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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추출이란
#148. B2B 컨설팅 팀장 어스와 나눈 대화
좋은 추출이란#148. B2B 컨설팅 팀장 어스와 나눈 대화

좋은 커피란 무엇일까요? ‘좋음’에 대한 기준은 취향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객관적으로 무엇이 더 나은지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커피 일을 해온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좋음’의 기준이 있기 마련이고요.


최근에 이 질문을 던져보고 싶은 사람이 떠올라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어느덧 빈브라더스 입사 11년 차를 앞두고 있는 B2B 컨설팅 팀의 김의성 팀장(이하 어스)입니다. 지난 10년간 커피 추출과 기자재에 관한 다양한 실험을 해온 어스에게 커피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보니, 내용이 아주 가볍진 않습니다. 하지만 커피를 업으로 삼으신 분들이나 취미로 즐기시는 분들 모두 이 정도는 함께 알고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리했습니다. (어스의 보다 자세한 커피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빈브라더스 홈페이지 저널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오래 함께 일한 동료를 인터뷰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질문을 건네고, 또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는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느낀 재미가 독자 여러분들께도 전달되길 바라며, 어스와의 인터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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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어스(오른쪽)와 데릭


Derek 어스 안녕하세요. 요즘 사무실에서 얼굴을 자주 못 보는 것 같아요.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Us 최근에 둘째가 태어나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다만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고민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에요. 첫째가 늦게 자기 시작했거든요(웃음). 고객사 분들을 대상으로 스터디 프로그램을 열고, 진행한 실험의 결과를 정리하고 싶은데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Derek 컨설팅 의뢰도 전보다 많이 들어와서 어스가 바빠졌죠.


Us 감사하게도 유튜브를 통해 저희를 알고 연락을 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최근에는 A.I. 추천을 받아 컨설팅을 의뢰해 주신 분들도 계셔서 신기했어요.


Derek 직접 컨설팅을 맡은 카페는 아무래도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Us 맞아요. 대표님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공간이 채워지는 과정을 함께 지켜봤다 보니 완성된 매장을 보면 뿌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출장 가는 길에 컨설팅 의뢰를 해주신 카페가 있다면 꼭 들러서 인사를 드리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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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머신 점검 중인 어스의 모습


Derek 어스랑 오래 같이 일했는데, 사실 어떻게 커피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는 모르고 있었더라고요. 인터뷰 준비하다가 문득 깨닫게 돼서, 오늘 꼭 물어보고 싶었어요.


Us 대학교 1학년 때 학비를 벌기 위해 카페에서 일을 했었어요. 붕어빵과 커피를 파는 가게였는데요. 당시에 같이 일하던 점장님과 매니저님이 커피에 관심이 많은 분이셨어요. 자연스럽게 저도 커피에 관심이 생겼고, 그중에서도 에스프레소 머신에 흥미를 갖게 되었죠. 어릴 적부터 기계 다루는 것을 좋아하고, 물로켓을 만들거나 과학 상자를 조립하는 데 온 하루를 쏟곤 했거든요. 대학도 그래서 기계과로 진학했고요.


그런 저에게 에스프레소 머신은 너무나 재밌는 장난감이었어요. 2년 동안 일을 하면서 에스프레소 머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해서 뜯어보고, 조립을 직접 해보면서 독학했죠. 머신이 고장 나서 수리 업체를 부른 날이 기억나네요(웃음).


Derek 어린 나이에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를 알게 되는 경우가 드문데, 어스는 어릴 적부터 기계를 다루겠다고 결심했군요. 그래서 기구를 활용하는 브루잉보다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커피 추출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나 봐요.


Us 맞아요. 저는 브루잉 쪽은 흥미가 안 생기더라고요. 무엇보다 너무 어려워요(웃음). 조금만 틀어져도 커피 맛이 너무 달라지니까요. 그런데 에스프레소 머신은 기계 자체가 통제를 잘해주니까 좋더라고요.


Derek 그럼에도 좋아하는 브루잉 기구나, 잘 만들었다 생각하는 기구가 있나요?


