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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커피 브루어
홈그라운드 엘리샤 탄과 함께한 3일




독자님, 안녕하세요. 데릭입니다. 


지난 5월에 발행한 레터 <너그러운 커피 브루어> 기억 나세요? 열심히 고민해도 마음처럼 내려지지 않는 커피와 그 커피를 너그럽게 대하고 싶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브루잉 생활에 평화가 찾아오는 듯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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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럽고 싶었던 시절의 데릭. ⓒ정아름 Joy


말이 씨앗이 된 것일까요? 그로부터 한 달 후에 저는 ‘엄격한 커피 브루어’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싱가포르 홈그라운드 커피 로스터스의 엘리샤 탄(Elysia Tan)이었죠. 한국에서 팝업을 하고 싶었던 엘리샤와 두 달간의 논의를 진행한 끝에 ‘브루잉’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커피하우스에서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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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월드 브루어스 컵에서 엘리샤 탄. ⒸHomeground Coffee Roasters


오늘 레터에서는 이번에 저희가 홈그라운드 팀과 함께 한 3일간의 팝업을 돌아보고, 제가 한 명의 커피 브루어로서 엘리샤에게 배운 것들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커피 브루잉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브루잉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작은 울림이 있길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이번 레터는 내용이 꽤 많은 편이라 뭉텅이 시간을 내실 수 있을 때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엘리샤는 싱가포르에 있는 홈그라운드 커피 로스터스(Homeground Coffee Roasters)의 공동창업자이자, 세 차례나 싱가포르 브루어스 컵 챔피언을 차지한 커피 프로페셔널입니다. 2022년에 나간 세계 대회에서는 3위에 오르기도 했어요.


홈그라운드의 첫 한국 팝업을 커피하우스에서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제 머리를 스친 단어는 당연히 ‘브루잉’이었습니다. 브루잉을 주제로 한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을 여러 개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논의 끝에 아래 세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합니다.


• 월드 브루어스 컵 준비를 위한 고급 ‘브루잉 워크숍’

• 라 에스페란사 농장의 원두로만 선 보이는 ‘커피 코스’

• 네 가지 게이샤를 최적의 브루잉으로 경험하는 ‘브루 바’


그럼 각 프로그램을 어떤 마음으로 기획하고 운영했으며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우게 되었는지 하나씩 살펴볼게요.




브루잉 워크숍

스스로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이자, 다른 선수들을 조언하는 ‘코치’로도 활동하는 엘리샤이기에 그녀의 브루잉 워크숍의 가치가 크다고 보았습니다. 이미 ‘커리큘럼’을 갖고 있을 정도로 그녀의 강의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저는 한국 브루어스 컵을 준비하는 분들을 미리 인터뷰하고 그들의 궁금증을 엘리샤에게 전달하는 정도로 준비했던 것 같아요.


여기서 워크숍의 내용을 자세히 기술할 수는 없지만 큰 그림에서는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대회 참가자가 준비한 원두로 진행하는 오픈 서비스와 대회 지정 원두로 진행하는 의무 서비스를 소개하고, 각각의 스코어 시트-즉 심사위원들이 대회 참가자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시트-를 이해하는 것으로 워크숍이 시작되었습니다.


엘리샤는 워크숍 내내 스코어 시트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선택이 어려운 순간에는 늘 스코어 시트 기준으로 생각해보라고 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선택을 하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어쩌면 브루어스 컵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에 적용할 수 있는 조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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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면 언제나 스코어 시트로! Ⓒ정아름Joy


이어서 엘리샤가 가져온 원두를 실제로 추출하고 같이 테이스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쩌면 참가자 분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엘리샤가 대회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원두였을 텐데요. 어떤 원두를 대회용으로 사용할 것인지, 그 원두에 적합한 추출 기구와 레시피는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맛을 보며 이야기 나눴습니다. 선수로서 이 과정을 준비하며 엘리샤가 쌓아 온 깨알 같은 노하우들도 함께요. (궁금하신 분들은 나중에 엘리샤에게 직접 배우시길!)


