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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라떼 좋아하세요?
#142. 알고 마시면 더 재미있는 ‘우유’
라떼 좋아하세요?#142. 알고 마시면 더 재미있는 ‘우유’

한국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즐기시는 분이 많고 저희 매장 역시 그렇지만, 라떼와 플랫화이트를 주문하시는 분의 비율도 20-30%로 꽤 높은 편이에요. 말레이시아 매장에서는 전체 고객의 60~70%가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주문하시는데요. 늘 흥미롭게 느끼는 데이터입니다.


20세기에 에스프레소 추출 기술이 개발되고, 스타벅스의 카페 모델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우유가 들어간 커피 메뉴는 카페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가 되었습니다. 우유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인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맛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 레터에서는 커피 향미에 있어 물 못지않게 중요한 우유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전 세계인의 우유

인류가 우유를 마시기 시작한 건 기원전 8천 년에서 1만 년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소를 가축으로 키우기 시작한 유럽인들이 처음으로 우유를 마시지 않았을까 추정하죠. 상대적으로 우유를 잘 소화 못 하는 아시아•아프리카 사람들과 달리, 유럽인 중에는 유당을 잘 분해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고 하잖아요. 젖으로 영양을 공급받아야 하는 유아와 달리 성인의 경우 유당 분해 능력이 필수가 아닌데요. 왜 유럽인 사이에 유당 분해 유전자가 퍼지게 되었는지는 진화생물학계에서도 흥미로운 주제라고 합니다. 만약 유럽과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했다면 라떼가 지금의 위상을 갖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유당 분해 능력 덕분인지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우유를 편하게 즐기는 편입니다. 아침 식사로 우유에 시리얼을 넣어 먹는 미국인의 모습은 쉽게 떠오르죠.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실 생각을 한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람들,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신 영국인, 1인당 우유 소비량으로 세계 1•2위를 다투는 핀란드 사람들까지. 우유는 서구인의 삶에 깊이 들어가 있습니다.


유당 불내증 때문에 아시아인들이 우유를 안 마시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영국 사람들만 밀크티를 마시는 게 아니죠.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신 것은 차의 원산지인 중국과 티베트 지역이 더 빨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인도 역시 영국의 영향을 받아 ‘마살라 차이’라는 독보적인 향신료 밀크티를 만들어냈습니다. 차와 우유에 타피오카 펄을 더한 대만의 버블티는 북미와 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고요. 저도 개인적으로 밀크티를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데자와'를 즐겨 마셨는데, 어른이 된 후에 홍콩에서 정말 맛있는 밀크티를 마시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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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인은 어떻게 우유를 즐겨 왔을까요? 한국에 우유가 도입된 것은 20세기 초로 한국인이 우유를 마신 지는 이제 백 년이 조금 넘었어요. 처음에는 왕실 중심으로 소비가 되다가,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대량 생산이 시작되어 일반 대중들도 소비할 수 있게 되었지요. 식문화에 닿아있던 것은 아니라 우유를 마시는 방법이 다양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점차적으로 서구 문화가 들어오면서 미국과 유럽이 즐기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우유를 소비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릴 때 마셨던 우유를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의 우유 급식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 시절에는 흰 우유는 잘 마시지 않고, 바나나 우유나 딸기 우유 같은 가향 우유를 즐겼는데요. 우유 특유의 맛과 질감에 달콤한 과일 향이 더해지니 어찌나 맛있던지요. 물론 설탕의 역할이 컸겠지만요. 목욕탕 다녀온 후 마셨던 시원한 바나나 우유의 맛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우유를, 어떻게 즐겨 오셨어요?



다양한 품종의 젖소

우유(牛乳)는 말 그대로 소의 젖입니다. 평상시에는 잘 생각하게 되지 않지만, 젖소의 세계에도 꽤 다양한 품종이 존재합니다.


가장 많은 국가에서 기르는 젖소는 '홀스타인(Holstein)'이란 품종입니다. 젖소 중에 우유의 양이 많은 편이라 널리 사육되지만, 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치즈 같은 가공식품에 최적은 아닙니다. '저지(Jersey)'라는 품종도 있는데요. 유량은 적지만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높아서 치즈 생산의 수율이 좋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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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스타인(Holstein) 젖소. ©AGDAILY


한국과 일본은 홀스타인 위주로 낙농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그렇고요. 호주도 홀스타인 위주지만 저지의 낙농 비율도 제법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품종의 젖소를 기르는 나라는 단연 프랑스입니다. 전통적으로 유제품을 음식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동아시아 국가와 달리 프랑스 음식에 유제품은 필수 불가결한 재료지요. 버터와 치즈 없이 프랑스 음식을 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요. 생산하는 버터와 치즈의 종류에 따라 지역마다 다른 품종의 젖소를 기르기도 하는데요. 중요한 식재료인 만큼 유제품의 완성도가 높아서 프랑스 여행 가시는 분들이 버터를 사 오시는 경우가 은근히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 ‘카이막’으로 유명해진 터키의 사례도 재미있습니다. 카이막은 우유를 저온에서 천천히 끓인 후, 윗부분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두껍고 진한 크림 층을 모아 만든 전통 유제품이에요.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이스탄불편에 나와 널리 알려졌습니다. 백종원 씨가 한국에 돌아와서 직접 카이막을 만들어보았지만 터키에서 먹은 품질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실제로 터키에서는 일반 젖소에 비해 지방 함량이 2배 가까이 많은 버팔로의 우유를 카이막의 재료로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유제품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나라일수록 여러 품종의 소를 기르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우유를 생산하는 것 같습니다.



