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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커피의 추억
#150. 'Bb 홈 브루어스 컵'을 돌아보며
아이스 커피의 추억#150. 'Bb 홈 브루어스 컵'을 돌아보며

한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만 마시는 사람들이 있죠. 저도 그렇습니다. 따뜻하게 마셔야 커피의 향미를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고, 또 소화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인데요.


최근에 아이스 커피를 원 없이 마실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Bb 홈브루어스 컵’이란 대회의 심사위원을 맡았는데, 이 대회의 주제가 ‘벨벳화이트 아이스 브루잉’이었거든요. 태어나서 이렇게 찬 커피를 짧은 시간 안에 밀도 있게, 많이 마셔본 일이 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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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은 9월 27일 토요일 오전 10시, 새롭게 단장한 합정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홈 브루어스 컵은 취미로 집에서 커피를 내리는 분들을 위해 올해 Bb가 개최한 대회입니다. 이번 홈 브루어스 컵을 기획하고 예선 심사를 한 베로는 저보다 훨씬 밀도 있는 아이스 커피 경험을 했더라고요. 예선 신청자들의 레시피를 일일이 구현하고, 테이스팅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엄청난 여정이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베로도 평소에는 커피를 따뜻하게 마시는 편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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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Bb 홈브루어스 컵의 주제가 ‘아이스 브루잉’이었을까요? 아마 가장 많은 사람이 물어보았을 이 질문을 저도 베로에게 던졌습니다.


“사실 주제 선정에 앞서, 집에서 커피 내려 드시는 분들을 위한 대회를 열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먼저였어요. 저희 고객분들을 포함한 많은 홈 브루어분들이 집에서 아이스 브루잉 커피를 내려 드시는 것을 알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아이스 브루잉을 주제로 선택하게 되었어요.


시간이 지나도 농도 변화가 거의 없는 따뜻한 커피와 달리, 아이스 커피는 시간이 지나면서 얼음이 녹기 때문에 점점 묽어지죠. 이 점은 추출과 평가 모두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고, 그래서 아이스 브루잉이 대회에 적합하다고 말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도 다수의 홈 브루어분들이 커피를 내려 마시는 맥락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이스 브루잉'이란 주제를 선정하게 되었어요.


홈 브루어스 컵을 열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이번 대회를 통해 홈 브루어 분들이 본인들의 아이스 브루잉 레시피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었는데요. 그것만 달성해도 대회 개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_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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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의 심사를 맡은 (왼쪽부터) 로사, 데릭, 케이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이었던 로사와 케이브, 저 모두 아이스 브루잉이 주제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참가자분들이 열심히 준비해서 오실 텐데, 우리가 공정하고 엄밀하게 잘 평가해 드릴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요.


그래서 대회 전에 베로와 심사위원들이 미리 만나서 치열한(!) 토론을 하고, 룰을 정했죠. 평가 프로토콜을 비롯하여 ‘세 명의 심사위원이 각자 다른 의견을 냈을 때’를 대비한 의사결정 기준도 함께요.


나중에 대회를 기획한 베로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히려 우리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을 기대했다고 해요. 실제로 로스터리에서 커피를 평가할 때 저희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오랫동안 함께 커피 평가를 해오다 보니 다행히도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이번 홈 브루어스 컵 심사에도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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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저희가 대회에서 실제로 심사한 아이스 커피들은 어땠을까요? 심사 소감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대회 포맷을 설명해 드리는 게 좋겠네요.


