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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수면생활과 카페인
커피를 마시면 왜 잠이 안 올까?
수면생활과 카페인커피를 마시면 왜 잠이 안 올까?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저번 레터를 쓴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다 되었네요.


빈브라더스 창업 이후 약 몇 년 동안, 아침에는 플랫화이트, 점심을 먹고서는 드립 커피를 마시는 커피 루틴을 가져왔습니다. 오전의 루틴은 약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라떼를 마시다 이후 플랫화이트로, 점차 덜 배부르고 더 농도 짙은 피콜로 라떼로, 종래에는 다시 플랫화이트로 복귀하며 오전 커피의 최적점을 찾았습니다. 점심식사 이후의 드립 커피는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는 습관이 되었구요. 가능한 한 4시 이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30대가 된 이후로, 오후 늦게 커피를 마시면 새벽까지 잠을 잘 이루지 못했거든요(20대에는 어차피 밤늦게까지 깨어있었기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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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의 하루 커피 루틴 ©Soyeon Kim


그러던 커피 루틴이, 디카페인 커피의 출시와 함께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오후 네시 이후 저의 세 번째 커피를 디카페인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출시 직후 지인들로부터 디카페인에 관한 많은 질문을 받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카페인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궁금하기도 한 차에 이를 잘 설명해주는 좋은 책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발견하고 열심히 읽었습니다.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조만간 연구원 데릭이 이야기해줄 예정이니(합의된 바 없음), 오늘 레터에서는 아래 책을 참고하여 카페인과 수면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상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꼭 읽어보세요! (출판사 열린책들은 BB에 후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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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결정하는 두 가지 주요 요인 

우리는 생명체로서 신체적으로 진화를 통해 형성된 여러 가지 복잡한 체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스템 중에 '수면'에 관련된 시스템을 살펴보면, 두 가지 요인이 주요 작동 기제라고 해요.

  • 첫 번째는 뇌 깊숙이 자리한, 24시간 주기의 체내 시계로부터 나오는 신호입니다.
  • 그리고 두 번째는 '너 자야 돼'라고 이야기하는, **수면 압력(sleep pressure)**을 가하는 화학물질의 양입니다. 깨어 있는 시간이 길수록 화학물질이 더 쌓이고, 그 결과 수면 압력이 더 커져서 더욱 졸리게 되는 것이죠.

카페인은 이 두 번째 요인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그래도 양쪽 모두를 살펴보겠습니다.


요인 1. 체내 리듬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하루 주기'의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믿을 수 있는 신호인 지구의 자전, 혹은 해가 뜨고 지는 하루에 맞추어 형성되었죠. 이 24시간 주기의 생체 리듬은, 다른 모든 리듬들의 상위에 있다고 합니다. 이 리듬은 햇빛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모사라는 식물을 살펴보면 햇빛에 반응할 것 같지만 24시간을 어둠에 놔두더라도 하루 주기로 활동한다고 하며, 이는 사람도 비슷하다고 해요. 사람들을 32일 동안 어둠 속에서 지내게 하는 실험을 진행해보니, 사람도 대략 열다섯 시간 깨어 있다 약 아홉 시간을 죽 자는, 우리의 평소 생활과 비슷한 예측 가능한 패턴을 보였답니다. 특이 사항은 성인의 내생적인 하루 주기의 시간 평균은 24시간이 아닌 24시간 15분이었다는 것.


햇빛은 이 부정확한 체내시계(약 24시간)를 '정확한 24시간'으로 맞추는 역할을 합니다. 생물체들은 햇빛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반복적인 신호로 여기는 것이죠. 이를 자이트게버(Zeitgeber)라고 하는데, 빛이 가장 주된 신호이지만 그 밖의 다른 단서들도 있다고 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리서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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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OULVEDA, <Are you an early bird or a night owl?>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모든 사람들이 '생명체'로서 24시간의 주기를 지니지만, 이 리듬의 시작점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책에 의하면 인구의 약 40%는 아침형 인간으로 새벽에 깨어 활동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반면 약 30%는 저녁형 인간으로 늦게 자는 쪽을 선호합니다. 이 올빼미형 인간을 너무 일찍 깨우면, 실제로 오전의 뇌 활동이 굉장히 무력한 상태로 있다고 합니다(네, 제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약 30%는 둘 사이의 어딘가에 분포하는데, 대개 약간 저녁형 쪽으로 치우쳐져 있다고 하네요.


저는 완전 '올빼미형'이기에 책의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사회는 두 가지 면에서 올빼미들에게 덜 친화적입니다. 하나는 '게으르다는 꼬리표'로, 그게 뭐 어렵다고 일찍 못일어나냐는 핀잔을 매번 받아야 합니다(정말 어려운데...). 다른 하나는 사회의 시스템 자체로, 흔히 nine to six라고 일컫는 9시 출근 6시 퇴근의 체계입니다. 올빼미들에게 업무 성과는 아침에 기대하기 어려우며 오후 늦게 혹은 저녁에야 진정한 능력이 발휘되는데, 시스템과의 기본적인 정합성(fit)이 안 맞는 셈이니까요. 아침형 인간과 비슷하게 일어나야 하지만 밤에는 늦게까지 잠이 들 수가 없다는 점은 올빼미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만성적 수면 부족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이죠. 하여 근무시간이 좀 더 자율화될 수 있는 최근의 재택 근무 추세는 여러모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로 저희 오피스에서는, 초창기 10시~7시 근무체계로 시작하여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팀 업무의 성격에 따라 팀별로 정하고 이를 따르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제가 편하려고 그런 건 아니에요). 물론 규율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주기의 사람들이 섞여 있는 이유 또한 흥미롭습니다. 책에선 주기가 어느 한쪽에 쏠려 있는 것보다 다양한 주기의 사람들이 섞여 있는 편이 부족의 관점에서 (특히 밤에)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어들고, 따라서 생존 적합도가 늘어났기 때문에 자연스레 진화를 거치며 형성된 결과라고 추정하네요. 역시 다양성은 중요합니다.


