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에디터 모모입니다.
오늘은 같은 듯 다른 두 사람을 독자님께 야심 차게 소개합니다. BB의 어벤져스라고 불리는 B2B팀의 두 능력자, 김의성 테크니션(이하 어스)과 주세훈 테크니션(이하 주)인데요. 빈브라더스와 함께하는 전국 400여개의 파트너사 카페의 원두, 기자재 관리, 교육, 컨설팅 등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어스🤓는 사내 메신저에 ‘짤방제보’ 채널을 만들어 재미있는 밈을 모읍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굵은 뿔테 안경, 먼지가 묻어있는 날이 더 많은 빈브라더스 유니폼이 어스를 상징하죠. 장비를 넣어둔 상자는 언제나 뒤죽박죽이지만 신기하게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찾아냅니다. 책상 위에는 두꺼운 ‘토질역학’ 책이 놓여있습니다. 커피는 흙과 비슷해서 참고한다고 하네요. 괴짜 과학자를 연상시키는 어스는 이번 파미에스테이션점의 바 설계를 도맡기도 했습니다.
‘주나운서’라 불릴 만큼 반듯한 주😎는 아내가 만든 음식을 SNS에 자주 올리는 스윗한 남편이자 다정한 아빠입니다. 큰 키에 깔끔한 옷차림, 정돈된 말투로 어딜 가나 신뢰를 얻지요. 전 직장의 로스터 후배가 BB 행사에 놀러 오는 것을 보면 인간관계도 훌륭한 듯합니다. 빈브라더스 유튜브를 보셨다면 커피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는 주의 모습이 익숙하시겠네요.
그럼 두 사람의 같은 점은…뭘까요? 오늘 인터뷰에서는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아보며, 두 사람의 커피 커리어를 탐구해보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테크니션 어스(왼쪽)와 주(오른쪽). ©박은실 Momo
어스, 주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셨어요?
어스 | 지난주에 파미에스테이션점 오픈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오픈하고도 이상 없는지 몇 번 더 가보고요. B2B팀에서 컨설팅하는 고객사들을 만나고, 도면도 그리면서 지내고 있네요.
주 | 저도 같이 오픈 신경 쓰느라 시간이 금방 갔어요. 다음 주에 저희 원두를 사용하시는 파트너분들을 모시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2년 동안 코로나 상황에도 믿고 함께해 주신 것에 감사드릴 겸 내년 계획도 설명해드리는 자리예요. 맛있는 거 먹고 마시고, 커피 체험하는 시간이 될 거 같아요.
개인적인 근황은요? 어스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던데.
어스 | 아, 제가 곧 아빠가 됩니다. 제가 바리스타 키무와 사내 결혼한 건 아시죠? 얼마 전에 아기 성별을 알았는데, 딸이래요.(아빠 미소)
주 | 사실 저도…
모모 | 네?
주 | 둘째가…!(일동 환호)
얼마 전, 어스를 축하해 주고 있는데 둘째가 찾아온 걸 알게 됐어요. 계산해 보니 어스가 아빠가 되는 시기랑 비슷하게 둘째가 태어날 것 같아요. 어스는 기자재 고르듯이 육아용품을 고르고 있더라고요.
어스 | 어제 아기 침대 보고 왔고요. 유모차는 벌써 샀고요. 각 브랜드의 스펙을 비교해서 최우선을 선택하고 있죠.(웃음)
1. 바리스타가 되기까지
두 분은 커피 일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어스 | 대학생 때 학비 벌려고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으니 11년 정도 되었네요.
주 | 저도 시작은 아르바이트였어요. 8년 정도 되었어요.
처음에 어떤 일을 하셨어요?
어스 | 붕어빵과 커피를 함께 파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했어요. 일하시던 분들이 특이하게 커피 학원 강사셔서 커피에 재미를 붙였죠. 사장님 몰래 커피 기계를 뜯어봤다가 부품을 부러뜨려서 몰래 붙여놓았던 기억도 나네요.(웃음) 워낙 기계를 좋아해서 커피 기자재에도 관심이 많았거든요. 대학생 때 라마르조코 홍보 대사도 했었고요. 바리스타도 재미있고, 커피 머신 쪽 일도 하고 싶어서 고민이 컸는데, 결국 바리스타를 선택했어요. 졸업하고 유명한 커피 회사에 들어가서 경력을 쌓은 뒤에 카페를 차리겠다고 마음먹었죠. 그길로 빈브라더스에 바리스타로 입사했어요. 완전 초창기라 매장 하나 막 열었던 시절인데, 저는 그때 빈브라더스가 되게 크고 유명한 회사인 줄 알고 입사한 거예요.(일동 웃음)
2016년의 바리스타 어스. ©빈브라더스
주 | 저는 커피에 뜻을 두고 달렸다기보다, 학생 때 돈이 필요하면 카페 아르바이트를 자주 한 게 시작이었어요. 식음료 사업 전반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졸업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카페에서 일했는데요. 거기서 1년 동안 모은 돈으로 친구와 커피 트럭을 열었어요. 그렇게 모은 돈으로 나중에는 매장도 열었죠. 1년 정도 하다가 현실적인 선택으로 문을 닫았지만, 제대로 커피를 해보고 싶어서 이후에는 작은 로스터리에 입사해서 로스팅을 배웠어요. 사장님이 전천후로 생두를 수입하고 실험도 많이 하시는 분이라 다양한 것을 해볼 수 있었어요.
