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에디터 모모입니다. 마침내 봄입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얼마 전, 유튜브에서 인터뷰 욕구를 자극하는 인물을 발견했어요. 오늘은 그분을 독자님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유튜브 채널 '안스타'의 월커 라이브에 출연하신 제로쓰로 안형전 대표님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안스타의 월커-안형전 대표 편. 가장 오른쪽이 안 대표.©안스타
자신이 개발한 머신에 대해 속사포로 설명을 쏟아내시더라고요. 포장 없는, 문법을 깨는, 천재 공대생과 교수님 사이를 오가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뭐 그런 인상이었습니다. 안스타님은 정신이 살짝 혼미해지신 것 같았지만요. “저 사람은 진짜다…!”라는 생각에 기계보다 사람에 계속 눈이 갔습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어 다른 채널 출연 영상도 찾아봤는데요. 머신에 관한 콘텐츠들이라 기대했던 내용을 찾지 못했고, 직접 소개하고 싶다는 열망이 일었습니다.
그러던 중 반갑게도 Bb 합정점에서 제로쓰로의 머신 REAL9을 소개하는 콜라보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이 이벤트는 사업적 전략이라기보다 꽤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는데요. B2B팀 테크니션 어스가 고객으로 만난 바리스타분이, 제로쓰로 팀에 합류하시면서 교류가 이어졌다고 해요.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제로쓰로 쇼룸.©박은실Momo
그래서 오늘은 동료 어스와 함께 제로쓰로 안형전 대표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커피를 기계와 과학으로 이해해 보는 인터뷰. 작정하고 긴 호흡으로 나눠볼게요.
형전님 안녕하세요. 무척 뵙고 싶었습니다.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안형전입니다. 물리학을 공부하다 ‘커피계의 기초인 제0 법칙이 되자’는 의미로 2021년에 ‘제로쓰로(Zeroth-law)’를 설립했어요. 어스님은 자주 뵀었고, 모모님도 뵙게 돼서 반가워요. 커피 한 잔씩 내려드릴게요.
오늘의 주인공, 안형전 대표.©박은실Momo
1. 과학자, 바리스타에서 개발자로
포항공대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공부하셨다고 들었어요. 이 부분으로 이슈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 생략할까 싶기도 했어요.
솔직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요. 굳이 감추면 커피 연구에 전문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고요. 반대로 학력을 먼저 아시는 분들은 커피 실무 경력이 없을 거라고 오해하기도 하세요. 상관 없습니다.
인터뷰에 필요한 부분일 것 같아 자연스럽게 얘기해 볼게요. 저는 그런 점에서 형전님이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대학교 2학년 때 커피를 시작하신 이야기부터 나눠볼까요?
와, 그걸 기억하시다니. 학생 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는데, 단순 알바를 하면서 SNS에 ‘바리스타’라고 올리는 친구들이 못마땅하더라고요. 바리스타는 바에서 일하는 전문가잖아요.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분당에 양철안 로스터를 찾아가 배우기 시작했어요. 마침 경북에서 유명한 아라비카라는 곳이 포항에 있어 전문가 과정도 수강했죠. 시험도 보고 자격증도 땄지만 이후에도 계속 연습실을 찾았어요. 다른 메뉴도 섭렵하고 싶어서요. 이런 사람이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해외에는 바리스타, 로스터, 큐그레이더(커피 감정사)등 역할이 따로 있는데 우리는 한 사람이 하는 게 전문성이 없어 보였어요. 추출 분야만 파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죠. 어느 날, 교내 카페 직원분이 죽어가는 얼굴로 저를 붙잡으셨어요. 너무 바쁜데 도와달라고요. 그다음 해에 거기서 바리스타로 일을 시작했죠. 저가 커피로 매출이 엄청났던 게 기억나네요.
커피는 언제부터 좋아하셨어요? 물론 안 좋아하셨을 수도 있겠지만.(웃음)
오, 맞아요. 호주 브루어스컵 챔피언십 대회에 지원차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커피를 언제부터 좋아했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거든요. 우스갯소리로 ‘커피 안 좋아하는데요’라고 답했어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커피를 보고 싶었거든요. 커피를 좋아하냐는 질문은 마치 음식을 좋아하냐는 질문 같아요. 바리스타로서 모든 커피를 잘하기 위해 다루는 것뿐이죠.