먼저 대회는 본선과 준결선, 결선의 3단계로 진행이 되었고요. 3인 1조가 되어 서로 겨루게 되고, 그중에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참가자가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방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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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의 진행을 맡은 오웬


본선에는 총 17명이 참가하셨어요. 대회 날 참가자분들께도 말씀드렸었지만, 심사를 하고 보니 본선 통과의 관건은 적정 농도와 온도를 맞추는 것이더라고요. 얼음이 녹을 것을 고려하여 너무 진하게 내리셨거나, 반대로 얼음이 녹는 속도를 과소평가하여 평가 시점에 상당히 묽어진 경우가 꽤 있었고요. 너무 차가워서 커피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어요. 벨벳화이트 자체가 괜찮은 커피이다 보니 농도와 온도만 맞추어도 상당히 준수한 커피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그런 커피를 선보인 분들이 다음 단계인 준결선에 올라가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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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선에는 총 6명이 올라오셨어요. 제가 유심히 본 것은 어떤 드리퍼(dripper)들이 준결선에 올라왔나 하는 것이었는데요. 하리오 V60를 쓰신 분이 세 분, 칼리타 웨이브와 오리가미, 에어로프레스를 쓰신 분이 각각 한 분씩이었어요. 어느 하나의 추출 기구로 몰리지 않고, 요새 홈 브루어들이 많이 쓰는 드리퍼들이 다 올라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준결선이 되니 농도와 온도에 이슈가 있는 경우는 없었고, 벨벳화이트의 과일스러움을 가장 잘 표현한 분들이 결선에 진출하셨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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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인 결선은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세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결정이 된 경기였어요. 우승자의 커피를 마셔보니 향과 맛, 촉감 모든 영역에서 빠짐이 없었는데, 거기에 차가운 온도가 주는 쾌감이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벨벳화이트 아이스 커피가 되더라고요. 반면 준우승자의 커피는 의도하신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커피의 온도가 충분히 차갑지 않아서, 괜찮은 커피였지만 대회의 주제인 '아이스 브루잉'의 매력을 잘 보여주지는 못 했다고 생각했어요. 의아했던 것은, 준우승자의 준결선 커피를 제가 기억하고 있었는데 결선 때랑 온도가 달라서 아마 무언가 의도와 다르게 흘러갔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본선에서 결선까지의 제 심사 소감을 말씀드렸는데요.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아이스 커피는 마시는 시점의 농도와 온도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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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브루어스 컵의 심사를 마치고 다양한 소회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이스 커피에 대한 생각을 잘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상했던 것보다 아이스 커피의 스펙트럼이 넓었다던 케이브의 짧은 한 마디도 기억나고, 예선 심사를 하며 고객분들이 집에서 어떻게 내려 드시고 계셨는지 알게 되어 뿌듯하다던 베로의 말도 기억이 납니다. 베로는 진지하게 커피 내려 마시는 분들이 집에 농도계를 장만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대요.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서 쉽게 추천해 드리진 못 하지만, 농도만 잘 맞춰도 꽤 맛있는 커피를 일관되게 마실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 심사가 <스펙트럼: 벨벳화이트 아이스 브루잉> 프로그램을 체험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여기에는 아이스 커피를 낮추어 보았던 저의 인식도 한몫을 하는데요. 예전에 합정점에서 엘살바도르 COE 2위를 했던 로스 모랄레스 게이샤를 판매했는데, 한겨울인데도 70% 이상의 고객분들이 아이스로 드시길래 혼자 안타까워했던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그 커피를 아이스로 마셔보고 안타까워했던 것인지 의문을 갖게 돼요. 그만큼 커피는 따뜻하게 마셔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이번 기회에 아이스 커피도 얼마든지 다채로울 수 있고,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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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브루어스 컵이 끝나고 한 달 정도 지났는데요. 과연 대회 이후 저는 아이스 커피를 얼마나 마셨을까요? 사실 최근에 베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마신 벨벳화이트 아이스 말고는 한 잔도 마신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취향이 쉽게 변하진 않는 모양입니다. 아마 저는 앞으로도 아이스 커피를 잘 마시지 않을 것 같지만, 이번 홈 브루어스 컵이 저에게 알려준 ‘온도에 대한 취향에 우열이 없다’는 사실만큼은 잘 기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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