직접 꾸민 커피 트럭. ©주세훈Ju |
친구와 운영했던 작은 카페.©주세훈Ju |
2. 바리스타가 되다
같은 듯 다른 두 분의 커피 행보가 재미있네요. 주는 사업에 많이 도전해보셨고, 어스는 BB에서 쭉 경험을 쌓으신 거군요.
어스 | 저는 처음에 일 센스가 없어서 일을 되게 못 했어요. 여러 사람을 힘들게 했죠.(웃음) 팀원들에게 정말 많이 배웠어요. 와중에 기계는 좋아해서, 실험하거나 조사한 걸 메일로 공유했었는데요. 바리스타 리드였던 제임스가 기계를 다룰 기회를 많이 주더라고요. 바리스타팀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어보면 어떠냐는 제안도 해주고요. 점점 기계 관련된 문제가 있으면 사람들이 저를 찾기 시작했어요. 커피와 기계 둘 다 할 수 있게 된 거죠. 전에는 이론적으로만 공부했는데 직접 기계별로 추출도 해보고, 기계를 뜯어보기도 했어요.
머신 점검 중, 2017년. ©빈브라더스 |
머신 점검 중, 2018년. ©빈브라더스 |
주 | 저는 사업에 실패해보니 두려움이 생기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사업이 아닌 회사 안에서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했어요. 대회를 지원해주신다는 약속을 받고 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에 입사했죠. 처음에는 바리스타로 일했는데, 생각보다 일을 더 맡게 되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매니저가 되고, 점장이 되고, 바리스타 교육이나 세미나도 열게 되었죠. 코로나 상황으로 대회는 미뤄졌고요. 마침 로스터리를 새로 꾸리는 상황이 되어서 좋은 기회로 로스터리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오래 일하다 로스팅 팀장으로 퇴사했죠.
바리스타 주.©주세훈Ju |
로스터 주.©주세훈Ju |
3. B2B팀에 합류하다
이후에 BB에 오게 되신 거군요.
주 | 나름 다양한 커피 분야를 경험하고 나니 질문이 많아졌어요. 커피 업계 안에서 이름 있는 곳들이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하고요. 어스처럼 기계에 관심도 컸죠. 그런데 그 모든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못 찾았어요. 체념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여기까지 왔으면 답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첫째가 태어날 시기가 되니 물리적인 시간도 필요해서 퇴사를 선택했어요. 육아를 시작하면서 ‘커피를 그만 해야겠다’, ‘좋아하는 브런치 가게에서 일해볼까’ 하며 여러 가지로 궁리하고 있었는데요. 바로 그때, AI의 간택을 받았어요. 빈브라더스 입사 채용 공고를 보게 된 거죠.
지원할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너무 좋았어요. B2B팀 리드 쿄쿄와 어스를 만나면서 그때까지 품었던 제 궁금증이 하나씩 해결되는 거예요. 아, 이건 이래서 이랬구나! 하면서요. 팀에서 연구한 아카이브들을 다 찾아보면서 쾌감을 느꼈어요. B2B팀에서 일하며 커피를 중심으로 제가 경험한 커리어들이 연결되는 것도 즐겁고요.
어스 | 저랑 쿄쿄는 주 면접 끝나고 주가 나간 뒤, 동시에 외쳤잖아요. “와! 찾았다!”
고객사에서 추출 환경 점검 중인 주.©황요성Scene
어스는 어떻게 B2B팀에서 일하게 되셨어요?
어스 | 초기에 원두 납품을 주로 했던 B2B팀에서 같이 고객사에 가보자고 제안해 주셨어요. 다른 카페 고객사들을 봐드리면서 커피 세팅도 잡아 드리고, 기계도 봐 드리면서 팀을 옮겼죠. 그러다 바 설계를 의뢰 받았는데요. 설계를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잘 됐어요. CAD나 3D 프로그램들도 혼자 공부했고, 그렇게 일이 연달아 들어오면서 능력치가 쌓인 것 같아요. ‘이제 컨설팅을 사업으로도 할 수 있겠다’라고 느껴지는 시기가 온 거죠.
어스는 다양한 실험을 해내기로도 유명하시죠. 기록도 많이 남기셨고요.