커피 추출만큼이나 중요한 메시지와 스토리텔링 전략, 바디 랭귀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엘리샤는 커피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분들의 영상을 참고하는 것도 좋지만, 테드(TED)와 같은 컨퍼런스 플랫폼의 영상을 보면서 잘하는 사람들의 방식을 공부했던 것이 본인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유용한 방법이지만 더 어려운 것은 실제로 실행하는 것이겠죠. 방법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했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많은 성취로 가득차 있었을까요?


엘리샤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아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후에야 워크숍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날 참석했던 분들께서 이번 대회 신청을 성공적으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브루어스 컵의 인기가 많아서 예선 대회 신청하는 것도 시험을 통과해야 가능하거든요. 아무쪼록 올해든 내년이든 좋은 성과 있으시길!




커피 코스

카페 그랑하 라 에스페란사(Cafe Granja La Esperanza, CGLE)라는 커피 회사를 알고 계세요? 콜롬비아에서 네 개의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회사인데요. 가장 이름이 알려진 농장은 아마 세로 아술(Cerro Azul)일 텐데, 이번에 엘리샤가 코스에 사용한 원두는 라 에스페란사(La Esperanza)라는 농장의 세 가지 커피였습니다. 각각 자바, 게이샤, 모카라는 품종이었어요.


라 에스페란사라는 농장에서 재배한 세 가지 커피로 코스를 구성하는 아이디어를 엘리샤가 들려주었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가 생겼던 것은 현재 시점에서 CGLE의 커피 수준이었습니다. 빈브라더스가 최근에 CGLE의 커피를 판매했던 것은 2020년에 소개했던 라스 마가리타스 농장의 파카마라였는데요. 4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어느 정도 품질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작년에 콜롬비아 투어를 갔다가 우연히 만난 유럽 로스터리 팀들이 최근 CGLE 커피에 대해 호평을 했던 것도 제 호기심에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요.


엘리샤의 커피 코스에는 페어링 디저트가 없었습니다. ‘빈브라더스에서 베이커리도 직접 하고 있으니 혹시 어울리는 페어링 메뉴가 필요하면 이야기하라’는 말에 엘리샤는 빙긋 웃으며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커피로 시작하여 커피로 끝나는 코스였어요. 달콤한 마무리가 없는 코스라서 약간의 걱정이 생겼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코스 리허설을 하고 엘리샤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페어링 디저트가 없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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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브라더스 팀과 함께 진행한 커피 코스 리허설. Ⓒ정아름Joy


그런데 리허설을 보고 나니 또 다른 걱정이 생겼어요. 세 코스의 커피 자체는 아이스 필터, 핫 필터, 에스프레소 & 밀크의 구성으로 단순했는데요. 엘리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거의 ‘커피 강의’ 수준인 거예요. 그도 그럴 것이 한 잔 한 잔에 디테일한 설계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 이야기만 해도 한 시간이 꽉 채워지더라고요. 커피 코스 예약자분들이 놀라거나 버거워하시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 설명을 영어로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에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다행히도 커피 코스를 예약하신 분들 대부분이 커피 업계에 종사하는, 브루잉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셨어요. 어려워하시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커피에 관해 궁금했던 것들을 엘리샤에게 물어보는 시간으로 잘 활용하시더라고요. 아마 커피를 잘 모르는 분들이 오셨어도 그분들의 수준에 맞게 엘리샤가 난이도를 잘 조절해주었을 거란 생각도 했습니다.