Us 저는 에어로프레스 좋아합니다.


Derek 브루잉에서도 고농도로 추출하는 것을 좋아하시는군요(웃음).


Us 브루잉으로 내린 커피는 촉감이 거친 게 맛있더라고요. 에어로프레스로 내린 커피는 거친 촉감이 기분 좋게 느껴지고, 향이 복합적으로 전해져서 좋아해요.


Derek 그럼 첫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에 관심을 가진 뒤에, 빈브라더스로 입사하게 된 거예요?


Us 아뇨, 첫 카페를 나와서 2014년 가을에 라마르조코 1기 홍보대사로 일했어요. 라마르조코 머신을 쓰는 카페에 들러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카페쇼에 참여해 라마르조코의 부스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요. 당시 라마르조코에서 테크니션으로 일하는 형과 친해져 자연스럽게 에스프레소 머신을 공부할 기회도 있었죠.


그렇게 홍보대사로 시간을 보내다가 2014년 12월에 빈브라더스에 바리스타로 입사하게 되었어요. 이후에 강남점부터 신도림 디큐브시티점, 합정점 등 다양한 매장에서 일을 했었고, 중간에 일 년 정도 로스터리에서 물류팀으로 일을 하기도 했었어요.


Derek 그러다가 어떻게 B2B팀으로 들어오게 된 거예요?


Us 바리스타로 일할 때도, 물류팀에서 일할 때도 기계는 꾸준히 들여다봤어요. 시간이 날 때면 에스프레소 머신을 혼자 뜯어보고 실험한 결과를 정리해 팀원들에게 공유했었는데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어느 순간 팀원들이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저를 찾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수리 업체에 맡기기 전에 제가 먼저 살펴보기도 하고요.


그러던 중 당시 B2B팀에서 원두를 납품하는 한 고객사의 매장을 함께 방문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한 고객사에서 저희가 제공한 레시피대로 커피를 추출했는데, 빈브라더스 매장에서 마신 커피와 다르다고 말씀하셔서요. 그렇게 고객사에 방문해 머신 세팅을 잡아드렸고, 방문 횟수가 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B2B팀으로 아예 자리를 옮기게 되었어요. B2B팀은 도매 원두 납품부터 오피스 구독 서비스, 컨설팅과 기자재 납품 등 원두를 사용하는 사업자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저는 B2B 컨설팅 팀장으로 도매 컨설팅부터 파트너사 기자재 설치와 유지 관리를 담당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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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ek 그렇게 빈브라더스에 온 지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추출과 기자재 영역에서 어스가 많이 고민하고 실험을 해왔을 것 같은데요. 추상적일 수 있지만, 어스에게 ‘좋은 커피’는 어떤 커피예요?


Us 로스터가 의도한 맛과 향이 일관되게 나오는 커피가 좋은 커피라고 생각해요. 맛이 항상 일정하게 추출되는 것도 중요한 기준이죠. 환경은 달라져도, 최대한 비슷한 맛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좋은 커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Derek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서, 커피를 잘 추출한다는 것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마시고 난 후 잘 내려졌다고 생각하게 되는 커피들이 있잖아요.


Us 우선 개인적인 취향으로 보자면, 단맛이 좋고 향이 복합적이면서 단맛과 산미의 밸런스가 좋은 커피를 마셨을 때 그렇게 생각해요. 처음 가는 카페에서 그런 커피를 마시면 ‘이 커피 참 잘 내렸구나’ 생각하죠.


그리고 고객사를 방문해 커피 맛을 점검할 땐 부정적인 맛이 나타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확인해요. 커피에서 쓴맛이 난다거나, 촉감이 거칠게 느껴지면 추출이 잘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편이죠. 그리고 빈브라더스 커피처럼 제가 알고 있는 커피라고 한다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로스터의 의도가 추출한 커피에 잘 표현되는지를 따져보는 것 같아요.