어스 | 원래 호기심이 많고 의심스러운 건 다 실험해보는 스타일이에요.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궁금증이 늘 때마다 실험을 하고 논리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가장 처음 쓴 건 ‘물에 따른 커피 맛의 변화’였고요. 논리적인 글쓰기의 끝은 논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논문처럼 쓰기 시작했어요. 논문 작성에 관한 책을 사서 출처 기록 같은 형식도 맞추고요.
한 대학 연구소에서 크로마토그래피 실험 중.©윤서영Kyokyo
실험을 더 하고 싶어서 기계 만드는 회사에도 연락하고 그랬죠. 예를 들어, 분말 형태의 작은 입자 크기를 잴 수 있는 입도 분석기를 써보고 싶어서 입도 분석기를 만드는 회사에 찾아가서 샘플 실험을 했어요. 대학 산학협력단과 시료 분석 실험도 진행해 보고요. 그냥 간다고 해주는 건 아니고요. 구체적인 실험 계획서를 작성해야 해요. 좀 어렵지만 분산 용매가 뭔지, 용매의 굴절률은 어떤지, 흡광도는 어떤지 등을 제출해야 해요. 정부 사이트 중에 의뢰할 수 있는 기계 리스트와 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기업 명단, 전화번호와 담당자가 담겨있는 사이트가 있었어요. 그런 곳을 참고했죠. 덕분에 여러 외부 세미나도 진행하게 되었네요.
SCA에서 주최한 커피엑스포에서 기계 관련 세미나 진행 중.©윤서영Kyokyo
4. 이후의 커리어
앞으로 더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세요?
주 | 현장에 있다 보면 궁금증이 많아지는데요. 어스는 그걸 해결하는 건 물론이고 아카이빙까지 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져요. 저는 트렌드에 관심이 많아서, 커피나 음식, 브랜드 등의 흐름을 탐구하고 기록하는 자세를 가지고 싶어요. 요즘 ‘카페’라는 의미가 점차 복합적으로 변한다고 느끼는데요.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변화의 흐름 안에서 잘 대처하실 수 있게 가이드해드리고 싶어요.
강배전 블렌드 <70(세븐티)> 출시 기념 쇼케이스에서.©황요성Scene
어스 | 예전에 브랜드 디렉터 디디, B2B팀 리드 쿄쿄와 ‘연구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가 실험한 건 쉬운 수준이라 실험 수준을 더 끌어올리고 싶었거든요. 대학 같은 커피 전문 교육 기관이 있는 ‘일리 커피’처럼요. 지금은 열정이 많이 식었지만, 에스프레소 기계 만드는 공장을 꿈꾸기도 했어요. 우리가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요즘에는 컨설팅을 더 큰 범위로 해보고 싶어요. 지금 하는 메뉴 개발이나 바 설계, 원두 납품 외에도, 인테리어나 브랜딩, 베이커리 등 고객분들이 맡기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드릴 수 있는 정도로요.
지난 여름, 군산의 한 카페 컨설팅 중인 어스.©주세훈Ju |
추출에 관한 기본 교육도 진행.©주세훈Ju |
8-10년 전의 주, 어스처럼 이제 막 바리스타를 시작하고 커리어 고민을 하는 독자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분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
주 | 저도 그런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일단 실패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뭐든 해보시라고 말하고 싶고요.
어스 | 커피는 생각보다 분야가 다양해요. 바리스타를 하다가 다른 부분에 관심이 생기면 그쪽으로도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주 |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면, ‘커피’라는 구심점이 되게 커서 커피를 떼고 생각하기가 어려워요. ‘커피’가 ‘무역’, ‘음식’, ‘춤’ 등 무엇으로 바뀌어도 다 비슷한 산업구조라 공식이 비슷하거든요. 관점을 조금만 바꿔서 다르게 보면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커져요. 커피 산업 안에서만 정답을 찾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스 | 맞아요. 커피 기계를 공부한다고 하면 대부분 커피 기계를 검색하는 거죠. 예를 들어, ‘커피 솔레노이드 밸브’를 알려면 ‘솔레노이드 밸브’를 알아야 다른 분야를 포함한 전체 영역에서 그 밸브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이해할 수 있거든요. ‘응대’도 ‘바리스타는 어떻게 응대하는지’만 볼 게 아니라 모든 서비스업의 관점에서 봤으면 좋겠어요. 어떤 분야든 ‘커피’를 떼고 생각하는 게 깊이 공부하기 좋아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는 어스와 주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느꼈는데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두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걸어온 것을 알게 됩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기계와 카페 운영 등 산업 전반을 넓은 시야로 파악해가는 모습이 꼭 닮아있더라고요. 혹시 오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동료가 되어보고 싶다고 생각하셨다면, B2B팀의 채용공고를 확인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주변에 커피에 진심인 분들이 계시다면 소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