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스페셜티 커피 업계가 시장에 답해야 할 본질적인 물음일지도 모릅니다. 기존의 원자재 커피(commodity coffee)와 달리, 스페셜티 커피는 ‘차별화될 수 있는 상품’으로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농장 단위의 생산 관리 및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비교적 높은 수준의 커피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고요.
그래서 스페셜티 커피는 실제로 어떻게 차별화되고 있을까요? 어떤 유형의 커피인지에 따라 그 답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Bb 커피의 예로 살펴볼게요.

먼저 블랙수트는 미디엄 다크 로스팅 특유의 달콤함과 초콜릿 노트를 살리면서도, 복합적인 향미를 구현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벨벳화이트는 에티오피아 워시드 커피의 시트러스 과일 향미를 일 년 내내 순도 높게 표현해야 하는, 또 다른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고 있죠.
블랙수트와 벨벳화이트처럼 상시 판매하는 이어라운드 커피의 과제가 있고, 매달 새롭게 선보이는 시즈널 커피에는 또 다른 차별화의 과제가 있습니다. 일단 빈브라더스 로스터리 팀에겐 커피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에티오피아의 커피를 폭넓게 소개하고 싶은 목표가 있고요. 가공 방식에서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콜롬비아의 커피 역시 빠짐없이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Bb가 꾸준히 발굴하고 있는 브라질과 페루, 인도네시아의 뛰어난 싱글 오리진 커피를 선보이는 것 또한 팀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시즈널 커피 중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에서 거래되는 커피들도 있습니다. 흔히 ‘하이엔드’나 ‘프리미엄’이라고 수식하고, Bb 내부적으로는 ‘싱글 플러스’라고 부르는 카테고리의 커피입니다. 게이샤를 필두로 한, 희소한 매력을 지닌 커피들이죠. 시장의 주류는 아니지만, 때때로 열렬한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는 유형의 커피이기도 합니다.
이 카테고리의 경우, 커피의 품질이 가격에 선형으로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이 네 배라고, 품질이 네 배로 좋은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럭셔리의 영역이 으레 그렇듯, 이런 커피들은 대개 ‘한 끗 차이’로 높게 평가받습니다. 다양한 커피 경험이 있거나, 함께 마시며 그 차이를 짚어줄 사람이 있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끗’이기도 해요.
오늘 레터에서는, Bb 팀이 오랜 시간 다양한 커피를 다루며 발견한 ‘한 끗’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비교적 최근에 선보인 커피의 사례를 통해 설명해 드리려고요. 혹시 맛보신 적이 있다면,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왼쪽부터 '엘 오브라헤: 게이샤', '세로 아줄: 게이샤'
향미의 선명도가 높을수록, 커피가 직관적으로 좋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꽃과 과일 계열의 향미에서 선명도의 가치는 돋보이죠. 수많은 아라비카 품종 중에서도 게이샤와 에티오피아 커피가 유독 사랑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선명한 커피들이 있습니다. 올해 Bb가 출시한 커피 중에서는 ‘엘 오브라헤: 게이샤’가 그런 사례였어요. 다채로운 꽃과 과일 노트가 또렷하게 드러나, 고객분들께 특별한 설명을 해드릴 필요가 없는 커피였습니다.
‘엘 오브라헤: 게이샤’가 워시드 게이샤의 매력을 보여줬다면, ‘세로 아줄: 게이샤’는 내추럴 게이샤의 향미를 뽐낸 커피였습니다. 다른 포도가 아닌 거봉(kyoho grape)이 딱 떠오르고, 장미나 라벤더 같은 고혹적인 꽃 향이 함께 어우러지는 커피였죠.
물론 선명함이 꼭 미덕인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가향 커피가 가장 사랑받아야 하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죠. 좋은 품질의 가향 커피도 존재하지만, 일반적인 맥락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선명함을 더 높이 사는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브라질 사맘바이아', '인도네시아 프린자 내추럴'.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지만 유독 기호 음료의 세계에서 자주 쓰는 말이 있는데, 바로 복합성(complexity)이란 단어입니다. 서로 다른 향미의 조합이 긍정적으로 느껴질 때 쓰는 표현으로, 커피 테이스팅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사실 복합성은 필연적으로 싱글 오리진 커피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특성입니다. 여러 재료를 조합한 블렌드에서 드러나는 것이 자연스럽죠. 블렌드를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복합적인 향미를 가진 싱글 오리진이 가끔 등장합니다. 올해 Bb가 출시한 커피 중에 ‘브라질 사맘바이아’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대추야자와 건자두의 달콤함으로 시작해 시나몬 향을 지나, 블랙커런트의 여운으로 마무리되는 커피였습니다. 보기 드문 개성을 지닌 커피였죠.