Derek 예상외의 답변을 들어서 사실 좀 놀랐는데요(웃음). 저는 어스가 커피의 수율이 어떻고, 농도가 어떻고 등등을 얘기할 줄 알았거든요. 부정적인 것이 느껴지지 않는지를 따지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로스터의 관점과 비슷한 것 같아요.


Us 예전에는 농도도 엄밀하게 따지고, 시간도 정확하게 초 단위로 나눠서 내려보기도 했었는데요. 요즘에는 어떤 추출 방법을 적용하든, 맛이 잘 구현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Derek 정리해 보면 어스는 두 가지 기준을 갖고 있는 거네요. 로스터의 의도를 순도 높게 구현하는 게 한 축이고, 다른 한 축은 마시는 사람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는 거죠.


Us 맞아요. 커피 추출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틀에 갇히지 않아도 된다고 보지만, 카페에서는 어느 정도의 범위를 설정하는 게 일정 수준 이상의 커피 품질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고객사에도 양질의 커피를 일관성 있게 추출하려면, 추출 변수를 일정 범위 안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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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ek 그동안 다양한 에스프레소 머신 다뤄봤잖아요. 어스의 기준에서 좋은 에스프레소 머신이 갖추어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도 궁금했어요.


Us 추출수의 온도, 그리고 추출량이 일관되게 유지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보통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격이 올라갈수록 추출수의 온도와 추출량이 일관된 편인데요. 가격대가 낮은 에스프레소 머신의 경우 추출수의 온도와 추출량이 자주 변해요. 바리스타가 신경 쓸 일이 많아지는 거죠. 그룹 헤드(Group Head)*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각각의 온도가 떨어지지 않게 관리한다던가, 저울을 놓고 유량 편차를 계속 체크해야 하는 거예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 원두를 담는 바스켓인 포터필터(Portafilter)를 장착하는 부분.


Derek 추출수 온도가 일관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에 어떤 장치가 필요한가요?


Us 하이엔드 머신을 뜯어보면 프리히팅(Pre-heating)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거나, 프리히팅관이 따로 장착된 경우가 많아요. 일반적인 머신에 설치된 커피 보일러의 용량이 보통 300ml에서 500ml 사이인데요. 커피를 한 번 추출할 때 80ml 정도의 물을 사용하거든요. 약 20%에 해당하는 용량의 찬물이 보일러에 들어가면 온도가 뚝 떨어지기 때문에, 프리히팅 보일러나 프리히팅 관을 통해 처음부터 뜨거운 물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프리히팅 관을 사용하면 120도 정도인 스팀 보일러의 온도로 간접 가열된 물이 보일러로 들어갈 수 있거든요.


그룹 헤드에도 히터가 달려 있으면 온도 안정성이 확보돼요. 커피 보일러에 있던 물은 그룹 헤드를 지나서 흘러나오는데, 그룹 헤드는 전체가 금속이고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열이 계속 빠져나가게 돼요. 그런데 그룹 헤드에 히터가 달려있으면 열 손실이 확연히 줄어들어요. 예를 들어 시모넬리(Simonelli) T3 모델은 스팀 보일러와 커피 보일러, 그리고 그룹 헤드마다 히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온도 편차가 1도 이내로 측정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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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넬리 T3 모델


Derek 물론 하이엔드 머신을 쓰면 좋지만, 비용 등의 이유로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잖아요. 프리히팅관이나 그룹 헤드에 히터가 없는 머신의 경우 온도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바리스타가 어떤 행동을 취하면 좋을까요?


Us 처음 커피 세팅을 잡기 전에 커피 보일러에 있는 물을 다 흘려보내는 게 좋아요. 그룹헤드에 히터가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라마르조코(La Marzocco) 머신의 경우, 전날 93도로 세팅해도 사용하지 않는 동안 에스프레소 머신의 온도가 떨어져 아침에 출근하면 85도까지 내려가 있는 경우도 있거든요. 라마르조코에서 파생된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인 키스반더웨스턴(Kees Van der Westen), 시네소(Synesso), 슬레이어(Slayer)도 마찬가지로, 레시피를 잡기 전에 물을 충분히 흘려준 다음부터는 온도를 일관되게 유지되는 편이에요.


