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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커피’를 찾아서
2023년 엘살바도르 COE 체험기



독자님 안녕하세요, 데릭입니다.


우리는 언제 어떤 나라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한 나라에 오래 살아도 계속해서 모르는 것이 쏟아지게 마련인데 어떤 나라를 안다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있게 ‘엘살바도르’라는 나라를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곳의 커피는 꽤 마셔봤지만, 사실 엘살바도르의 수도가 어느 도시인지도 방금 찾아보고서야 알았거든요. (정답 : 산 살바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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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와 데릭이 로스터리에서 만났습니다. ©정아름Joy


지난 5월 말에 로사가 ‘엘살바도르 컵 오브 엑셀런스(Cup of Excellence, 줄여서 COE)’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바로 인터뷰를 신청했습니다. 엘살바도르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왔는지 무척 궁금했고, 좋은 이야기가 있으면 Bb레터 독자님들께도 들려드려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3시간 정도 로사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분들이 흥미롭게 읽으실지 생각해보았습니다.


• 여기저기서 ‘COE’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하셨던 분

• 전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커피 옥션인 COE에서 어떤 방식으로 커피를 평가하는지 궁금하셨던 분

•  커피 전문가로서 COE 심사위원이 되는 데 관심이 있고, 그 첫 단계인 COE 옵저버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셨던 분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최대한 쉽게 풀어볼 테니 저 믿고 한번 따라와보세요. 다만 제가 솔직히 말씀드려야 할 것은 이번 레터의 길이입니다. 빠르면 15분, 꼼꼼히 읽으면 25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2부로 나눌까 했는데 못내 끊기 아쉬운 마음에 한번에 보냅니다.


여유롭게 집중할 수 있을 때 읽어보시길 추천드리며, 그럼 이제 로사와의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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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컵 오브 엑셀런스(Cup of Excellence)


로사, Bb레터 독자분들을 위해 COE가 뭔지 한번 설명해주실래요?

간단히 말하면 매년 열리는 일종의 커피 올림픽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올림픽과 달리 나라 별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 안에서 가장 뛰어난 커피(Cup of Excellence)를 뽑는 것이지만요. 1999년 ‘Best of Brazil’ 대회를 시작으로 지난 24년 간 10여 개국에서 개최되었는데요. 생산자들에게는 품질에 걸맞은 좋은 가격을, 전세계 로스터리들에게는 좋은 커피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온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엘살바도르 COE는 어쩌다 참여하신 거예요?

최근 몇 년간 엘살바도르라는 산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실제로 저희 ‘세븐티’라는 블렌드에 엘살바도르 생두를 사용하기도 하고요. 예전에 COE에서 판매하는 샘플을 받아서 평가해본 적은 있었는데, 이번에 직접 현지에 가서 심사위원들과 함께 커핑을 하고, 생산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가게 되었어요.


가고 싶다고 아무나 COE에 참여할 수는 없을 텐데요. 어떤 경로를 통해 가셨어요?

COE의 옵저버(observer) 자격으로 참여했어요. COE 심사위원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한 번은 옵저버가 되어야 하는데요. 옵저버는 국제 심사위원(international jury)들과 모든 과정을 함께 진행하고 의견을 나누지만, 옵저버의 평가 점수는 커피의 최종 점수에는 반영되지 않아요. 말 그대로 관찰(observe)하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일종의 ‘수습’ 심사위원이라고 하면 비슷할까 싶기도 하네요. 심사위원이 하는 일을 실제로 해보면서 배우는 거죠. 이 과정을 잘 해내야 나중에 정식으로 심사위원이 될 수 있습니다.


COE 옵저버의 자격 요건이 있을까요?

우선 COE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ACE(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의 회원이 되어야 옵저버에 지원할 수 있어요. 심사위원과 마찬가지로 미화 250불의 참가비를 내야 하고요. 지원자 수가 정원을 넘는 경우에는 COE에서 자체적인 기준을 통해 참가자를 거르기도 하는 것 같아요.




2. 엘살바도르 COE에서의 5일


현지에서 정말 많은 경험을 하셨겠지만, 간단명료하게 로사가 보낸 5일을 설명해주신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아무래도 첫날과 둘째날에 배운 것이 가장 많았고, 남은 3일 동안에는 첫 이틀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한 실전에 가까웠어요. 날짜별로 간략히 설명드려볼게요.