‘인도네시아 프린자 내추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장미와 블랙커런트의 향에서 출발해 카카오와 셰리 오크의 깊은 여운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향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커피였어요. 올해 프린자는 워시드와 내추럴 모두 품질이 좋았는데, 두 커피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복합성의 매력을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11월의 시즈널 커피 '에티오피아 하로 와추'
역시 흔하지 않은 유형으로, 향미 스펙트럼이 넓은 커피가 있습니다. 소수의 품종을 제외하면, 커피의 향미 스펙트럼은 대개 가공방식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죠. 과일스러운 커피로 한정하여 이야기하면, 워시드 커피는 시트러스 계열, 내추럴 커피는 베리 계열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드물게도, 이 두 가지 향미를 모두 갖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작년에 출시했고, 올해 11월에도 출시하는 ‘에티오피아 하로 와추’가 바로 그런 경우예요. 올해 구지 지역에 있는 하로 와추 가공소를 방문했을 때, 가공소를 운영하는 투레 와지(Ture Waji)가 자부심에 찬 얼굴로 딱 이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하로 와추의 커피는 워시드와 내추럴 느낌을 다 갖고 있다고요. '음, 이미 잘 알고 계시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콜롬비아 엘 오브라헤 농장의 게이샤가 있습니다. 이 농장의 워시드 게이샤도 향미 스펙트럼이 넓었지만, 내추럴 게이샤는 꽃과 시트러스, 핵과류를 모두 포괄하더군요. 재작년에 농장주 파블로가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파블로는 중국와 한국 로스터리들이 유독 내추럴 게이샤를 요청하는데,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엘 오브라헤의 워시드 게이샤는 충분히 좋다고 생각해서요. 하지만 올해의 엘 오브라헤 게이샤의 워시드와 내추럴 버전을 모두 마셔보고 나니, 여전히 내추럴 게이샤가 차별화되는 강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원래 '떼루아'라는 개념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었습니다만, 엘 오브라헤 농장을 다녀온 후로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커피 산지를 다니는 사람들이면 방문한 농장의 커피 체리를 먹어보는데요. 엘 오브라헤 게이샤는 제가 먹어본 모든 커피 체리 중에 가장 달고 여운이 길었어요. 왜 그렇게 과육이 맛있었는지, 그리고 그 맛이 실제 커피 향미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왼쪽부터 '라스 마가리타스: 게이샤', '라스 마가리타스: 파카마라'.
지난 7월 Bb가 소개한 라스 마가리타스 농장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이 농장의 커피 두 가지를 소개했는데요. 게이샤와 파카마라였습니다.
‘라스 마가리타스: 게이샤’의 향미에서 제가 독특하다고 생각한 것은 커피가 가진 크림 같은(creamy) 느낌이었어요. 가끔이지만 콜롬비아 게이샤 중에는 과일 요거트 같다고 느껴지는 커피가 있는데요. 이 커피에도 그런 매력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Bb가 출시했던 미카바 농장의 게이샤 역시 비슷한 느낌이 있었어요.
한편 ‘라스 마가리타스: 파카마라’는 크랜베리와 패션프루트처럼 다소 익숙한(?) 과일 향미에 카다멈과 루바브의 향이 더해진 커피였습니다. 카다멈과 루바브는 커피가 가진 ‘녹색 향미’를 표현하기 위한 노트였는데요. 솔직히 아주 잘 공감되는 노트는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커피의 매력인 녹색 향미를 표현하고 싶어 사용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고유성에 반해 이 커피를 무척 좋아했었는데요. 고객분들의 온도가 저와 사뭇 달라서 다시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듯 ‘고유의 향미’는 본질적으로 취향을 타는 경향이 있고, 향미가 뚜렷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에는 ‘이국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커피 경험이 쌓일수록 단맛과 클린컵이 좋은 커피를 높게 평가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단맛이 좋다는 것은 아마 직관적으로 상상하실 수 있을 것 같으니 ‘클린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드려 볼게요.
‘클린컵이 좋다’는 것은 커피를 평가하는 데 있어 방해되는 요소가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후각과 미각, 촉각의 모든 영역을 고려하죠. 반대로 클린컵이 나쁜 커피는 커피 본연의 향미를 가리는 부정적인 향이나 맛, 촉감이 있는 경우 등을 뜻합니다. 클린컵은 커피 품질에 있어 가장 기본에 해당하는 항목이라 할 수 있지만, 높은 수준의 클린컵은 농장의 대단한 성취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치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과테말라 엘 인헤르토 농장의 커피를 마실 때 이런 기본이 탄탄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게이샤뿐만 아니라 파카마라, 버번 같은 품종에서도 일관되게 느껴지는 좋은 단맛과 클린컵은, 엘 인헤르토 농장의 높은 기준과 체계적인 관리 덕분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덕분에 커피가 가진 향미도 순도 높게 표현되는 게 아닌가 싶고요.
이처럼 단맛과 클린컵이라는 기본기가 탄탄하면서도 동시에 매력적인 향미를 가진 커피는 정말 드뭅니다. 컵 오브 엑셀런스(Cup of Excellence)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프레지덴셜(Presidential) 커피가 여기에 속하고, 베스트 오브 파나마(Best of Panama)의 상위권 농장들도 이런 덕목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런 커피들은 시장에서 희소할 뿐만 아니라, 고객이 그 가치를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로스터리 입장에서는 구매 결정을 내릴 때 고민이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어쩌면 커피 하는 사람들이 가장 소개하고 싶어 하는 유형의 커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Bb 커피의 사례를 통해 이런저런 ‘끗’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얼마나 공감이 되셨을지 궁금해요. ‘한 끗 다른 커피’가 우리들의 커피 생활에 주는 즐거움이 정말 크다는 생각 또한 다시금 하게 됩니다.
이번 레터를 쓰며 제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끗’이 있을 수도 있고, 이 글을 읽은 여러분만의 ‘끗’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커피가 '한 끗 다른 커피'라고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