Derek 유량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어떤 브랜드가 좋은 편인가요?


Us 테스트를 해봤을 때 라마르조코의 리네아 PB 등급 이상의 머신이 유량 안정성 측면에서 좋았어요. 시네소, 빅토리아 아르두이노 블랙이글(Victoria Arduino Black Eagle)도 괜찮았고요. 최근 엘로치오 디그니티 듀얼(Elrocio Dignitiy-Dual) 모델도 테스트해 봤는데, 유량 편차가 라마르조코의 모델과 비슷하게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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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ek 에스프레소 머신과 관련한 실험도 많이 했지만, 그라인더에 관한 실험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했잖아요. 어스가 생각했을 때 좋은 그라인더가 갖춰야 할 기준이 무엇인가요?


Us 채널링(Channeling)을 발생시키지 않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채널링은 물이 바스켓에 담긴 원두를 골고루 적셔주지 않고 흘러내리는 현상인데요. 20g의 원두를 바스켓에 넣었을 때, 예를 들어 물이 한쪽으로만 흘러가면서 10g이나 16g 정도만 적신 채로 추출이 되는 경우라 할 수 있어요.


다만 채널링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확한 설명을 하고 있지 못하는 게 사실이에요. 작은 입자들이 한쪽에 쏠리면서 물길이 막히기 때문이라고 추정은 할 수 있지만, 그라인더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서 채널링 현상이 발생하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해요.


현재까지 제가 파악한 바로는, 모터 회전 속도가 빠른 그라인더에서 채널링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플랫버(Flat Burr)* 그라인더와 코니컬버(Conical Burr)** 그라인더를 비교해 보면, 모터 회전 속도가 빠른 플랫버 그라인더가 이에 해당하는 경우라 할 수 있죠. 플랫버는 원심력을 이용해 원두를 밖으로 내보내면서 절삭을 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1,700rpm으로 돌아가거든요. 반대로 코니컬버는 중력을 이용해 원두를 절삭하기 때문에, 플랫버 그라인더보다 느린 500rpm 정도인 경우가 많고요.

*평평한 두 개의 칼날로 원두를 분쇄하는 날.

*원뿔 모양의 칼날로 원두를 분쇄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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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버(왼쪽)와 코니컬버(오른쪽) 그라인더의 구조 ©Voltage Coffee Supply


Derek 과거에 플랫버와 코니컬버에 따른 맛의 차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잖아요.


Us 개인적인 추측으로 과거의 플랫버 그라인더에서는 대부분 채널링이 발생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넷에 남아있는 논의를 살펴보면, 플랫버 그라인더로 분쇄한 원두로 커피를 내리면 단맛이 올라가고 클린컵(Clean Cup)*도 개선된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두 가지가 커피의 농도가 낮을 때 나타나는 현상들이거든요. 농도가 낮아지면서 커피가 연해짐에 따라 클린컵이 좋아지고, 상대적으로 용해가 잘 되는 성분인 단맛의 강도가 올라가서 그렇게 느끼신 것 아닐까 생각해요.

*커피의 맛과 향에서 불쾌한 맛이나 냄새가 느껴지지 않고, 커피 본연의 깨끗하고 긍정적인 맛과 향이 느껴지는 상태.


반대로 코니컬버는 향미가 복합적으로 나온다는 평이 많은데요. 모터 회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코니컬버 그라인더로 분쇄한 경우에는 채널링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고, 플랫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율(Extraction Yield)*이 높게 나올 가능성이 커 복합적인 향미의 커피로 추출되는 것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어요.

*커피 원두에서 물에 녹아 나온 성분의 양을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 사용한 원두 중 몇 퍼센트가 실제로 추출되었는지를 의미한다.


