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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커피 수다
에티오피아 뉴크롭 커핑을 마무리하며




독자님, 안녕하세요. 데릭입니다.


글을 쓰다 창밖을 보니 봄기운이 완연해요. 어느덧 3월의 끝자락인데 다들 어떻게 지내셨나요? 저는 현재 가오픈 중인 커피하우스를 준비하느라 1월과 2월을 정신없이 보냈어요. 이것저것 꽤 많이 한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뭐했냐고 물어보면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올 초에 로스터리에서 맛본 에티오피아 뉴크롭의 기억은 꽤 생생합니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에티오피아 커피의 수확 시즌은 연말 연초입니다. 현지에서 수확과 가공을 마친 생두 샘플이 한국에 도착하는 시점이 대략 1월부터인데요. 지난 두 달간 저희뿐만 아니라 생두를 수입하는 한국의 여러 로스터리에서 에티오피아 뉴크롭 커핑을 하셨을 거예요. 우리가 이 시기에 구매하는 커피들이 결국 올 하반기 한국 시장에 나올 에티오피아일 텐데요. 다들 좋은 커피 많이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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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즐거운 에티오피아 커핑.©️박은실Momo




에티오피아 커피의 탁월함은 어디에서 올까?


어느 로스터리에게나 에티오피아는 소중한 커피 산지겠지만, ‘벨벳화이트’와 ‘휘게’라는 두 에티오피아 블렌드를 운영하는 저희에게는 유독 특별한 느낌이 있습니다. 벨벳화이트는 워시드 2종, 휘게는 내추럴 3종으로 구성된 블렌드입니다. 전자는 꽃과 시트러스 과일을, 후자는 잘 익은 베리의 향미를 보여주죠. 모두 에티오피아 커피를 상징하는 노트이고, 많은 분들이 에티오피아 커피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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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내추럴 3종으로만 이루어진 휘게 블랜드.©️황요성Scene


예전에 ‘에티오피아 할로 하르투메’라는 커피를 소개하면서 에티오피아 커피가 왜 탁월한지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짧은 소견이었지만 에티오피아 품종과 떼루아의 조합이 만든 일이 아닐까 추정해 보았지요. 저는 이 둘의 조합이 결국 에티오피아 커피에 지역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한 마을에서 재배하는 품종이 그렇게 다를 것 같지 않고, 토양과 기후도 자연스럽게 비슷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서요. 같은 마을에서 수확된 커피가 한 포대에 담겨 같은 가공시설을 거친다면 마을 단위의 지역성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대부분의 다른 산지와 달리 에티오피아 커피의 산지 정보는 눈여겨보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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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커피와 지역성 


에티오피아 커피 하면 어떤 지역이 떠오르세요? 많은 분들이 ‘예가체프 Yirgacheffe’를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품질 좋은 커피가 나기로 유명한 ‘시다마 벤사 Sidama Bensa’를, 또 어떤 분들은 커피의 어원으로 추정되는 ‘케파 Keffa’ 지역을 떠올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의 강자 ‘구지 Guji’나 최근 몇 년간 재조명 받고 있는 ‘짐마 Jimma’가 생각나는 분도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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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커피 산지.©️Daily Coffee News


에티오피아 커피에 어느 정도 지역성이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솔직히 저는 예가체프와 구지, 시다마의 커피를 블라인드 평가로 구분할 자신은 없습니다. 스페셜티 등급의 커피라면 셋 다 꽃과 과일 향미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지도를 보면 이해가 좀 되는데, 셋은 인접한 지역들입니다. 모두 에티오피아 중남부에 있어요. 북서쪽으로 한참 가다 보면 짐마가 보이는데, 여기 커피는 그래도 다른 특성이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시트러스 과일과 달콤한 캐러멜이 같이 느껴진다면 짐마 커피가 아닐까 추정해 보기도 하거든요. 물론 매번 맞지는 않습니다. 다소 엉뚱하지만, 에티오피아 커피 산지를 맞히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마다 와인 산지와 품종을 맞혀야 하는 소믈리에의 어려움을 떠올리곤 해요.




에티오피아 커피의 존재감이 커질 때 


에티오피아 어느 지역의 커피인지 맞히는 것이 어려운 것과 비슷한 결로, 여러 가지 에티오피아 커피만 평가하는 커핑도 무척 어렵습니다. 15종의 에티오피아 커피를 한 번에 평가한다고 해볼까요. 일반적으로 가공 방식이 같은 커피를 한꺼번에 테이스팅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일고여덟 번째 커피를 맛보다 보면 앞에 마신 것들이 다 그게 그거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에티오피아 커핑 테이블 위에 브라질 커피 하나 두는 것을 좋아합니다. ‘브라질’에 다녀온 후에 마시는 에티오피아 커피는 정말 환상적입니다. 에티오피아만 마실 때 잘 인식되지 않던 차이들이 느껴지기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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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 준비 중인 로스터 케이브, 그린커피 바이어 로사.©️박은실Momo


그러다 가끔 블랙수트를 떠올립니다. 블랙수트는 브라질과 콜롬비아, 에티오피아로 구성된 블렌드입니다. 고작 15% 비중밖에 안 되는 에티오피아가 이 블렌드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때가 있는데요. 어쩌면 브라질과 콜롬비아에 섞여 있기 때문에 더 빛이 나는 게 아닌가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블랙수트의 포인트 재료로서 에티오피아가 오랫동안 수고해 주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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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수트에서는 에티오피아가 엣지를 담당하지만, 개화 블렌드에서는 의외로 든든한 베이스를 맡고 있습니다. 게이샤와 에티오피아 블렌드라는 특성상 개화의 공격수 역할은 게이샤가 담당할 수밖에 없는데요. 사실 게이샤의 공격력이 빛나는 것은 후방에서 든든히 채워주는 에티오피아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년간 개화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은 것에 에티오피아의 기여가 무척 크다고 생각해요. 스타의 뒤에는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가 있게 마련입니다. 어디 가도 스타 대접을 받는 에티오피아가 후원자 역할을 하게 되는 때가 있다는 사실이 저에겐 꽤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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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며 


에티오피아로 수다를 한참 떨었네요. 아무튼 올해 에티오피아 뉴크롭 커핑도 어느덧 마무리 수순이고, 로스터리 소싱팀은 블렌드 재료와 싱글로 사용할 다양한 에티오피아 커피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올여름이면 그 커피들을 선보이게 될 것 같아요. 그때까지 기다리기 아쉬운 분들을 위해 올해 에티오피아 뉴크롭 몇 가지를 미리 맛보는 자리를 준비 중입니다. 곧 인스타그램으로 공지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올해 에티오피아 커피 수다는 여기까지입니다. 내년 이맘때 다시 에티오피아 커피 이야기로 찾아뵐 생각인데, 어차피 또 에티오피아 예찬일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저는 다음 레터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즐거운 봄날 만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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