아, 그래서 제가 궁금했던 라 에스페란사 농장의 커피는 어땠냐면요. 기본에 충실하달까요. 각각의 품종이 보여줬으면 하는 특성을 잘 보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게이샤는 게이샤답고, 모카는 모카다운. 자바는 아이스 필터로 마셔서 그런지 뚜렷한 인상을 받지는 못 했던 기억입니다. 요새 워낙 ‘선명한’ 커피들이 시장에 많이 나오고, 인기도 있다보니 오히려 이렇게 기본에 충실한 커피들을 재평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브루 바

사실상 이번 팝업의 메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브루잉 워크숍과 커피 코스는 소수를 대상으로 한 예약제 프로그램이었는데, 브루 바는 예약 없이도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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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 바. Ⓒ정아름Joy


‘브루 바(brew bar)’라는 간단한 이름에는 나름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브루잉’이 주인공이 되는 커피 바가 되었으면 했어요. 에스프레소 머신 위주로 돌아가는 일반적인 커피 바가 아니라 개별 원두의 특성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바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두에 따라 추출 기구도 다르고, 필터도 다르고, 레시피도 달라지는 그런 생동감 있는 브루 바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브루 바의 원두 라인업을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했습니다. 빈브라더스와 홈그라운드의 커피 리스트를 한 곳에 모아서 뜯어 보았어요. 여러 가지 조합을 만들어 보았는데, 브루 바에 오신 분들이 실망하지 않는 방법은 역시 게이샤 위주의 구성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진짜 좋은 커피라고 생각했던 ‘브라질 시티우 바테이아’나 ‘에티오피아 반코 고티티’를 선보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게이샤의 이름값에 기대고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어떤 커피든지 훌륭하게 내려주었을 엘리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더니 저의 고민을 이해한다며 그 방향으로 해보자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리하여 네 가지 게이샤를 다루는 브루 바를 열게 됩니다. 실제로 운영하는 동안에는 게이샤가 아닌 ‘옴블리곤’이나 ‘라우리나’도 유연하게 같이 판매를 했지만, 일단은 ‘게이샤 브루 바’로 시작을 했지요. 홈그라운드에서 가져 온 라 에스페란사와 아이리스 에스테이트의 게이샤는 엘리샤가 실제로 대회에서 사용한 원두였고, 잉카 루미와 엘 세로는 저희가 절찬리에 판매하고 있었던 두 가지 페루 게이샤였습니다. 하나는 워시드, 다른 하나는 내추럴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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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 바에서 판매했던 게이샤. Ⓒ정아름Joy


추출 기구는 이렇게 선정했습니다. 단맛과 바디를 많이 이끌어내면 좋을 워시드 게이샤는 에이프릴 하이브리드 브루어로, 상대적으로 추출이 잘 되는 내추럴 게이샤는 코니컬 타입의 CT62 브루어를 사용하기로요. 브루어(brewer)들의 이름이 낯설어서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사실 원리는 단순해요. 추출 성분을 많이 이끌어내야 하는 것은 물과 커피의 접촉 시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침지(immersion) 기능이 있는 브루어를, 반대의 경우는 여과(percolation) 브루어를 사용한 것입니다.