이와 별개로 ‘플랫버와 코니컬버로 분쇄한 원두의 입자가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맛에서 차이가 난다’는 가설은 더 검증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최근 직접 연구소에 의뢰해 절삭한 원두를 전자 주사 현미경으로 촬영해 결과를 받아보니 입자가 비슷하게 생겼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 커피하우스에서 ‘에스프레소 그라인더별 커피 맛 비교 스터디’를 열어, 참여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플랫버 그라인더와 코니컬버 그라인더로 분쇄한 원두를 비교 테이스팅 해보았는데요. 트라이앵글 테스트(Triangle Test)*로 진행했을 때, 참가자분들 모두 플랫버 그라인더로 추출한 커피와 코니컬버 그라인더로 추출한 커피를 구분하지 못하셨어요. 실제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나니,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3개의 컵 중 다른 한 가지 컵을 구분하는 테스트.


Derek 우리가 카페에서 자주 보게 되는 그라인더 중에 코니컬버를 사용하는 그라인더는 어떤 게 있을까요?


Us 코니컬버를 사용하는 그라인더는 메져 로버(Mazzer Rober), 메져 코니(Mazzer Kony), 그리고 콤팍(Compak) K10 모델 정도가 있을 것 같아요. 나머지는 대부분 플랫버라 할 수 있는데요.


어떤 분들은 버 디자인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전 세계에서 그라인더 날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는 브랜드가 디팅(Ditting)인데, 디팅은 버 디자인을 다양하게 만들어요. 단맛 위주로 추출할 수 있는 버 등 판매하는 종류가 다양한데, 디팅 정도의 회사에서 그렇게 만드니까 뭔가 날에 따른 유의미한 맛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요.


Derek 결과적으로 커피 추출 과정에서 채널링이 일어나지 않아야 좋은 그라인더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해야 채널링 현상이 덜 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요?


Us RPM 조절이 가능한 빅토리아 아르두이노 미토스(Mythos) 2 그라인더를 통해 실험을 해보니, RPM을 느리게 할수록 채널링 현상이 덜 발생하고 커피의 농도 값이 높아지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다만 플랫버 그라인더의 경우 보통 1,700rpm으로 돌아가는데, RPM을 너무 낮추면 원심력이 충분하지 않아 분쇄 중간에 원두가 걸려서 멈추는 경우가 발생해서 적정한 수준으로 맞추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Derek 집에서 커피를 내려 드시는 분들에게는 어떤 팁을 드리고 싶으세요?


Us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내려 드신다면 분쇄된 원두를 포터 필터에 바로 받지 않고, 종이컵 등을 이용해 받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가정용 그라인더는 높은 확률로 채널링이 발생하기 때문에, 분쇄한 원두를 컵에 받은 후에 잘 섞어주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침칠봉*으로 잘 섞어주시는 것도 좋아요. 그렇게만 해서 레시피를 따라 추출하시면, 매장과 유사한 맛의 커피를 집에서도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여러 개의 얇은 바늘로 구성된 도구로, 커피 추출 시 커피 가루의 뭉침을 풀어주어 밀도를 균일하게 하여 채널링 현상을 방지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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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ek 어스가 추출 관련 실험을 많이 했잖아요. 지금까지 한 실험을 제외하고, 어스가 더 탐구해보고 싶은 영역이 있나요?


Us 새로운 분야를 실험해보기에 앞서, 과거에 실험했던 것들을 다시 수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들어요. 예전 실험들을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잘못된 사실들이 눈에 걸려서요. 그리고 수년 전에 썼던 글을 보면 ‘왜 이렇게 적었을까’ 싶은 문장들이 많더라고요(웃음). 시간만 허락한다면 하나씩 다시 실험을 해보면서 수정한 버전을 만들고 싶어요.


Derek 오늘 어스와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스의 앞으로의 계획을 들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싶네요.


Us 우선 손에 잡힌 급한 일들을 마치고, 한동안은 아이들에 집중하고 싶어요. 지금 첫째 딸이 어린이집 방학이라 큰집에 내려가있는데요. 오늘 퇴근하고 나면 저도 바로 큰집으로 내려가서 집안일을 도우려고요. 사실 최근 2주동안 자유 남편이었답니다(웃음).


Derek 두 딸이 나중에 크면 어떤 커피를 마실까요?


Us 아마 저를 따라 에스프레소 마시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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