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데릭입니다.
커피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피 기준으로 음식을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기호식품들이 커피와 닮아 있거든요. 향과 맛을 즐기는 대상이라 비슷한 측면도 있고, 다른 업계에서 빌려온 개념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가 생각하기에) 스페셜티 커피와 닮은 점이 많은 세 친구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내추럴 와인, 크래프트 맥주 그리고 빈투바 초콜릿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대량생산에 성공한 기존 산업을 넘어서고자 한 것이 가장 큰 공통점인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고, 당연히 차이점도 있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스페셜티 커피와 이 세 친구를 조목조목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배움이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냥 재미있게 읽는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스페셜티 커피의 세 친구.
1. 재료
커피의 원재료는 커피나무에서 열리는 과일입니다. 정확히는 그 과일의 씨앗이지만요. 씨앗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커피와 카카오는 비슷합니다. 과육이 아니라 씨앗을 활용한다는 개념이 저는 여전히 신기한데요. 아마도 물자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에 호기심 많았던 옛사람들이 이것저것 시도해 본 결과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커피 빈과 카카오 빈 ©️Institute of Culinirary Education
반면 와인은 과즙과 껍질을 활용하는 음료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넷 중에 가장 과일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맥주는 어떤가요? 곡물인 보리와 꽃인 홉(hop)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넷 중에 재료 측면으로는 가장 이질적인 존재로 느껴집니다.
맥주의 향과 쌉싸름함을 담당하는 홉 ©️Gardening Knowhow
2. 발효
스페셜티 커피와 세 친구 모두에게 발효는 중요한 공정입니다. 발효가 무엇인가요? 거칠게 말하면, 미생물의 대사 작용을 통해 당(sugar)을 알코올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알코올성 기호 음료인 와인과 맥주에 발효가 필수 공정인 이유입니다.
알코올 발효 ©️Primer Wine
커피와 카카오에 있어서 발효의 기능은 사뭇 다릅니다. 우리는 알딸딸하게 취하려고 커피와 카카오를 먹진 않으니까요. 대신 커피와 카카오의 발효는 특유의 향미를 구현하는 기능을 합니다. 커피의 경우 파치먼트에 붙은 끈적한 점액질을 분해하기 위한 기능적인 발효도 하지만, 요즘에는 독특한 향미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발효공법이 시도되고 있지요.
바로 이 지점에서 커피는 와인과 맥주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어떤 미생물로 발효할지, 발효 환경은 어떻게 조성할지, 어떤 용기를 사용하여 발효할지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빌려왔거든요. 물론 대상이 다른 만큼 바로 갖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했지만, 와인과 맥주의 선례가 커피 발효에 도움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3. 로스팅
여기서 와인은 잠시 자리를 비켜줘야 할 것 같습니다. 와인 공정에서 포도를 로스팅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혹시 그런 사례가 있을까요?)
카카오 로스팅은 커피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로스팅하지 않은 커피가 커피 같지 않듯이, 카카오 역시 그렇습니다. 로스팅하기 전의 카카오는 신맛이 강하고, 향미는 생 견과를 연상시킵니다. 로스팅을 거치면서 우리가 아는 초콜릿 향미에 가까워지기 시작하지요. 커피와 비슷한 만큼 카카오에도 라이트 로스팅과 다크 로스팅이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생 카카오 빈을 받은 카카오 로스터가 어떤 프로파일로 로스팅할지 하는 고민은 커피 로스터의 그것과 비슷한 듯합니다.
로스팅 중인 카카오 빈 ©️STOCK FOOD
맥주 로스팅은 어떨까요? 일단 몰팅(malting)이라는 공정을 간단히 이해해야 합니다. 보리에 물을 붓고, 싹을 틔워 맥아(malt)로 만드는 과정인데요. 이 몰팅의 마지막 공정이 바로 로스팅으로, 실질적으로는 건조의 기능을 합니다. 이때 얼마나 로스팅하느냐에 따라 맥주의 색깔과 향미가 결정되지요.
서로 다른 색깔의 몰트 ©️baladin
4. 근황
마지막은 근황 파트입니다. 내추럴 와인, 크래프트 맥주, 빈투바 초콜릿. 다들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혹시 해당 업계에서 일하거나 애호가로 활동하고 계신다면 손 한번 들어주세요!)
제 근황이 아니라서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스페셜티 커피가 하는 고민을 다들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요. 스페셜티 커피의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죠.
제 생각에 스페셜티 커피와 세 친구의 공통점은 ‘다채로운 향미’와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기존 제품들과의 차별점이기도 하고요. 이를 좋아해 주시는 애호가분들이 많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좋은 것은 알겠지만 저렴하고 괜찮은 제품들이 이미 존재하는데 굳이?’라는 질문도 자연스럽게 든다는 것입니다. 기존 산업이 대량 생산으로 비용구조를 개선해 달성한 성취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 그렇다고 제가 기존 주류 산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집 앞 편의점에서 마실 만한 음료를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편리하게 하는지 매일 느끼고 있으니까요. 다만 스페셜티 커피와 친구들이 지금보다는 더 많은 사람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머리를 모아서 앞으로 계속해 나가야 할 고민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스페셜티 커피와 세 친구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이 세 친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기호식품은 삶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니까요. 혹시 아직 이 세 친구와 교류가 많지 않으셨다면, 본인과 잘 맞아 보이는 것을 찾아서 한번 탐험해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하신다면, 이 세 친구를 좋아하실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독자님의 경험도 궁금합니다. 피드백 버튼으로 들려주시면 다음 레터에서 다양한 독자분들의 이야기를 모아 전해드릴게요.
제목 스페셜티 커피와 세 친구<br>내추럴 와인, 크래프트 맥주, 빈투바 초콜릿에 관하여
글쓴이 김민수 Derek
발행일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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