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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에 관한 5가지 질문
그럼 카페인이 얼마나 들어있나요?
디카페인에 관한 5가지 질문그럼 카페인이 얼마나 들어있나요?

지난 레터 <수면생활과 카페인>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저는 카페인의 반감기에 대한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5-7시간이 지나도 섭취한 카페인의 절반이 몸속에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몇 시까지 얼마나 커피를 마셔도 괜찮을지에 대해 좀 더 명확히 계산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숫자의 힘은 정말 강력한 것 같습니다.


이 레터를 읽고 구독자 분들이 보여주신 반응을 보니 저 말고도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디카페인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을 보내주셨어요. 레터를 쓴 디디는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써보면 어떻겠냐고 저에게 제안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기로 했습니다. 구독자 분들이 보내주신 질문들과 제가 디카페인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모아보니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 질문이 나왔는데요. 이번 레터에서 하나하나 다뤄보려고 해요.


☕️ 디카페인에 관한 5가지 질문

  1. 왜 개인 카페에는 디카페인 커피가 잘 보이지 않나요?
  2. 디카페인 커피는 어떻게 만드나요?
  3. 디카페인의 카페인 함량은 얼마 정도인가요?
  4. 로스팅과 추출 방식에 따라 카페인 함량도 달라지나요?
  5. 디카페인 커피도 커피일까요?
그럼 구독자 버드얀님이 보내주신 질문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Q. 평소에 늦은 시간에도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디카페인을 파는 곳이 적어서 아쉬워요. 아직 개인 카페에는 디카페인이 없는 경우가 많던데 왜 그런지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버드얀)

A. 제가 아직 개인 카페의 디카페인 판매 비율을 조사한 자료를 보지 못해서 확실히 말씀드리긴 어려운데요. 체감상 디카페인을 팔지 않는 개인 카페가 상당히 많은 것 같아서 왜 그런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먼저 현재 우리나라 커피 시장에서 디카페인이 차지하는 규모를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관세청 수출입통계 자료를 가져왔어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의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 데이터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보면 디카페인 수입량이 대략 3,700톤 정도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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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많은 양 같지만 사실 전체 커피 수입량 17만 6천톤 대비 2.1% 정도 되는 작은 비중이에요. 시장에 유통되는 디카페인 커피 자체가 적은 것입니다. 개인 카페든 아니든 간에 일반 커피에 비해 디카페인 커피를 찾기가 어려운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카페에서 판매할 수 있는 원두 개수에 현실적인 제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에스프레소용 원두의 경우 특히 그러합니다.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에 사용하는 원두 하나당 그라인더 하나를 두게 되는데요. 기존 원두를 그대로 판매하면서 디카페인도 에스프레소 메뉴로 판매하려면 매장에 그라인더 하나를 추가해야 하는데 좋은 그라인더는 가격이 꽤 비쌉니다.


그라인더는 어찌어찌 산다고 해도 디카페인 재고를 폐기없이 잘 관리할 수 있느냐는 또다른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커피회사들에서 주로 디카페인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Q. 디카페인 커피는 어떻게 만드나요?

A. 커피에서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원리는 단순합니다. 카페인을 녹일 수 있는 물질을 이용해 커피에서 카페인을 추출해내는 것이죠. 물과 에틸 아세테이트 그리고 고압의 이산화탄소를 주로 사용합니다. 각각의 특징이 있는데 아래 간략히 요약했어요.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은 분들께 : 구글에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을 검색하시면 각 공정에 대해 잘 정리된 내용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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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고온의 물을 이용해 카페인을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SWP)와 마운틴 워터 프로세스(MWP)가 대표적인데 둘 다 프로세스 특유의 향을 갖고 있습니다. 마운틴 워터 프로세스는 멕시코나 페루 같은 중남미 생두를 사용할 경우 특유의 달콤한 구운 향이 매력적이라 빈브라더스에서 오랫동안 소개해오고 있어요.
  • 에틸 아세테이트 : 물보다 카페인을 잘 녹이는 용매입니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에틸 아세테이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띕니다. 프로세스 특유의 향을 지닌 워터 프로세스에 비해 생두 본연의 향을 잘 보존하는 편이라 꽃이나 과일향을 지닌 생두에 잘 어울립니다.
  • 고압의 이산화탄소 : 셋 중에 카페인만 골라서 추출해내는 능력이 가장 좋지만 설비 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입니다. 보통 그 비용은 커피 판매가에 반영이 되니까요.
현재 시점에서는 어느 하나의 프로세스가 우월하다고 보기는 아직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공정 후의 카페인 함량에 큰 차이가 없으니 결국에는 선호하는 향미의 커피를 선택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네요.

