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브랜드 디렉터 DD입니다. 레터로는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오늘은 빈브라더스(이하 Bb)의 새 공간,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 소식을 직접 들려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여러분이 이 레터를 받아보실 즈음이면 커피하우스는 이제 막 퍼블릭 오픈을 앞둔 시점이겠네요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22년 초부터 약 2년 동안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기획했습니다. 원래는 작년 10주년에 맞추어 오픈하고자 했으나,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이 저희도 늦어졌습니다…하여 Bb가 만으로 11년이 되는 24년 3월에 오픈하게 되었어요.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박은실Momo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를 아주 짧게 소개한다면, ‘Bb가 사는 집’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너무 뻔한가요?). 집이 거실, 서재, 주방 등 여러 공간으로 구성되는 것처럼, 커피하우스에도 여러 층에 걸쳐 여러 공간이 존재합니다. 업무에 집중하는 서재(4F-OFFICE)와 커피 프로페셔널의 연구실이자 작업실 공간인 스튜디오(5F-STUDIO), 진지하되 흥미롭게 다양한 커피 경험을 스펙트럼처럼 펼쳐 보이는 커피 바(6F-BAR), 방문한 여러분을 환대하는 응접실(7F-TABLE)과 바람을 쐴 수 있는 야외공간(RF-ROOFTOP)까지요.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수 있는 사이니지.©️박은실Momo
커피하우스 프로젝트는 모든 팀원과 회사 밖의 수많은 분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는 브랜드 디렉터로서 방향을 설정하는 일을 맡았는데요. 이 레터에서는 짧게나마 그 방향에 대해 부연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커피하우스의 탄생 배경
1. Your personal coffee guide
여전한 저희 Bb의 슬로건입니다. 한동안 열심히 참여했던 카페쇼 프로젝트를 리뷰할 때마다 바리스타 팀에서 하던 이야기가 있어요. “카페쇼에서는 아무리 바빠도 고객 한 분 한 분과의 이야기가 즐겁고 정말 커피 가이드가 된 기분인데, 왜 일상에서는 이 밀도 높은 경험이 쉽게 일어나지 않을까요?” 카페쇼에서의 Bb는 당신의 커피 가이드가 되겠다는 슬로건에 잘 부합하는데, 우리 공간에서는 이를 어떻게 더 구현할 수 있을까, 매일 카페쇼 같은 장면이 펼쳐질 수 있는 공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바쁜 매장에서는 찰나처럼 찾아오는 고객과의 시간. 파미에스테이션점의 바리스타 루스.©️황요성Scene
2. 오피스
2014년 합정점 오픈 후, 사무실 또한 카페를 따라 합정동으로 이사했습니다. (당시에는 합정점이 유일한 Bb의 카페였어요.) 사무실은 이후 세 번이나 거처를 옮겼지만 모두 합정점 5분 거리에 있었습니다. 막연하지만 언젠가 합정점 2층으로 오피스를 옮길 그날(?)을 염원했지요. 한 식구로서 카페와 오피스가 한 건물에 있을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았습니다. 꼭 합정점이어야 한다기보다는, 회사의 구성원들이 모두 한 건물에 있으면 참 좋겠다는 희망 사항으로요.
물론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합정점.©️안효준Danny
3. 팀
한국에서만 어느덧 80여 명에 달하는 저희 팀은, 바리스타 이외에도 훌륭한 커피를 선보이기 위해 중책을 맡은 프로페셔널들이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도매와 온라인 사업부뿐 아니라 로스팅, 물류, 생두, 기획, 브랜딩 등 다른 직무로서요. 회사의 매출 구성을 보아도 비슷하죠. 우선 카페 매출이 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나머지 절반의 매출은, 다른 카페나 레스토랑, 호텔, 회사, 오피스 등에 커피를 공급하는 도매(B2B) 사업부나 Bb 태초의 사업 모델이었던 온라인 원두 구독 서비스 같은 비매장 사업부가 채우고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고객을 만나는 접점이 (로스터리 외엔) Bb의 카페뿐이었다는 것입니다. ‘카페 사업부’가 아닌 커피 공간은 왜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많은 카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빈브라더스의 원두.©️에이블커피그룹
4. 미래
(갑자기) 지난주,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이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 5-7조 달러 규모를 펀드레이징한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저는 AI가 우리 삶에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대전환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물론 낙관적인 것은 아니고,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더 큽니다). ‘이 혁신이 커피 업계에 미칠 영향이 어떻게 되지? 직업인으로서, 커피 프로페셔널 팀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지는 거지? 우리 회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요.