Day 1 |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이번 엘살바도르 COE 본선에 진출한 커피들을 평가할 22명의 심사위원들이 모두 모였고, COE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었어요. COE를 소개하고, 엘살바도르 커피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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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엘살바도르 COE의 단계별 평가결과 설명 중 ©Rosa Hung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에는 가장 중요한 커핑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세션이 있었어요. 커피 평가 방식과 기준의 표준을 정하고 거기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죠. 심사위원들이 모두 숙련된 커퍼(cupper)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커피를 평가하는 기준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5일 일정 중에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가기 전에 COE의 커핑 프로토콜을 이미 숙지한 상태여서 큰 어려움 없이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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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브레이션 진행을 위한 커핑 테이블 세팅 중 ©Rosa 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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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심사위원들의 맛 표현을 이해하기 위한 엘살바도르 과일 테이스팅 ©Rosa Hung


Day 2 | 국제 심사위원들의 1라운드 평가

둘째 날 일정을 말씀드리기 위해서 약간의 배경설명을 해드려야겠네요. 이번에 모인 22명의 심사위원단은 1명의 수석 심사위원(head judge), 2명의 국내 심사위원(national jury), 13명의 국제 심사위원(international jury), 6명의 옵저버(observer)로 이루어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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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하게 가운데에 자리 잡은 로사. 동료 심사위원들과 함께. ©Consejo Salvadoreño del Café


이번 엘살바도르 COE에는 총 103개의 커피가 제출되었어요. 그중 77개가 예선(pre-selection)을 통과하여 국내 심사위원들에게 평가되었고, 최종적으로 40개의 커피가 국제 심사위원 평가용으로 본선(international round)에 진출하였지요.


저의 둘째 날 일정은 바로 이 40개의 샘플을 평가하는 첫 라운드였어요. 한 테이블에 10개의 샘플을 평가했으니 하루 동안 총 네 번의 커핑을 해야했고요. 아침 8시에 시작한 커핑이었는데 네 테이블의 평가가 끝나고 나니 오후 3시 정도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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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쇄된 원두의 향을 맡아보는 로사, 좋은 향이 나나요? ©Rosa Hung


Day 3 | Top 10을 가리는 2라운드 평가

셋째 날에 진행된 2라운드에서는 1라운드에서 평가된 커피들 중에 86점을 넘은 40개의 커피들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어요. 2라운드의 결과를 토대로 상위 10개의 커피는 3라운드에 진출하여 한번 더 평가를 받게 되고, 나머지 30개의 커피는 2라운드의 점수를 최종 결과로 받게 돼요.


이미 캘리브레이션과 1라운드 평가를 경험해보았기에 심사위원들 모두 능숙하게 진행하는 모습이었어요.


Day 4 | 최종 3라운드 평가

오전에 상위 10개 커피들에 대한 최종 평가가 진행됐고, 결과가 취합되었습니다. 오후에는 수상한 생산자들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고, 심사위원들과 생산자들이 모이는 자리가 마련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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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엘살바도르 COE 최고의 커피를 출품한 MILEYDY 농장 ©Rosa Hung


Day 5 | 1위 농장 방문

이번 COE 1위를 차지한 농장을 방문했어요. 농장주를 만나 농장의 역사와 이번 COE 준비과정 및 수상 소감에 대한 뭉클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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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를 차지한 Mileydi 농장의 가족들. 농장 이름은 딸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해요. 축하합니다!©Rosa Hung




3. 로사와의 Q&A


간략한(!) 설명 감사해요. 로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 궁금증이 생겼는데요. 독자분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까지 모아서 하나씩 여쭤볼게요.

네,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답변드려 볼게요.


예전에 여러 나라의 COE 커피들을 평가하고 나면 심사위원들의 평가결과와 제 결과를 비교해보곤 했었어요. 어떤 것들은 공감이 되는 반면, 또 어떤 것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던 적도 있었는데요. 그래서 COE 심사위원들이 어떤 사람들일지 무척 궁금하더라고요. 이번에 로사가 엘살바도르에서 만난 심사위원들은 어떤 분들이었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엘살바도르 COE에는 총 22명의 심사위원들이 참여했는데요. 수석 심사위원과 13명의 국제 심사위원들에 대해 말씀 드리면 될 것 같네요.