2022 WBC(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경연장에서.©안형전
바리스타와 머신 개발은 또 다른 일일 텐데요. 커피 머신은 언제 처음 구상하셨어요?
연구, 개발은 늘 하는 일이었어요. 농구와 커피에 관심이 많아 아이디어가 넘쳤죠. 예를 들면, 아마추어 농구팀이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자동으로 점수 매기고 하이라이트 영상도 만들어주는 거죠. 공을 트래킹하고, 팔찌 같은 장치로 선수들의 동작을 실시간 추적하면 돼요.
커피도 생각해봤는데요. 물을 일정 속도로 떨어뜨리는 기술은 쉬우니, 더치 커피를 항상 동일하게 내리는 머신을 만들어보려 했어요. 이 아이템을 들고 상경해서 동기이자 사업가인 친구 A를 만났죠.
그분이 안스타에 함께 출연하셨던 분이죠? REAL9을 테슬라에 비유하셨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를 만들 때, 한 번도 자동차를 안 만들어 본 사람들을 모았다고 하시면서, 본인은 커피 잘 모르신다고.
말은 그렇게 해도 미식 감도가 굉장한 친구예요. 업계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었죠. A가 ‘더치 커피를 내릴 때, 개인은 보통 어떤 걸 사용해?’라고 물어봐서 만 원 정도 하는 저렴한 걸 쓴다고 답했어요. ‘매장은?’ 매장은 나무로 만든 몇십만 원짜리 쓴다고 했죠. ‘그럼 커피 시장에서 가장 비싼 건 뭐야?’ 음…에스프레소 머신. ‘그럼,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들어보자’. 이렇게 된 거예요.
그때부터 A와 함께 중고 기자재들을 사서 별 걸 다 해봤죠. 작은 창고 같은 연구실을 만들어서요. 온도와 압력이 정확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들고 싶어서, 온도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친구 B를 떠올렸어요. B가 물 관련해서 기계과 박사를 땄거든요. 그래서 B를 섭외했는데 결국 온도는 안 넣게 됐어요. 이사 직책으로 계속 함께 하지만, B는 지금 대기업도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웃음)
제로쓰로 탄생 전, 초기 연구실.©️안형전
뭐죠. 이 영화에서 본 듯한 천재들의 대화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했을 텐데, 혹시 다른 꿈은 없으셨는지 궁금해요.
대학원도 졸업했는데 아깝지 않냐는 말, 많이 들었었는데요. 특별한 꿈이나 목표를 가지고 입학한 게 아니었어요. 졸업도 굳이 해야 하나 싶었고요. 타이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구실에 광학 실험 기기 설치 의뢰가 들어와서 교수님 대신 진행한 적이 있는데요. 교수님이 ‘너는 이런 실험 장비 설치 일만 해도 먹고 살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실력과 기술은 언제든 사용할 수 있으니 괜찮아요.
창업을 하는 데 구체적인 인생관이 있으셨던 건 아니군요?
그런 건 없어요. 답답하고 아니꼬울 때 뛰어들어 시도하게 되더라고요. 포항에서 문화 공간을 만드는 사업을 했었는데요. 거기도 커피가 엉망이어서 합류한 거였어요. ‘그리디 알고리즘(Greedy Algorithm)’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각 단계에서 최선을 선택하는 방식이죠. 전체 결과는 최선이 아닐 수 있지만,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단, 늘 책임 있게 잘 해내요. 지금은 뛰어든 일이 잘 풀리고 있어서, 더 이상적인 걸 향해 가보고 싶어지는 단계죠.
더 이상적인 것이라면 어떤 방향인가요?
첫 머신인 REAL9을 처음에 딱 백 대만 판매하겠다고 선언했어요. 유명해지기 시작하자 ‘나 어디 회장인데’, ‘여기 무슨 협회인데’, ‘내가 유명한 머신 바이어인데’ 등 무료로 머신을 달라는 연락이 많았어요. 여기저기 협찬 문의도 많았고요. 다 거절했죠.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첫 고객이신 백 분을 순수한 공동창업자로 생각하려고 해요. 저희의 가능성을 믿어주신 분들과 단단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2. REAL9에 관하여
제로쓰로에서 개발한 머신, REAL9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어요. 어떤 머신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여러 변수 중, 압력만을 완벽히 통제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이에요. 상온수로 추출되기 때문에 뜨겁지 않으면서도 향미를 손실 없이 유지하죠. 보일러 없이 직수로 연결해서 전기도 적게 들어요.