Q. 디카페인의 카페인 함량은 얼마 정도인가요?

A.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디카페인 커피의 카페인 함량은 '0'이 아닙니다. 정상적인 디카페인 공정을 거친다면 생두가 갖고 있는 카페인 함량의 97% 이상이 제거되지요. 아라비카 생두가 가진 카페인 함량을 생두 질량의 1.1% 정도라고 본다면 디카페인 생두의 카페인 함량은 대략 0.03% 정도일 것입니다. 만약 이 생두의 모든 카페인이 최종적으로 음료로 추출된다고 해도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한 잔에 담긴 카페인 양은 6-7mg 정도일 것으로 계산되고요.


원두 종류와 추출 레시피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아메리카노의 카페인 함량은 대략 150-200mg, 코카콜라 355ml 한 캔의 카페인 함량은 대략 35mg 정도라고 합니다. 저는 카페인에 민감한 편이라 저녁에 콜라를 마시면 늦은 밤에도 정신이 말똥말똥한데요. 아무리 디카페인 커피라도 저녁에 6-7잔을 마셔버리면 - 아마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 잠드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Q. 카페인에 민감한 편이라 오늘 주제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디카페인 커피 생산과정에 대해서 다루실 계획도 언급하셨는데, 로스팅과 추출방식에 따른 카페인의 차이에 대해서도 궁금해요!(지난 레터 '수면생활과 카페인'을 읽은 어느 구독자님)

A. 로스팅 후에도 커피의 카페인 함량에는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페인은 대기압에서 178°C에 도달하면 승화(=고체에서 기체로 변화)하는데, 로스팅 중인 커피 내부는 압력이 매우 높은 환경이라 178°C에 도달해도 카페인의 승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로스팅을 통해 생두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전체 커피질량 대비 카페인의 비중이 높아질 수는 있겠습니다.


추출방식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사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방식이 카페인을 많이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일까 생각해보면 되는데요. 추출에 사용하는 커피와 물의 비율이 동일하다고 전제하면 물 온도가 높을수록, 물에 닿는 커피의 표면적이 넓을수록, 물과 커피가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카페인 함량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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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 질문, 디카페인 커피도 커피일까요? 

A. 커피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이군요. 커피를 커피답게 하는 건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카페인입니다. 카페인은 커피를 인류의 대표적인 기호식품으로 만든 일등공신이죠. 커피는 중세 유럽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잠을 깨우고 다양한 지적인 활동들에 기여해왔습니다. 일단 카페인과 커피 두 단어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부터가 둘의 밀접한 관계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마치 카페인이 커피의 본질적인 요소인 것처럼요. 카페인이 없는 커피는 알코올이 없는 맥주 같은 느낌입니다. (번외질문 : 무알코올 맥주는 맥주일까요?)


만약에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떤 음료라고 말하게 될까요? 정상적인 품질의 디카페인인 경우에는 커피가 아닌 다른 무언가라고 말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쩌면 우리는 이미 이렇게 커피맛이 나는 음료를 커피라고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여전히 애매한 느낌인데 낮과 밤을 구분해서 생각하면 좀 더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녁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밤에 편두통을 겪는 사람들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페인을 필요로 하는 것은 보통 낮 시간대입니다. 이 때는 카페인이 커피를 커피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며 카페에 들어선 사람이 '디카페인은 커피가 아니다'고 말해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시간대지요.


하지만 밤에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디카페인은 잠을 쫓아주는 각성효과는 거의 없지만, 늦은 시간에도 커피맛을 즐기고 싶은 고객과 저녁에도 커피를 팔고 싶은 카페에게 훌륭한 솔루션이 되어줍니다. 적어도 그들에게만큼은 디카페인이 어엿한 '커피'로서 기능을 해왔다고 봐도 무리는 없지 않을까요? 생각해보면, 낮에만 마실 수 있었던 반쪽짜리 기호식품을 하루종일 즐길 수 있는 음료로 만들어준 것은 커피를 한단계 앞으로 나아가게 한 혁신적인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러한 공을 봐서라도 저는 기꺼이 디카페인을 커피로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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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하니 떠오르는 커피가 있어서 소개 드립니다. 빈브라더스 인천점에서 판매하는 '네로 콘파냐'라는 메뉴가 있어요. 에스프레소 위에 흑임자와 서리태 분말이 들어간 크림을 올려 마시는 음료입니다. 크림 자체가 기본적으로 맛있는데 거기에 페루 디카페인의 군고구마향이 더해지니 아주 잘 어울리더라고요. 혹시 저희 인천점 방문하시게 된다면 꼭 한번 드셔보세요.


아, 그리고 이건 우리끼리 이야기입니다만, 아직 저는 무알코올 맥주를 맥주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마시고 알딸딸하게 취하지 않는 맥주를 과연 맥주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참 더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이긴 하지만 맥주업계에 공을 넘기기로 하고, 저는 커피 한 잔 하러 가겠습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디카페인을 마셔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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