먼저 수석 심사위원은 애덤 클라인(Adam Kline)이란 분이었어요. 미국 커피회사 커피 유나이티드(Coffee United)의 창업자이자 오랫동안 커피 바이어로 일한 경력이 있으시고요. 이번에 처음으로 COE 수석 심사위원을 맡게 되셨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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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심사위원 애덤과 로사 ©Rosa Hung


국제 심사위원 분들의 면면은 COE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어서 보실 수 있어요. 대부분 로스터리와 생두회사의 커피 바이어(coffee buyer)들이셨는데요. 한중일에서 오신 분들이 13명 중에 8명일 정도로 비중이 높았던 점이 눈에 띄었어요. 이건 엘살바도르 뿐만 아니라 최근 COE에서 자주 보이는 현상인 것 같아요.


커핑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관능평가라는 게 필연적으로 주관적일 수 밖에 없잖아요. 그만큼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면 수석 심사위원의 역할이 무척 중요할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수석 심사위원은 구체적으로 COE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맞아요. 수석 심사위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심사위원들의 분위기나 평가 방향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만큼 중요한 역할인 것 같아요.


먼저 수석 심사위원은 국제 심사위원들이 도착하기 1주일 전에 미리 와요. 국내 심사위원들의 평가 라운드부터 미리 참여를 하거든요. 엘살바도르의 국내 심사위원들은 엘살바도르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수석 심사위원은 스페인어를 할 수 있어야 하고요. 국내 심사위원들을 잘 이끌어서 가장 좋은 40개의 샘플을 국제 라운드로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국제 라운드에서의 역할도 마찬가지예요. 전세계 각지에서 온 국제 심사위원들이 최대한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커핑을 이끌어야 하죠. 이 라운드에서는 한 가지 역할이 더해지는데요. 매일 샘플 로스팅을 하여 다음날 평가될 샘플들을 준비해야 합니다. 보통 커핑이 오전에 시작하여 오후 3시 경에 끝나는데, 수석 심사위원은 쉴 틈도 없이 바로 로스팅하러 가더라고요. 힘들어보였어요.


모든 커핑이 적절한 방식과 기준으로 진행되는지를 감독하는 역할, 그리고 결점(defect)의 최종 판정을 내리는 역할이 수석 심사위원의 주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커핑 뿐만 아니라 생두와 로스팅 모두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스페인어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종합적인 역량이 요구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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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 후 토론을 이끌어가는 수석 심사위원 애덤.©Rosa Hung


듣고 보니 COE 수석 심사위원을 한다는 것은 커피 업계에서 굉장히 명예로운 일이란 생각이 들어요. 로사도 언젠가 하게 되겠죠? (웃음) 궁금한 게, 국제 심사위원 분들은 왜 COE에 참여하시는 거예요? 어느 정도 COE에서 비용을 지원해주긴 하지만 항공권은 직접 사야하고, 무엇보다 본인의 소중한 시간을 들이는 일인데요.

심사위원들마다 각자의 이유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먼저 COE 심사위원이 되면 현지 농장들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점이 바이어로서의 이점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COE 경험 자체를 좋아해서 참여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전세계 다양한 로스터리에서 온 바이어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 의미를 느끼시는 분도 보았어요.


로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네요.

저도 다른 분들의 의견에 기본적으로 공감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수석 심사위원과 커피에 대해 나눴던 대화들이 의미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 20여 년간 업계에서 권위를 쌓아온 COE의 평가방식과 우리가 해온 방식을 비교해보면서 얻는 깨달음도 있었죠. ‘우리가 잘하고 있었구나’ 하는. (웃음)


COE 커핑에 대해서 여쭤보지 않을 수 없네요.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나 COE 같은 나름 공인된 기구들에서 진행하는 커핑 방식이 있긴 하지만, 사실 생두회사나 로스터리들은 각자의 목적에 맞게 커핑을 하게 마련이잖아요. 로사는 이번 엘살바도르 COE 커핑 어떠셨어요?

3일 간 커핑하면서 우리 로스터리에서 커핑하던 순간들이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우리가 하는 방식이 COE의 방식과 유사한 점이 많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팀이 오랫동안 같이 커핑해온 덕분에 평가 기준에 대한 싱크가 잘 맞아있구나’ 하는 생각도 새삼 들었어요. 더 놀라웠던 것은 이번에 처음 만난 심사위원들이 수석 심사위원 애덤의 리드에 따라 빠르게 싱크를 맞춰가는 과정이었어요. 전세계 각지에 떨어져있지만, ‘우린 같은 일을 해왔구나’ 하는 모종의 동료애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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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Bb 로스터리에서 커핑이 열립니다. ©정아름Joy


