도네시아 프린자’, 한여름에 마시는 강배전 커피라는 역발상을 선보였던 ‘재미 블렌드’였어요. 더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는 커피도 있었지만, ‘새로움’이라는 기준으로 돌아봤을 때 저에게 가장 선명하게 남은 커피는 이 세 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엘 오브라헤: 마라카투라', '인도네시아 프린자', '재미'.
Bb의 역사로 남은 신도림,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합정
올해 6월, 신도림점이 영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신도림의 커피 플레이스로서 10년 7개월의 여정을 마친 순간이었죠. 마지막 영업일을 앞두고, 신도림점에서 근무했던 전·현직 직원분들과 오랜 단골 고객분들이 소회를 전해주셨는데요. 한자리에서 10년 이상 카페를 운영해온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오랫동안 신도림점을 아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또 다른 기회로 다시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9월에는 약 한 달여의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합정점이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기존 매장이 ‘찾아오는 재미’가 있도록 설계되었다면, 리뉴얼된 합정점은 ‘활짝 열린’ 공간입니다. 조금 더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들르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모습은 바뀌었지만, 합정 팀은 늘 그랬듯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로 여러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합정에 오실 일이 있다면 한번 들러주세요!

퍼플렉시티의 ‘카페 큐리어스’, 손열음의 ‘플레이리스트’
2025년은 저희 매장을 가다듬는 동시에, 고객의 흥미로운 공간을 함께 만들어간 해이기도 했습니다. 여러 고객들의 카페 오픈 컨설팅을 진행했지만, 제 기억에 남는 것은 두 가지 사례인데요. 하나는 AI 기반의 검색 엔진 기업 퍼플렉시티가 서울에 선보인 ‘카페 큐리어스’, 다른 하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의 공연기획사 파이플랜즈가 운영하는 공간 ‘플레이리스트’였습니다. 아무래도 세계적인 기업과 아티스트의 공간이다 보니, 우리가 오픈 컨설팅한다는 소식이 사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기억입니다.
참고로 플레이리스트는 손열음 씨의 고향 원주에 있습니다. 공간 오픈 기념으로 손열음 씨를 비롯한 파이플랜즈 소속의 아티스트 분들이 플레이리스트에서 공연을 하셨는데요. 개인적으로 손열음 씨의 오랜 팬이기도 해서, 휴가를 쓰고 다녀왔습니다. 손열음 씨의 라이브 공연은 처음 들었는데 음원으로 듣는 것보다 10배 정도 좋더군요. 이런 훌륭한 공연을 플레이리스트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원주 시민분들이 부러웠습니다.

왼쪽부터 ‘카페 큐리어스’, ‘플레이리스트’ 매장 전경 ©각 브랜드 공식 인스타그램
홈브루어를 위한 아이스 브루잉 대회, ‘홈브루어스컵’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애착이 가는 Bb의 활동은, 가장 맛있는 벨벳화이트 아이스 커피 레시피를 찾았던 ‘홈브루어스컵’입니다. ‘바리스타를 위한 대회는 정말 많은데, 아마추어 홈브루어를 위한 대회도 하나 있으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행사였는데요. 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이제 막 리뉴얼을 마친 합정점에서 진행한 행사라서 여러모로 기억에 남습니다.
행사를 주관했던 온라인팀의 다정한 의도가 깊은 여운으로 남아서, 대회 이후에도 ‘홈브루어스클럽’이란 이름의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홈브루어 분들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두 번 정도 진행한 터라 서툰 점이 많지만, 오래도록 홈브루어 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디자인코리아 2025’ 팝업
지난 11월, 오랜만에 코엑스에서 팝업을 진행했습니다. 산업디자인 박람회 ‘디자인코리아 2025’의 카페테리아로 참여한 자리였습니다. Bb 카페의 메뉴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박람회의 맥락에 맞게 음료와 드립백을 새롭게 디자인해 선보였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Bb의 다섯 가지 커피 취향을 표현한 드립백 샘플러 ‘플레이버 팔레트’
‘디자인코리아 2025’를 통해 빈브라더스를 처음 알게 된 분들이 정말 많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고, 박람회를 통해 새로운 인연을 이어갈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박람회에 부스로 참여했던 분들이 매일 아침 빈브라더스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또 어떤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실지 궁금해지네요.

‘주섬주섬밤섬’ - 무성한 오니기리, 온화한 식물, 쉬운 커피
5월에는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 루프탑에서 조금은 색다른 행사를 열었습니다. 식물로 가득한 공간에서 오니기리와 커피를 즐기며, 한강 위 밤섬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었죠. ‘미소와 광철’ 팀이 사계절을 주제로 한 오니기리를 준비해 주셨는데, 각 계절을 잘 표현해 주셨을뿐만 아니라 빈브라더스 커피와의 조합까지 생각해 주셔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날 오니기리만 8개 정도 먹었던 것 같아요.
잔잔하면서도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봄의 끝자락을 즐기다 보니 하루가 끝나는 게 아쉽더군요. ‘주섬주섬밤섬 이후에도 계절마다 커피하우스 루프탑에서 재미있는 행사를 만들어보자’던 도전적인 목표는 결국 이루지 못했지만, 내년에 뭔가 재미있는 이벤트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무럭무럭 성장 중인 빈브라더스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의 빈브라더스 매장에 방문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3년 정도 쿠알라룸푸르에 살며 현지의 Bb 매장을 제 집 드나들듯 다녔었는데요. 신기하게도 한국의 빈브라더스를 알고 찾아오시는 한국인 관광객분들을 종종 만나곤 했어요. 비행기로 7시간 가까이 떨어진 두 나라의 빈브라더스 매장이 이렇게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입니다.
코로나 전만 해도 하나의 매장으로 운영되었던 말레이시아 법인인데, 이제 어느덧 6개의 매장과 도매·온라인 사업을 운영하는 ‘커피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같은 빈브라더스 커피가 현지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다르게 풀어지는 모습이 흥미로운데요. 혹시나 말레이시아 방문하시면 한번 들러보셔도 재미있으실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 새롭게 문을 연 말레이시아 LGB점
Bb의 두 번째 재생건축 프로젝트, ‘군산회관’
저는 한국의 항구 도시들이 지닌 매력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군산은 특히 잠재력이 큰 도시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김중업 건축가의 유작인 ‘군산시민문화회관’을 리뉴얼하는 프로젝트를 Bb가 맡았을 때 기대가 컸고, 프로젝트 팀의 작업을 흥미롭게 지켜보았습니다.
지난 8월 오픈 이후, ‘군산북페어’를 비롯해 군산회관은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역사적 맥락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 군산에서, 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진 군산회관이라는 공간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무척 기대됩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 공간에서 벌어질 이야기들도 전해드릴게요.

제가 준비한 2025년의 빈브라더스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제가 미처 담지 못한, 여러분에게 기억에 남는 Bb의 순간이 있으신가요? 피드백으로 남겨주시면 감사히 되새겨보겠습니다.
올 한 해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가오는 2026년에도 맛있는 커피로 찾아뵐게요. 다들 편안한 연말 연초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