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모모입니다.
혹시 그거 아세요? 제가 BB를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이요! 아무도 주입하지 않은 제 안의 따끈한 애사심… 가끔 저 자신도 의아할 때가 있는데요. 돌이켜보면 입사 초반의 좋은 경험들 때문에 BB에 더 빠진 게 아닌가 싶어요. 입사 첫날 일찍 퇴근시켜준 기억이라든지(ㅋㅋㅋ), 정말 궁금하고 의심스럽지만 선뜻 물어보기 어려운 취업 규칙 같은 걸 친절하게 들었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감명 깊게 들었던 온보딩 과정은 이미 입사 직후 <모모의 온보딩 노트> 편에서 다룬 바 있는데요. 오늘은 그 모든 것을 설계한 류지현 피플팀 리드(이하 써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빈브라더스에 입사하면 뭐부터 해요?” 하고 궁금하셨던 분들은 오늘 레터가 더욱 흥미로우실 거예요. 어떻게 인사담당자가 되었는지부터 더 나은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품고 있는 고민까지, 써니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오늘의 주인공 써니. ©박은실Momo
써니,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모모, 저 요즘 조직에 대한 고민 때문에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데 인터뷰 괜찮으시겠어요?(특유의 깔깔 웃음)
무슨 일이에요! 상태가 안 좋은 것 치곤 애사심과 열정이 늘 최대치이신 것 같은데요.
조직이 점점 커지니까 고민할 것도 많아지고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모모는 요즘 어때요? 힘든 건 없어요?
이렇게 물어보는 것만 봐도 써니의 역할과 성격이 다 드러나네요.(웃음) 역시 써니는 써니예요.
저 모모만 믿고 솔직하게 다 말할게요. 알아서 편집해주세요!
1. 인사담당자가 되기까지
먼저 어떻게 BB에 오게 됐는지 간단히 듣고 싶어요.
때는 바야흐로 빈브라더스의 태동기였죠. 빈브라더스의 전신인 강남의 ‘에이블 스퀘어’에서 가볍게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스터디룸으로 운영했던 에이블 스퀘어와 카페가 분리되면서 카페는 빈브라더스 강남점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죠. 저는 에이블 스퀘어 전체를 담당하고 있었고요. 1년 정도만 일하다 그만두고 전공을 살리려고 했는데요. ‘빈브라더스’라는 브랜드가 탄생하며 시스템과 채용 규모가 급격히 커지던 시기라 빈브라더스 오피스팀에서 일하자는 제의가 왔어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고인물’이 되었어요, 모모.
빈브라더스가 소속된 에이블 커피 그룹의 연중 행사인 ‘에이블 나이트’ 진행 중.©빈브라더스
고인물이라니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죠. 그럼 제가 경험하고 반했던 온보딩 체계는 어떻게 마련하게 되셨어요?*
10년 가까이 된 일이라 이제는 말할 수 있네요. 제가 처음 오피스로 출근하던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나름 첫 출근인데 아무도 반겨주질 않는 거예요. 사무실은 어두컴컴하고 누가 있었나? 없었나? 기억도 잘 안 나요. 뻘쭘하게 기다리다가 대충 인사한 뒤 영혼 없는 ‘와~’ 소리를 듣고 끝난 걸로 기억해요. 자리 세팅하라고 해서 오전 내내 낑낑대고요. 점심쯤 되니 사람들이 다 사라졌어요. 점심시간인가? 혼자 우왕좌왕했죠. ‘뭐지, 이 처음 느껴보는 어수선함은…?’ 이런 식이면 이 팀과 함께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로계약서도 안 써주고요.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 확 보여서 이후에 체계를 잡아나갈 수 있었나 봐요.
본격적으로 인사담당자가 되면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입사 초기에 온보딩을 촘촘하게 한 케이스는 장기근속 확률이 높다더라고요. 온보딩 절차가 미흡하면 3개월 이전에 퇴사하는 비율이 훨씬 높아진대요. 이건 너무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인사를 전담하면서부터는 ‘입사 첫날 근로계약서부터 작성한다’는 기준을 만들었어요. 취업 규칙도 체계화해서 설명하고요.