2013년 브랜드 런칭 이후, 한동안 저희의 미션은 ‘커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사람들’이었고, 이후 ‘바리스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사람들’로 이어졌습니다. 사내에 다양한 직무가 있습니다만,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가지는 상징성은 여전히 큽니다. 훌륭한 전자동 커피머신들과 간편한 캡슐기기들이 시중에 나와 있고, 앞으로 더 기술적으로 - 단순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생각했을 때도 - 뛰어난 기기들이 나올 것이 자명한 이때, 바리스타의 핵심 역량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우리 팀은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 항상 고민이었죠.
지난 여름 옥션 커핑 중.©️정아름Joy
저는 커피를 잘 ‘제조하는’ 역량만으로는 밝은 미래를 그리기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좋은 커피를 ‘판별할 수 있는’ - 하여 이에 맞게 잘 제조하여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 역량이 중장기적으로 더 핵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판별에는 좋은 커피가 무엇인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감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가가 포함되는데, 이것은 다양한 커피를 (학습에의) 의도를 가지고 꾸준히 체계적으로 마셔 봐야 향상되는 역량입니다. 저희가 십수 년째 매년 새로운 커피를 소개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죠 - 무엇보다 저희가 (즐겁게) 잘 마시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요. 그런데 만약 이것도 혹시 장기적으로 기술에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면(AI가 반도체 설계도 한다는데요), 커피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다른 핵심 역량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커피하우스의 세 가지 키워드 - 커피, 하우스, 서울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의 프로젝트명은 <커피하우스 서울>이었습니다. 보통명사 세 개의 조합입니다. 커피, 하우스, 서울.
1. 커피 COFFEE
Bb는 두 가지 관점으로 ‘커피’라는 제품을 정의해왔습니다. 식음을 다루는 직업인으로서 훌륭한 커피를 내는 데 필요한 요소에 최대한 깊이 관여하는 미식(gastronomy)으로서의 커피가 그 하나입니다. 그러한 정성에도 불구하고 커피는 다양한 상황에서 음용되기에 우리의 노력에 비해 아주 가볍게 소비되기도 하는 제품이라는 현실감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다른 하나로 정의하는, 이른바 맥락으로서의 커피입니다. Bb뿐 아니라 모든 커피인들이, 이 상반되게 느껴지는 이 두 가치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습니다.
미식으로서의 커피©️박은실Momo |
맥락으로서의 커피©️정아름Joy |
커피하우스에서도 이 관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커피하우스의 상반된 두 층 - 6층의 바와 7층의 테이블- 은 각각의 가치를 대비하여 구현하려 노력했습니다. 미식으로서의 커피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바와, 맥락으로서의 커피를 통해 여러분을 환대하고 또 그 사이를 연결하는 살롱 역할을 하는 테이블로요.
2. 커피하우스 COFFEEHOUSE
‘카페가 아니라 커피하우스’. (프로젝트 팀에게 가장 많이 말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카페와 이름만 다른 공간이 아니라, 커피 경험이 시종일관 확연히 다른 공간을 의미합니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적어볼게요.
a. 살롱. 커피하우스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덧붙여집니다. ‘종교, 정치와 무관하게 지식이나 이념 등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곳’. (참, 우리가 흔히 펍pub이라고 부르는 맥줏집의 유래 또한 퍼블릭 하우스public house에서 왔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펍의 출현 이전부터 커피하우스는 역사적으로 이러한 사교적 기능을 해왔습니다. 본래 ‘커피하우스’라는 단어는, 커피전문점 이상의 문화공간을 은유합니다(=살롱Salon). 단순히 훌륭한 커피를 만드는 공간을 넘어, 다음 버전의 커피 경험과 콘텐츠, 커피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공간이고자 합니다.
