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2022년 새해에도 여러분의 일상에 즐거운 커피 경험이 가득하길 바라며 레터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커피 이야기는 콜롬비아에서 시작하여 인도네시아에서 마무리될 예정이에요. 중간에 한국에 있다는 커피 회사 빈브라더스도 들르게 되고요. 여러 군데 돌아다니지만 결국 이곳들을 하나로 묶는 메인 테마는 인도네시아입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의 커피 가이드가 되어 인도네시아 커피 여행 같이 떠나볼게요.
여러분은 한창 새해 복을 받고 계시겠지만, 이 글을 쓰는 저는 아직 2021년 12월에 살고 있습니다. 이달에 빈브라더스에서 출시한 커피 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콜롬비아 조한 베르가라 자바를 마시면서요. 로스터리에서 이런저런 커피를 많이 마시다보니 아무래도 새로운 면모를 가진 커피에 반하게 되는데, 이 커피가 그렇더라고요.
린다의 메일 |
합정점에 도착한 시향용 토바코 |
친절한 린다가 로스터리에도 담뱃잎을 보내주어 팀원들이 열심히 향을 맡아보았는데요. 케이브가 꿀 냄새가 난다고 하여 다시 맡아보니 정말 그런 향이 나는 거예요. 린다 덕분에 재미있는 센서리 경험을 했죠. 아무리 아로마 키트가 편해도 역시 실제로 맡아보는 건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윽고 12월이 되어 이 커피의 판매가 시작되었어요. 팀의 반응도 궁금하고, 고객들의 반응도 무척이나 궁금했지요. 업무 특성상 늘 새로운 커피를 마시는 저도 돌이켜보면 12월에 7-8잔은 마시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많이 마신 것 같아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과일스러운 향미가 더 많이 발현된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빈브라더스에서 출시하는 시즈널 커피의 경우 내부적으로도 평가를 하는데, ‘본인의 취향에 잘 맞나요’ 라는 질문에 만점을 줬던 것 같아요.
인도네시아 간다고 해놓고는 토바코 이야기가 꽤 길었죠? 눈치 빠른 독자님들은 어쩌면 이 커피의 이름인 ‘콜롬비아 조한 베르가라 자바’에 들어있는 ‘자바’라는 단어에서 눈치를 채셨을 것도 같은데요. 이제 드디어 인도네시아로 떠날 시간입니다. 수도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 섬으로 날아가 볼게요.
자바Java는 인도네시아의 섬 이름이자 에티오피아에서 건너와 이 섬에서 자라난 커피 품종의 이름입니다. 콜롬비아의 농부 ‘조한 베르가라’가 생산하고 빈브라더스가 로스팅한 그 커피가 바로 자바 품종이에요. 인도네시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재배한 자바 품종의 커피를 만나게 되는 것은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에요. 우리에게 ‘자바 커피’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생산된 커피’를 애용하는 스타벅스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커피 산지 ⓒCOFFEE BEHIND THE SCENES
인도네시아는 커피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커피 산지입니다. 17세기 말 네덜란드 상인들이 커피 묘목 몇 그루를 자바 섬에 가져 왔고, 현지 주민들에게 커피를 재배하게 했지요. 더 일찍 커피 농사를 지었던 중동 지역의 농부들과는 달리, 자바 섬의 농부들은 소작 노예로 일해야 했습니다. 현지 주민들에게는 불운한 착취의 역사지만, 당시 유럽에서 고가에 팔리던 인도네시아산 커피와 정향, 후추는 네덜란드인들에게 큰 부를 안겨주었어요. 물론 영국이 세계 최강의 해양 세력으로 떠올라 네덜란드를 바다에서 밀어내기 전까지의 이야기지만요.
어쨌든 그렇게 인도네시아에서 커피 농사가 시작되었고,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아라비카 커피의 역사에서 중요한 어떤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인도네시아로 전해진 티피카Typica 품종 그룹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달된 것이죠. 현재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다루는 많은 커피 품종들이 바로 티피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자바를 비롯하여 마라고지페, 켄트와 같은 품종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Typica에서 유래한 커피 품종들 ⓒCafe Imports
그 후에도 인도네시아의 커피 재배는 계속되어 현대에 이릅니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많은 커피회사들이 에스프레소 블렌드의 재료로 인도네시아 커피를 사용하게 되죠. 인도네시아 커피 특유의 향과 묵직한 바디감을 좋아하는 커피 애호가들이 많아요.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아직 그만큼 중요한 커피 산지로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있는데요. 커피의 개성과 매력은 분명하지만 스페셜티 커피 기준으로 보면 품질이 아쉬운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또한 인도네시아 커피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내왔어요. 제가 다시 인도네시아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21년에 처음으로 이 나라에서 Cup of Excellence(CoE)가 개최되었기 때문입니다. 단맛과 클린컵을 중시하는 CoE에 입선한 인도네시아 커피들이 어떠할지가 무척 궁금했어요. 안타깝게도 작년에는 인도네시아 CoE 샘플을 마셔볼 기회가 없었는데요. 혹시 맛 보신 구독자님들이 계시다면 어떠셨는지 알려주세요. 궁금합니다.
ⓒCup of Excellence Indonesia
인도네시아 CoE 샘플은 맛보지 못했지만, 빈브라더스 로스터리로 들어오는 다양한 인도네시아 샘플들을 맛볼 기회는 있었습니다. 그중에 팀이 가장 좋아한 커피 하나를 구매하였고 2월에 출시할 예정이에요. 커피의 이름은 ‘인도네시아 테낭 우켄’입니다. 기록을 살펴보니 2016년 이후에 빈브라더스에서 처음으로 출시하는 인도네시아 커피네요.
지난 12월에 출시한 콜롬비아 조한 베르가라 자바가 콜롬비아 커피에 인도네시아의 숨결이 들어 있는 느낌이라면, 2월에 나오는 인도네시아 커피는 우리가 기대하는 인도네시아 향미를 잘 갖고 있습니다. 그 향미가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것이 특징이고요.
이 커피의 테이스팅 노트 중 하나는 ‘비 온 뒤 숲 내음’입니다. 로스터 케이브는 이 커피를 마시고 딱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해요. 저를 포함한 다른 팀원들도 표현은 다르지만 비슷하게 느꼈던 것 같고요. 콜롬비아의 토바코 노트를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했던 것만큼, 이 인도네시아 커피의 노트에 대한 여러분의 반응도 어서 들어보고 싶습니다.
콜롬비아에서 출발해 인도네시아까지 달려온 오늘의 커피 여행도 이제 막을 내릴 시간입니다. 커피 여행이라 이름 붙이긴 했지만 사실은 인도네시아 커피로 수다 한 판 떨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레터를 썼어요. 재밌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즐거운 수다였기를 바라며 저는 다음에 또 다른 커피 이야기를 들고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