*온보딩: 새로운 구성원이 조직 문화와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
취업규칙 설명과 조직 문화에 대한 강의를 일대일로 들었던 모모의 입사 첫날. ©박은실Momo
인사 담당자로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입사 직후에 신규 입사자와 일대일로 만나는 거요. 반갑게 인사 나누고 얼굴 보면서 얘기하면 긴장도가 낮아져요. 저와의 편한 만남이 자연스럽게 팀을 이해하는 첫 시간이 돼요. 그날은 취업규칙 서류를 같이 들여다보면서 꼼꼼하게 설명해요. 관계를 형성하는 거죠. ‘이 부분에서는 제가 이렇게 도움을 드릴 수 있어요’라는 메시지도 전해요. 진짜 어려울 때 저에게 연락할 수 있게요. 책임감도 있죠. 제가 신규 입사자를 만나기로 한 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저에겐 열 번 중 한 번이겠지만 그분께는 상징적인 날 겪는 불쾌한 경험일 수 있잖아요. 새로운 동료를 처음 만나는 시간엔 컨디션을 조절해요. 그 시간 근처에는 다른 미팅을 잡지 않죠. 저를 한번 비우고 들어간달까요. 웬만한 통화도 하지 않고 에너지를 올리는 데 집중해요. 가장 좋은 상태로 처음 만나요.
매번 신규 입사자를 만나기 버겁지는 않으세요?
팀이 커지다 보니 바리스타팀은 썸머가, 베이커리팀은 조안나가 담당하고 있어요. 영상 같은 걸로 대체할까 고민도 많이 해요. 그래도 아직까진 유지하고 싶은 게 제 욕심이에요. 효율성에 집중해야 하는 업무도 있지만 사람을 대하는 일은 효율성이 통하지 않아요. 대면으로 진행하는 게 훨씬 교감이 크고 효과적이에요.
2. 온보딩 시스템
BB에 입사하면 어떤 과정을 밟게 되나요?
크게 네 가지 정도 되는데요.
💌 웰컴 메일 | 입사자의 닉네임이 정해지면 영문 이름과 함께 메일 계정이 생기죠. 환영의 인사와 함께 슬랙, 노션, 시프티 등 업무 관련 프로그램을 세팅할 수 있는 안내 메일이 도착해요. 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커피 탐구’와 유니폼 같은 ‘환영 선물’에 관한 안내도요. 각 팀의 리드와 만나서 함께 하나하나 살펴보며 설명을 듣죠.
✍🏻 근로계약서 작성 |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다른 곳에서 일하시는 바리스타분들도 근로계약서 쓰실 때 내가 어디와 계약을 하는지부터 잘 따져봐야 해요. 빈브라더스 같은 경우는 상위 그룹인 ‘에이블커피그룹’과 근로계약을 맺어요.
📃 취업 규칙 설명 | 근로계약 내용뿐 아니라 회사 생활을 살펴볼 수 있는 규칙들을 같이 봐요. 휴가, 휴직 등이 담긴 중요한 내용이죠. 업무 규칙은 팀원들이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계속 다듬어가고 있어요. BB의 노사협의회인 ‘같이같이 위원회’처럼 노동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정보도 나누고요.
🛳️ 온보딩 시작 | 이후에 바리스타팀은 순차적으로 바리스타를 위한 추출 세미나, 테이스팅 세미나, 로스터리 투어 등에 참석해요. 오피스팀은 각 사업부 리드가 진행하는 세부 팀 온보딩 세션에 참석하고요. 브랜드 전반을 설명하는 브랜드 토크는 모두가 들어요.