만남과 연결,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박은실Momo
b. ‘진짜’ 집. 심플하게, Bb가 머무는 ‘집(house)’을 은유합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커피인의 공간에 초대 받은 느낌이기를 바랐습니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가 아니라, 호스트와 게스트의 관계가 펼쳐지는 집을 상상했습니다. Bb의 다양한 커피 가이드들과의 접점이 곳곳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공간을 그렸습니다. 실제로 바리스타 팀을 넘어 오피스, 다각도 팀 등 여러 구성원이 함께 머무는 오피스 공간으로서 사적인(private) 공간도 함께 존재하니, 진짜 집보다 시간을 많이 보내는 이곳을 하우스라 칭하는 것은 비유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오픈 준비로 정말 집보다 오래 커피하우스에 머물고 있는 조이와 데릭.©️박은실Momo
c. ‘진짜’ 커피하우스. ’하우스 블렌드’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커피 브랜드가 직접 만드는 고유의 블렌드를 보통 ‘하우스 블렌드’라고 통칭합니다. Bb의 경우 블랙수트, 벨벳화이트, 몰트 등이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죠. 한국에 수만 개의 카페가 있지만, 커피를 직접 만드는 ‘하우스 필터’를 적용하면 그 수는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저는 커피하우스라는 단어가 Bb의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내는 적합한 단어라고 생각했습니다. 농장 단계부터 여러분의 컵까지 주체적으로 관여하는 진짜 커피회사로서요. 커피하우스라는 네이밍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시즌마다 탁월한 커피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는 진짜 커피하우스로서의 Bb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음료 테이스팅 중인 팀Bb.©️박은실Momo |
주간 커핑 중인 바리스타팀.©️박은실Momo |
3. 커피하우스 서울 COFFEEHOUSE SEOUL
커피하우스로서 한국에 좋은 생두를 들고 오기 위해, 저희는 글로벌 커피 회사들과 꽤 빡빡한 경쟁을 합니다. 옥션에서 원하던 생두를 낙찰받을 때, 훌륭한 농장과의 거래선이 확보될 때, 파트너들이 Bb를 믿고 기꺼이 좋은 커피를 내어줄 때 늘 뿌듯합니다. 전 세계에서 수준 높은 커피 도시 중 하나인 서울에서, 서울의 커피하우스로 자리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루프탑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야경.©️박은실Momo
백문이 불여일견이기에 세부공간에 대한 설명은 아끼고, 커피하우스를 함께 만들어 주신 분들께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 레터를 맺겠습니다. 커피하우스에 오셔서 Bb의 환대를 받으며, 커피, 커피하우스 그리고 커피하우스 서울을 만끽하세요. 그럼, 커피하우스에서 뵙겠습니다.
☕함께 Bb 커피하우스를 채워 주신 고마운 분들
• 가구
-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d_d_seou
- 밀리미터밀리그람 @mmmg_millimeter_milligram
- 비포머티브 @be_formative
- 스튜디오 석영 @young.o.o
- 심승연 @shim.seungyeon
- 전산시스템 @jeonsan
- 킨스마켓 @keensmarket
- 팩토리2 @factory2.seoul
- 프리츠한센 @fritzhansen_korea
- 설치 도움 : 김보람, 날씨, 박찬신, 홍승은
• 사운드
- 가재발 @gazaebal.official, 디구루 @dguru, 위사 @wesa.seoul
• 사이니지
- 리모트(강주성 @joosung.kang, 김승환 @thhwann), 심승연
• 설계
- 삶것건축사무소 @lfthngs (양수인 소장님, 노선영 팀장님)
• 시공
- 건축 - 코워커스(홍성현 대표님, 한정희 팀장님
- 실내건축 - 두루두루실내건축사무소(변한별, 신지연)
• 플랜트
- 무명성 @fameless_sikmul
• special thanks to THI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