합정점에 자리 잡은 제로쓰로의 REAL9.(3/19까지)©박은실Momo
‘맛있는 커피보다 정확한 커피’라는 소개 문구가 인상적이었어요. 정확한 커피가 뭘까요?
커피는 신비롭고 예술적이어서 통제하기 어렵다는 인식과 반대되는 표현이에요. 현상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거죠. ‘원두가 식품이어서 생각보다 다루기 어렵다’라고 하는데 그것도 의문이에요. 물리로 예를 들면, 세상에는 사실 네 가지 힘밖에 없거든요. 그걸 모르고 세상을 보면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신비로워지려면 특수한 현상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러려면 온도가 0 켈빈(= 영하 273.15도) 근처거나,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이 가는 등 극한의 조건이 있어야 하니까요.
에스프레소 추출로 생각해 볼게요. 성분이 물에 녹아들죠. 온도가 높아지면 성분에 운동성이 생기고요. 화학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해요. 그렇게 추출된 결과물은 액체, 기름, 가루의 혼합체예요. 거기에 기온이나 컵의 온도, 혀의 반응 등의 변수도 있겠죠. 각 현상을 보면 변화가 명확하게 보여요. 각각의 현상으로 이해하지 않고 뭉뚱그려 이해하는 데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요. 많은 바리스타들이 추출 실험을 할 때,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실험했다’라고 하는데요. 실제로도 그럴까요? 아마 과학 하는 사람들은 변수가 하나도 통제되지 않았다고 할 거예요.
인터뷰 중 수시로 내려주시는 커피. 어느덧 네 잔째…©박은실Momo
정확한 커피란, 변수가 통제되어 항상 동일한 품질로 추출된 커피를 말해요. 품질을 같게 하기 위해선 결과값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이해해야 하죠. 변수는 무엇이 영향을 덜 주는지를 따져 생략해 나가면 됩니다.
두 잔의 에스프레소를 비교할 때 어떤 변수가 가장 큰 차이를 줄까요? 극단적인 예로, 추출할 때 각각 어떤 옷을 입었는지는 측정하지 않겠죠. 커피에 준 영향이 적으니까요. 두 번째 내릴 때 얼마나 더 배가 고파졌는가도 측정하지 않겠죠. 커피 두 잔을 일반적인 레시피로 추출할 때, 이런 식으로 무엇이 영향을 덜 주느냐를 따지면서 생략하는 거예요. 저희가 실험해봤더니, 압력을 제외하곤 일반 사람의 인지 능력 안에서 가장 유의미하고 큰 변화를 주는 변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압력만을 9bar로 정확히 통제한다는 목표로 머신을 만든 거죠.
그래서 이름이 REAL9이군요. 고온이 아닌 에스프레소라는 점도 많은 질문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요. 보일러를 넣지 않으신 이유도 궁금해요.
온도가 추출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온도는 오히려 추출 이후에 영향을 주며 그 영향이 매우 부정적이라고 결론지었어요. 크레마를 통해 시각적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에스프레소 두 잔을 추출한 뒤 하나를 빠르게 냉각하면, 온도가 높은 쪽은 계속해서 크레마의 기름이 산패돼요. 크레마가 까매지고 끈적해집니다. 온도에 따라 달리 추출되는 게 아니라 높은 온도에서 화학적 변성이 일어나는 거죠. 그러한 변성은 일반적인 음식의 관념에서 부정적인 맛과 향을 만들어요.
처음엔 온도 그래프와 압력 그래프를 입력하고 그대로 추출하는 방식을 구상했었는데요. 실험할수록 온도가 추출에 영향을 주지 않고, 에스프레소를 고온으로 두는 게 득보다 실이 많더라고요. 상용화 머신을 만들 때 온도를 넣을 계획이 있었지만, 커피에 대해 알아 갈수록 온도는 올리면 안 된다고 결론냈어요.