필수적인 항목도 있지만 고정적이라기 보다는 조직의 특성에 맞춰서 계속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코로나 시기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DD의 브랜드 토크. ©빈브라더스
입사 시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온보딩 외에도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퇴사 인터뷰도 있답니다. 필요에 따라 서면 또는 대면 인터뷰를 하죠. 퇴사의 이유는 다양하잖아요. 다층적인 이야기를 세심하게 들어요. 구글폼으로 퇴사의 이유와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질문지도 받는데요. 공개 여부를 물어보고 원하는 분들에 한해서 팀에 공유하기도 해요. 퇴사자 입장에서는 아쉬웠던 부분들을 털어놓을 수 있고, 동료들에게는 좋은 참고가 되고요.
인사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 시스템으로 바뀌다 보니 소규모 조직에 비해 세심한 문제를 즉각 나누기 어려운 것도 있잖아요. 퇴사 인터뷰를 하면서 문제를 감지하고 역으로 접근하는 부분도 있어요. 구조 개선의 힌트를 얻기도 하고요. 어떤 동료는 인터뷰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는데, 전 다른 사람이 울면 따라 울거든요. 둘이 붙잡고 실컷 운 적도 있죠. 또 어떤 사람과는 ‘배신자!’ 이러면서 한참 수다를 떨고 웃으며 회포를 풀어 보내기도 했어요. 그렇게 서로 감정을 풀고 떠나보내면 마음이 좋아요. 매듭을 잘 짓는 느낌이랄까요. 저에게는 동료를 잘 보내는 것이 나름의 의식이 되는 것 같아요.
3. 더 나은 HR을 위해
인사담당자로서 써니는 정말 호쾌하고 따뜻해요. 그래도 당면한 어려움이 있겠죠?
빈브라더스가 벌써 10년을 바라보는 조직이 되었잖아요. 오래 함께한 바리스타들은 어느덧 리드로 훌륭히 성장했고요. 그 동료들에게 유난히 마음이 가요. 어떻게 우리 모두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야겠더라고요. 이제 필요성을 인지한 상태고요, 제가 무언가를 만들어낸다기보다 바리스타팀 리드분들이 만나서 토론할 수 있는 장을 열고,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먼저 머리를 맞대게 될 거예요.
그러네요. 그간은 코로나 때문에 서로 대면으로 모이기도 어려웠을 것 같아요.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편안하게 만나고 교류할 기회가 확 줄었죠. 스스로 하는 통제가 아니라 정부나 방역 규제 등 외부에서 오는 통제 때문에 바리스타팀의 스트레스도 컸을 거예요.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다가 원치 않는 마찰이 생기기도 하고요. 예전엔 손님들과도 얼굴을 마주하며 더 활발히 교류하고, 바리스타팀들도 서로 매장을 오가며 친해질 기회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경직된 상태예요. 슬슬 이런 걸 풀어갈 기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빈브라더스가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는 행사들을 준비해야죠.
조직에 대해 부정적이라던 써니와 CEO 루이의 회의 장면…©박은실Momo
지금까지도 너무 훌륭하지만, 써니에게 남은 숙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요.
현재 BB는 모든 팀이 OKR이라는 툴로 업무 목표를 세우고 진척 상황을 다루고 있어요. 효과적인 툴이고, 팀에도 잘 자리잡혀 있죠.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다들 마음은 괜찮았나? 일의 진행 말고, 실무자의 상태가 궁금한 거죠. 일은 잘 진행되었어도 실무자가 느꼈을 감정은 안 좋았을 수도 있잖아요. 회고 시스템이 감정적인 부분까지 더 촘촘하게 다루면 좋겠어요.
MBTI의 세대에겐 개인 성향에 맞는 회고가 중요해요. 어떤 사람은 디테일하고 꼼꼼하게 사고하며 일하고, 어떤 사람은 구조적으로 접근하면서 큰 그림을 보며 일하기 때문에 같은 업무를 처리해도 어떻게 이해하고 느꼈는지는 다를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어떻게 체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써니, 오늘 인터뷰 정말 즐거웠어요. 써니의 복잡한 고민들이 더욱 고마워지는 인터뷰였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남겨주세요.
모모, 저도 즐거웠어요. 마지막은 이렇게 할게요.
"팀 BB, 다들 행복하게 일하고 계신가요? 어려운 점 있으시면 언제든 저에게 연락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