음료 재료로서의 우유


우유는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합니다. 유당을 잘 분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로 좋은 음료일 텐데요. 아마 세상에는 우유만 마시는 사람보다는 우유를 베이스로 사용한 음료를 마시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어요. 음료의 재료로서 우유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여를 할까요?


일단 어떤 음료에 우유가 들어가면 색깔이 달라집니다. 가장 밝은 색인 흰색이 더해지기 때문에 원래 색보다 더 밝아지고 연해지는 경우가 많죠. 똑같은 말인데, 명도는 높아지고 채도는 낮아진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에스프레소와 라떼의 색을 상상해 보시면 쉽게 비교하실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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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은 어떨까요? 기본적으로 음료에 우유의 향이 더해지겠죠. 향을 잘 흡수하는 우유의 특성상 원하는 향을 의도적으로 입히는 것 또한 용이한 편이에요. 우유에 특정 재료를 일정 기간 냉침한 음료는 즉석에서 재료를 혼합하는 경우보다 음료로서 좀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재료가 상대적으로 덜 섞여서 따로 노는 칵테일과 균일하게 잘 섞인 칵테일의 차이랄까요.


맛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일반 전지 우유의 경우 90% 가까운 성분이 물이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등의 영양 성분이 나머지를 차지합니다. 주로 유당의 형태로 존재하는 탄수화물 덕분에 우유는 기본적으로 단맛이 있죠. 락토프리 우유의 경우 유당이 소화되기 쉬운 크기로 이미 분해가 된 상태라 단맛이 더 빠르게 느껴지고요.


유당을 비롯한 다양한 성분 덕분에 우유가 커피에 더해지면 커피의 강렬한 신맛과 쓴맛이 마시기 편한 수준으로 약해지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우유가 알칼리성을 띠고 있어 산성인 커피를 중화시켜 주고요. 우유의 단맛과 질감은 느껴지는 쓴맛의 강도를 낮춰주지요. 많은 분이 라떼를 드시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 같아요.


색 이야기도 하고 향미도 다루었지만 저는 우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질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무게감 있는 질감은 물과 우유를 구분해 주는 중요한 특징인 것 같아요. 우유에 공기를 투입하는 스티밍(steaming)을 적절하게 하면 흔히 벨베티(velvety)하거나 실키(silky)하다고 표현하는 매력적인 질감을 갖게 되죠. 적절하게 스티밍 된 라떼는 어찌나 즐거운 경험을 주는지요. 라떼를 마시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이 부드러운 질감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만큼 워터리(watery)한 라떼를 마셨을 때의 아쉬움도 큰 것 같습니다.



떠오르는 대체유 시장


우유가 음료에 하는 일에 관해 하나씩 다루어보았는데요. 꼭 우유만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유랑 똑같지는 않아도 카페 라떼나 밀크티에 기대하는 풍미와 질감을 어느 정도 구현해 주는 대체유들이 존재해요. 두유, 귀리유, 아몬드유와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사실 우리가 대체유라고 부르는 것들은 이미 그 자체로 존재했던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들이 ‘우유의 대체 제품’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 세기 동안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진도가 빨랐던 것은 유당불내증을 가진 아시아·아프리카계 인구가 많은 미국과 영국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일찍 비건 식단이 확산되고, 환경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진 것 또한 크게 작용했던 것 같고요. 두유와 아몬드유를 시작으로 하여 최근의 귀리유까지, 미국과 영국은 대체유의 가장 큰 소비 시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유럽 국가 중에서는 ‘오틀리’의 나라 스웨덴의 진도가 빨랐던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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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 De Leo


아시아에서는 국가 소비량 기준으로는 중국이 선두지만, 대체유 시장의 성숙도로 보면 싱가포르가 앞서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웬만한 카페에서 비건 옵션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푸드테크 스타트업 투자도 활발하여 새로운 대체유도 개발하고 있어요. 한국도 카페 중심으로 대체유 소비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요. 제 경험으로는 귀리유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체유’라고 부르는 만큼, 이것들이 얼마나 우유를 잘 대체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사실 영양학적으로라면 몰라도, 맛으로 우유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은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대체유가 우유보다 못하다는 뜻이 아니라 두유든, 아몬드유든, 아니면 현재 널리 사용되는 귀리유든 간에 모두 각자의 특징적인 향미를 갖고 있어서요. 커피와 만나게 되면 그 특유의 향미가 제법 도드라집니다. 그럴 때면 우유가 상당히 좋은 ‘도화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어쩌면 제가 우유 향미에 너무 익숙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푸드 엔지니어링으로 구현하는 ‘유사 우유’라는 장르도 있습니다. 식물성 재료나 미생물 배양 등을 통해 기능적으로 우유와 유사한 맛과 영양, 질감을 재현하는 분야이고, 현재 여러 나라의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데요. 실제로 우유와 상당히 유사한 제품들도 있지만, 문제는 역시 가격입니다. 대체유도 마찬가지의 과제를 갖고 있어요. 우유가 엄청 저렴한 제품은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대체유와 유사 우유를 비교하면 아직은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유 업계 역시 유당 분해 우유를 내거나 소화가 잘되는 단백질만을 함유한 우유를 내는 식으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려고 하고 있는데요. 우유를 대체하기 위한 대체유의 싸움은 아직도 초기 단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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