프리-인퓨전, 시간, 압력이 표시되는 디스플레이.©박은실Momo
기존에 널리 사용되는 에스프레소 머신들과 비교했을 때, 추출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세 가지 정도 얘기해볼게요. 먼저 추출에 노력이 덜 들어가요. 항상 동일한 커피를 추출하는 게 어렵잖아요. 분쇄도도 조금씩 변하기에 조절해야 하고, 같은 압력으로 추출하는데 추출 시간이 다를 때도 있죠. REAL9으로 추출하면 분쇄도를 바꿀 필요도 없고, 압력도 정확해요. 머신 중에 가장 덜 예민하죠. 실제로 저희 쇼룸에서는 몇 개월 동안 에스프레소 세팅이 변경되지 않아 분쇄도를 바꾸지 않았어요.
두 번째는 청소가 간편해요. 바리스타분들이라면 이해하실 이야기이지만, 그룹헤드 내부에서 산패되는 일이 없어 커피 찌꺼기가 잘 남지 않아요. 그룹헤드 가스켓(gasket)이 녹거나 경화되지 않아 사용 기간이 길죠. 사용하는 곳들이 아직 한 번도 교환을 안 했거든요. 압력으로 물과 세제를 역류시켜 청소하는 백 플러싱도 할 필요가 없어요. 추출 매커니즘상 매 추출마다 백 플러싱이 일어나는 원리거든요. 밸브 청소가 필요 없죠.
세 번째는 에스프레소의 부정적인 맛이 사라져서 직원들이 원두를 거덜 낸다고 써 주세요.(웃음) 보통 바리스타가 일할 때 외에는 에스프레소를 잘 안 마시는데요. 저희 직원들 모두 맛있게 마시거든요.
REAL9 내부. 스텝퍼 펌프와 피스톤이 압력을 조절한다.©박은실Momo
다음 버전 머신은 어떨지 궁금해요. 추출구를 늘리거나 다른 기능을 추가할 생각도 있으신가요? 앱을 사용한다든지…
이번 달에 가장 많이 고민하고 얘기하는 부분이에요. 오히려 앱을 만드는 건 정말 쉽고요. 와이파이를 사용해서 레시피를 공유하거나, 빅데이터를 넣어서 커피 취향을 맞추는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여러 선택지를 가지고 있긴 해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거죠. 매장에서 사용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추출구 갯수를 늘릴 계획이에요. 우유 스팀 기능도 생각은 하고 있는데 급하지 않아 선택지에만 두고 있어요. 우유도 제조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게 많죠. 가열을 다르게 한다거나, 거품을 스팀 말고 다른 방법으로 만들거나요. 우유가 단백질, 지방질이라 세포막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실험하는 친구와 얘기하고 있어요.
3. 사업과 이후의 계획
바리스타에서 사업가가 되셨네요. 커피 업계에서 사업을 한다는 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와요. 아직은 외부의 시각이 남아 있으실 것 같은데, 업계에서 어떤 특징을 발견하시나요?
비정상적으로 컨설턴트가 많다고 느껴요. 그만큼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애매한 거겠죠. 또 커피를 잘 모르는 친구들과 커피 추출에 대해 얘기해보면, 업계의 전문성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버튼만 누르면 커피가 알아서 나오는 줄 알기도 하니까요. 이미 버튼을 알아서 눌러주는 로봇까지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하죠. 반면 바리스타들이 전문성을 갖추고자 하는 의지는 매우 높습니다. 다만 그 전문성을 어떻게 구축하고 드러낼지는 논의가 부족해 보여요.
REAL9을 처음 선보인 2021 카페쇼.©안형전
전에 한 수학 교육 게임이 개발된 적이 있어요. 한 문제를 틀리면, 알고리즘으로 그 하위 개념을 물어보는 방식이었는데요. 한국에서는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수학 교사가 필요 없어지지 않냐는 말도 들었죠. 미국에서 먼저 시연했는데, 반응은 반대였어요. 이제야 제대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겠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파악해서, 내가 무엇을 더해줄 수 있는지 알 수 있겠다고요.