물론 심사위원들 간의 차이점도 느껴졌어요. 특히 테이스팅 노트의 표현은 평가자의 실력과도 관련이 있지만 어느 정도는 문화적인 배경의 영향을 받게 되잖아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심사위원 중에 태국에서 온 분이 계셨는데요. 정말 재미있게 커핑 피드백을 하시더라고요. 단순히 종합적인 노트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커피를 어떤 꽃의 향, 어떤 과일의 산미와 같이 쪼개서 설명하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수석 심사위원의 사랑을 받은 분이었습니다. (웃음)


이건 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한데, 사실 이번에 엘살바도르에서 커핑하는 것이 너무 편하고 즐거웠어요. 우리 로스터리에서 커핑할 때는 결국 제가 구매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테이스팅하면서도 정말 머리가 복잡하거든요. 평가자들에게 커피에 대한 질문도 해야하고, 그들의 의견을 종합한 후에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해야 하죠.


생두 구매가 ‘살게요’ 하면 우리 로스터리에 딱 도착하는 일이면 정말 좋겠지만, 사실 생두가 산지를 떠나 부산항에 도착하여 인천 로스터리에 도착하기까지는 여러 단계가 있어요. 어떤 단계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요. 생두가 로스터리에 오는 과정 중에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 또한 예측해야하기 때문에 커핑을 할 때마다 늘 긴장을 하게 돼요. 그런데 COE에서는 테이스팅 하고 커핑 피드백만 주면 되니 마음이 정말 편하고, 새삼 커핑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나 말고 다른 팀원들은 이렇게 즐기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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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표정의 로사. COE가 그리우신가요? ©정아름Joy


이번에 COE에서 커핑할 때 수석 심사위원 애덤이 했던 ‘이 커피를 내일도 평가하고 싶은가?’라는 말을 늘 유념했어요. 본선에 진출한 40개의 커피를 3단계에 걸쳐 평가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다음날 이 커피를 또 평가하고 싶은지 여부가 평가하는 데 은근 도움을 주었어요. 같은 커피를 다음날 또 평가한다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기 때문에 보다 엄격하게 평가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로사 이야기 듣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요. 레터가 너무 길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웃음) 슬슬 마무리를 해볼까요. 마지막으로 로사처럼 COE 옵저버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한번 해주세요.

저도 이번에 처음 경험한 거라 정답인 양 말씀드리는 것은 조심스럽네요. 개인적인 소회 정도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 엘살바도르까지 오는 여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굉장히 긴 비행이었고, 공항에서 짐을 잃어버리는 사고도 있었거든요. 항공사에 문제를 접수한 후에, 택시를 타고 COE 행사가 열리는 곳에 갔는데 제가 가진 신용카드들이 다 사용이 안 되는 거예요. 다행히 동료 심사위원 덕분에 간신히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지만 커핑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몸과 마음이 탈탈 털린 기분이었습니다. COE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실 생각이시라면 꼭 하루 전에 오셔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아, 한 가지 생각나는 게 있는데요. COE에서는 45분간 커핑하고 1시간 동안 토론을 해요. 45분이 긴 시간 같지만 사실 집중해서 커핑하다 보면 꽤 빠르게 지나가거든요. 그래서 평소에 여유있게 커핑하셨다면 이 리듬에 맞춰 훈련을 하시는 것도 COE에서 커핑하실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엘살바도르 COE에는 평가점수가 반영되지 않는 옵저버로서 참여한 것이었지만, 커핑하는 내내 이 현장에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르곤 했어요. ‘올해 최고의 엘살바도르 커피가 선정되는 과정에 내가 참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3일 간 쉴새 없이 이어진 커핑 때문에 피곤하고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감정을 느끼며 다시 한번 힘을 내어 커피를 평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직업적으로 커핑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한 번쯤 해볼 만한 경험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COE의 수석 심사위원은 전세계 커피인들 중에서도 전문성을 인정받는 분들이고, 그분들과 함께 커핑을 해보는 경험은 어떤 식으로든 배움으로 이어지는 것 같거든요. 그것이 부족한 점에 대한 보완이든, 아니면 ‘잘하고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든 간에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엘살바도르 COE 참여가 저에게 무척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인터뷰 감사해요 로사. 얼른 COE 수석 심사위원이 될 로사의 모습을 보고 싶네요.

스페인어 잘해야 해서 힘들 거예요. (웃음) 같이 이야기할 수 있어 저도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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