멜라토닌

24시간 체내시계의 작동원리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이 호르몬은 어두워지면 분비되어 신체에 밤이 되었음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직접적인 졸음을 유발한다기보다는, '잘 시간입니다'를 알리는 전령의 역할에 더 가깝다고 하네요. 일단 잠이 들면 멜라토닌의 농도는 아침이 될때까지 낮아집니다. 그리고 새벽에 햇빛을 (감긴 눈꺼풀을 통해서라도) 느끼게 되면, 뇌에서는 멜라토닌 분비를 차단하게 됩니다. 늦게까지 숙면하려면 암막커튼을 치는 것이 효과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겠습니다. 반대로 잠에서 빠르게 깨고자 한다면, 아침 일찍부터 햇빛을 최대한 다이렉트로 받는 것이 좋겠네요.


요인 2. 수면 압력과 카페인 

이제 두번째 요인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우리 몸 안에서는 깨어 있는 시간 내내 아데노신(adenosine)이라는 화학물질이 쌓이고 있으며, 계속 농도가 증가합니다. 즉 아데노신은 우리가 일어난 뒤 얼마나 되었는지를 계속 측정하고 있는 일종의 화학적 압력계입니다. 이렇게 뇌에 아데노신이 쌓이면, 자고 싶은 욕구가 커집니다. 이것이 수면 압력이죠. 아데노신이 고농도가 되면 각성을 촉진하는 뇌 영역들의 신호를 줄이고, 잠을 유도하는 영역들의 신호를 키웁니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깨어난 지 12~16시간이 지나면 그 정점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카페인은 이 아데노신의 수면 신호를, 인위적으로 차단합니다.


뇌에는 아데노신을 측정하는 도구(수용체)가 있는데요, 카페인이 몸 속에 들어가면 이 측정 도구에 먼저 달라붙어 정확한 측정을 방해합니다. 아주 단순한 예로, 우리 뇌에 100개의 측정도구가 있고 아데노신이 80개 이상 붙을 때부터 수면욕구를 생성하기 시작한다면, 카페인 30개가 투입되면 먼저 이 도구에 들러붙어 우리 뇌가 느끼는 아데노신의 개수 자체가 70개 미만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아데노신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뇌에 정상적으로 전달되어야 하는 졸음 신호를 차단하는 셈입니다. 따라서 카페인은 잠을 유도하는 아데노신이 고농도로 쌓이고 있어도, 정신이 또렷한 느낌을 가지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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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의 반감기 ©Soyeon Kim


우리 혈액 속의 카페인 농도는 마신 이후 약 30분 정도 후에 최고조에 달합니다. 그리고 반감기(전체 물질의 50%가 제거되는 데 걸리는 시간)는 사람마다 평균 5~7시간이라고 하네요. 예컨대 오후 7시에 커피를 마셨다면 새벽 1시에도 많아야 섭취한 카페인의 50%만 없어졌고 나머지 50%는 여전히 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반 정도 남은 카페인 또한 여전히 몸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죠. 뇌가 카페인 분해 작업을 하고 있으면, 잠이 쉽게 오지 않거나 잠을 설치게 됩니다. 이렇게 거의 10시간 전의 일과 상관관계가 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마신 카페인의 효과를 극복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깨닫기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몸 속에 들어온 카페인은 알코올처럼 간 속의 효소를 통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몸에서 제거됩니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과 못 마시는 사람처럼, 이 분해 속도는 유전자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나이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저녁 때 에스프레소를 마셔도 잘 잘 수 있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고 하네요. 나이의 경우 대체적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뇌와 몸이 카페인에 대응하는 데 더 오래 걸리며, 더 예민해지게 된다고 합니다.


카페인 허탈감(caffeine crash)을 느껴보신 적이 있나요? 몸 안에서 아데노신은 얼른 잠자리에 들라고 압력을 계속 주는데, 카페인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방해하다 해체되면, 갑자기 높아진 아데노신이 우리를 강타하는 현상입니다. 갑자기 확 졸리면서 무기력해지는 경험을 하셨다면, 아마 이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내가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닌가? 수면 부족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실 수 있는데요, 책에서는 아래와 같은 두가지 질문으로 자가진단을 해보라고 권합니다.


Q1. 아침에 일어난 이후, 오전 10시나 11시에 다시 잠이 들 수 있는가?

다시 잠들 수 있다면 수면의 양이나 질이 미흡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2. 정오가 되기 전에 카페인 없이도 심신이 최적 상태로 움직일 수 있는가?

아니라면 만성 수면 부족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도 거의 매일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시지만, 그 이유도 결국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건강은 행복의 제1의 원천입니다. 커피 파는 사람이 이렇게 얘기하면 이상하지만, 왜인지 카페인에 의존하고 계신 것 같다면 커피의 양을, 특히 늦은 시간의 커피를 줄이세요. 저처럼 오후의 커피를 디카페인으로 바꾸어 보는 시도도 좋겠습니다. 잘 자는 것만큼 건강에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건강한 커피생활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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