제로쓰로도 같은 개념이에요. 머신이 다 해준다기보다는, 바리스타가 이 원두를 어떻게 추출하고 표현할지 명확해질 거예요. 앞으로는 바리스타의 의도에 꼭 맞게 추출할 수 있는 머신이 필요한 거죠. 시장의 전문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 한편으로는 커피에 대한 인식도 변화시켜야 합니다. ‘무슨 커피가 그렇게 비싸냐’가 아니라 ‘훌륭한 커피는 큰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마셔보고 싶다’로 바뀌었으면 해요. 맛보고 싶은 비싼 와인처럼요.
2021년 카페쇼에서 REAL9을 선보이셨으니 1년 3개월 정도 지났는데요. 쇼룸을 여시거나 사업을 펼쳐나가시는 게 심상치 않다고 느껴요. 혹시 기존 머신 업체의 견제는 없었나요?
얼마 전 한 커피 유튜브에 출연했는데, 제 말에 많은 부분을 편집해야 할 것 같다고 연락이 왔어요. 타 업체들에서 전화가 온대요.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생존을 위한 것이니 공감하고요. 관계가 좋은 곳들도 있어요.
기술 외에 경영이나 마케팅 방식도 다른 접근을 기대해도 될까요?
저희가 채워가야 할 부분이기도 한데요. 구상 중인 건, 커피를 마시지 않는 분들을 타깃으로 활동하고 싶어요. 업계의 공식에 갇히지 않고요. 에스프레소가 맛있다는 인식을 대중적으로 만들어내고 싶어요. 아, 제가 프루티라는 음료 하나 만들어 드릴게요. 잠시만요.
다양한 과일 시럽과 에스프레소를 혼합한 프루티. 상큼하고 달콤한 맛.©박은실Momo
커피는 쓰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죠. 카페인 섭취를 위해서만 마시기도 하고요. 하지만 커피의 강점은 다양한 향미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살짝만 향미를 부각시켜줘도 커피를 즐길 수 있잖아요. 맛있는 음료로서, 기호식품으로 만들 수 있게 해보고 싶어요. 과일 시럽이나 술을 섞어도 좋고요. 커피는 원래 맛있다는 걸 알려주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조언은 주로 어디서 구하세요?
함께 시작한 친구 A, B가 가장 든든한 조언자예요. 순간적 확신이 있어도 편향된 생각일 수 있기에 두 사람이 반대하면 다시 고려하죠. 두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결정이 제 경영 기준이에요.
나가며
형전님 오늘 인터뷰 감사드려요. 마지막으로 제로쓰로의 혁신을 응원하는 1인으로서, 혹시 이 인터뷰 이후에 제로쓰로가 대기업에 매각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웃음) 대기업에서 러브콜이 쇄도한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소문이 와전된 것 같아요. 카페쇼 이후, 대기업과 같이 해볼 만한 게 있을지 미팅을 했다는 말이 영상 제목으로 그렇게 뽑혔더라고요. 말이 나왔으니 대기업에 회사가 매각된다는 걸 상상해본다면, 대기업이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는 답답했던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제로쓰로를 시작했기 때문에 직접 업계를 바꿔 나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마디 남겨주세요.
Bb레터를 구독하신다면 분명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 바리스타분들이실 거 같아요. 바리스타가 아닌 친구들에게 “에스프레소가 맛있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문화를 같이 만들면 좋겠어요. 커피를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에스프레소 권유하기 어렵잖아요. 실력 있는 셰프가 자신이 다루는 음식을 자신 있게 권하는 것처럼, 바리스타분들도 더 훌륭한 커피를 만들어 권하실 수 있게 저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어스와 안 대표의 깊어지는 대화. 제 귀에는 외계어였습니다…©박은실Momo
인터뷰를 마치고도 어스와 안 대표님의 대화는 끊이질 않았습니다. 집에 가려고 보니 4시간이나 있었더라고요. 오늘 레터는 어떠셨나요? 피드백으로 제로쓰로에 대한 기대와 의견도 나눠주시면, 안대표님께 전달해 드릴게요. 그럼 저는 다음 레터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제목 정확한 커피 머신, 누가 만들었을까?<br>제로쓰로 안형전 대표 인터뷰
글쓴이 안형전, 박은실 Momo
발행일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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