브루잉에 사용할 물은 증류수에 아쿠아코드(Aquacode)라는 브랜드의 워터 키트를 더하여 만들었습니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팝업을 하는 홈그라운드 팀은 늘 이 키트를 사용하여 추출수를 일정하게 제조한다고 합니다. 아쿠아코드는 해양심층수에서 미네랄 성분을 추출해서 만든 키트로 알려져 있는데, 저희가 갖고 있는 수질 분석 장비로 측정을 해보니 실제로 딥스라는 해양심층수로 만든 생수와 성분이 비슷하더라구요. 궁금하신 분들은 딥스 생수로 커피 한번 내려 보세요. 평소에 잘 느껴보지 못 한 유형의 커피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엘리샤는 사용하는 커피의 특성에 따라 아쿠아코드의 농도를 조절하며 물을 만든다고 했는데요. ‘엘리샤의 커피 품질에 있어 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 되냐’고 물으니 70-80%는 되는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깊이 공감하면서도 물 맛이란 게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에 따라 커피 맛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경험해 본 사람들에겐 물의 중요성이 정말 크게 느껴지는데, 그걸 경험해보지 못 한 사람들이 그 차이를 알아차리는 일은 꽤 어렵거든요. 물론 물에 미네랄이 지나치게 부족한 경우에는 직관적으로 맛이 없거나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니 커피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늘 물에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브루 바를 열었습니다. 주말 오후였고, 하루에 세 시간 반씩 운영을 했습니다. 뚜껑을 열고 난 후에야 비로소 우리가 준비한 콘텐츠가 상당히 무거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엘리샤가 커피를 주문한 모든 분들 앞에서 직접 커피를 내리고, 어떤 의도로 레시피를 설계했는지 다 설명을 드리다 보니 한 잔 한 잔의 무게감이 꽤 있더라고요. 총 80잔 정도 판매를 했고,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해야 했던 엘리샤를 보며 쉽지 않겠다 생각했습니다. 브루 바의 영업을 모두 마친 후에도 한 분의 손님이 남아계셨던 기억이 나요. 그 분이 커피를 마저 즐기고 자리를 뜰 때까지도 엘리샤는 다정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프로의 모습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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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루미 게이샤를 유독 좋아하셨던 분께 레시피를 적어 드리는 엘리샤. Ⓒ정아름Joy


그러다 문득 엘리샤가 브루 바를 통해 보여준 것들이 모두 ‘바리스타의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커피를 어떻게 내릴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제로 내린 커피를 엄격하게 평가하고,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건네며 어떤 커피인지, 어떻게 마시는 게 좋은지 설명하는 일이요.


고객을 어떻게 대하면 좋은지에 대해선 한 가지 정답만 있지는 않을 텐데요. 제가 엘리샤에게 본 것은 ‘다정한 커피 브루어’였던 것 같습니다. 살면서 만난 또다른 다정한 바리스타 분들을 떠올리다 보니 문득 바리스타의 다정함이 강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카페 경험에 있어 맛있는 커피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것은 바리스타 분들이 보여준 환대와 다정함이었던 것 같아요. 다정함은 정말 힘이 셉니다.




제가 이번에 만난 홈그라운드 팀은 소수 정예 부대였습니다. 낮에는 저희와의 팝업을, 밤에는 일상의 본업을 이어가던 홈그라운드 팀을 보며 멋지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팝업 덕분에 홈그라운드에서 다루는 좋은 커피를 맛보고, 브루잉에 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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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그라운드 팀의 엘리샤와 로릭스. Ⓒ정아름Joy


팝업을 모두 마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데 엘리샤가 두 가지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하나는 본인이 한국어를 못 해서 오신 분들과 제대로 대화하지 못 한 게 못내 아쉽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그 아쉬움을 이해했지만, 엘리샤의 마음이 오신 분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엘리샤에게 전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번에 함께 일한 우리 팀에게 전하는 ‘You guys are so professional’이란 짧은 메시지였습니다. 저는 함께 일하는 사이에서 ‘프로페셔널하다’ 이상의 칭찬은 별로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엘리샤의 말을 들었을 때 기뻤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렇게 협업 행사를 진행할 때 비로소 보이는 우리 팀의 면모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서로가 일상의 루틴을 쳐내기 바쁠 때는 보이지 않던 반짝임과 뾰족함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무대에 오른 홈그라운드 팀의 옆에서 빠르게, 하지만 차분하게 지원하던 우리 팀이 정말 멋지고 자랑스러웠습니다.


협업 행사는 제대로 하려면 손이 정말 많이 갑니다. 그래서 새로운 기회가 찾아와도 대개 보수적으로 판단하게 되는데요. 좋은 팀과 함께 하는 협업은 언제나 그 노력 이상의 배움을 저희에게 주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이어가고 싶습니다. 이러한 협업 행사들을 내부적으로는 언젠가부터 ‘커피 콜(coffee call)’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다음 커피 콜 때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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